4일 오후 광주 서구 한 초등학교 인근 어린이보호구역에 불법 주·정차 차량들이 줄지어 서 있다. |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 언제 어디서든 간편하게 신고할 수 있어지면서 어린이보호구역 내 불법 주·정차 차량이 줄어들 것으로 보이지만, 여전히 불법 주·정차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초기 신고 건수도 저조한 상황이라 지자체의 홍보 활동과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요구되고 있다.
4일 오후 찾은 광주 서구 한 초등학교 인근 도로.
인근에 어린이집을 비롯해 아파트 등 주거지역이 밀집해 있어 등·하교 시간 외에 평소에도 어린이들의 왕래가 잦다. 하지만 폭이 좁은 인도에 도로도 왕복 1차선으로 협소한 데다, 오래전부터 불법 주·정차 차량으로 몸살을 앓아 왔다.
주민신고제에 힘입어 불법 주·정차를 근절할 수 있을 거란 인근 주민들의 기대에도 불구하고 학교 주변 풍경은 달라진 것이 없었다. 여전히 어린이보호구역 도로를 따라 불법 주·정차 차량이 양쪽으로 쭉 늘어섰다. 주행하는 차량이 정차된 차량 사이로 이리저리 방향을 틀며 아슬아슬하게 빠져나가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김미현(42·여·서구 금호동)씨는 "이 동네가 사람도 많고 차도 많은데 길은 좁고 경사도 높은 편이라 아이들이 학교 갈 때마다 걱정스럽다"면서 "지금 당장 앱을 깔아 불법 주·정차 근절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다"고 했다.
달라진 것 없는 주·정차 상황, 직접 신고절차를 밟아봤다.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스마트폰 플레이스토어 혹은 앱스토어에서 '안전신문고' 앱을 검색해 설치하면 휴대전화로도 간편하게 어린이보호구역 불법 주·정차를 비롯해 생활 안전 전반에 관련된 신고가 가능하다.
왼쪽 위 '안전신고' 란을 클릭하면 불법 주정차 신고 유형을 설정하고 사진을 업로드할 수 있는 화면으로 바뀐다. 신고 유형을 어린이보호구역으로 선택하고 촬영 버튼을 클릭해 대상 차량의 전면이나 후면이 나오도록 같은 위치와 방향에서 1분 이상의 시차를 두고 촬영한 사진 2장을 제출한다. 사진에는 차량 번호가 표시돼야 하는 것은 물론, 해당 지역이 어린이보호구역임을 알리는 표지판, 노면 표시 등이 드러나야 한다.
이어 해당 지역과 추가 설명 내용란을 입력하고 간단한 인증을 거치면 신고가 완료된다. 사진 촬영부터 신고를 마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은 3분 남짓. 잠깐의 시간을 투자하는 것만으로도 교통질서를 확립하고 아이들의 안전을 확보하는데 이바지할 수 있다.
정기영(38·서구 마륵동)씨는 "오늘 처음 집 근처 어린이보호구역에 불법 주·정차된 차량을 신고해봤다"면서 "스마트폰 앱으로도 비교적 간단히 신고할 수 있어 편리했다. 앞으로 자주 이용해야겠다"고 했다.
하지만 주민신고제 시행 소식을 모르는 시민들도 많아 홍보가 더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이모(42)씨는 "솔직히 어린 자녀를 둔 학부모가 아닌 이상 주민신고제가 어떤 내용인지, 정확히 언제부터 시행하는지 아는 사람이 많지 않을 것 같다"면서 "정부와 지자체가 더욱 적극적으로 홍보에 나서 시민들이 신고 앱 활용을 생활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주민신고제 시행 첫날 광주에 접수된 신고 건수도 저조한 상황이다.
광주지역 5개 구에 따르면, 지난 3일 하루 동안 안전신문고 앱으로 신고된 어린이보호구역 불법 주·정차 건수는 총 16건이었다. △서구 7건 △북구 6건 △광산구 2건 △남구 1건 순으로, 동구는 접수된 내용이 없었다.
5개 구 관계자들은 "주민신고제 시행 첫날이라 아직 익숙지 않아 신고 건수가 적은 것 같다"면서 "앞으로 제도가 널리 인식되고 과태료 부과가 이뤄지면 신고 건수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입을 모았다.
앞서 지난 6월29일부터 7월31일까지 운영된 불법 주정차 주민신고제 계도 기간 신고된 건수는 전국에서 총 5567건이었다. 이 중 경기도, 서울에 이어 전남이 482건을 기록해 세 번째로 많았으며, 광주는 219건이 접수됐다. 이 기간 신고된 불법 주·정차 차량의 차주에 대해서는 과태료 대신 주민신고제 내용을 알리는 계고장이 배부됐다.
주민신고제 신고 대상은 초등학교 정문으로부터 다른 교차로와 접하는 지점까지의 도로에 주·정차된 차량으로, 적발 시 승용차 기준 8만원(일반도로의 2배)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오선우 기자 sunwoo.oh@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