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버스에 담긴 서산·온금동의 애환과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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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캔버스에 담긴 서산·온금동의 애환과 추억
조순현 작가 '기억의 풍경, 돌아보다' 주제 개인전||1일부터 20일까지 강진아트홀서 신작 27점 전시
  • 입력 : 2020. 07.29(수) 16:51
  • 박상지 기자

조순현 작 '빛을 담은 시간'

어두운 밤 방안에서 하얀 아크리릭 패널의 스위치를 켜면 아직은 어두운 하늘 아래 언덕배기 지붕들 위로 여명의 희미한 오렌지색의 불빛이 들어온다. 동시에 비탈진 언덕에 빼곡하게 늘어선 작은 집들의 창문에도 푸르스름한 형광 불빛이 들어오며 가로등이 꺼진 골목길을 밝힌다. 아직 어두운 미명의 시간이지만 언덕배기 좁은 차도의 가로등이 이미 꺼진지 오래고 떠오르는 태양을 기다리고 있다. 화면의 향우에 있는 야산 관목 덤불 위로 아직 지평선 아래에 있는 태양의 희미한 빛이 내려앉고 전봇대 옆 나무들이 새벽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조순현 작가의 작품 속 풍경이다.

목포서 살아 온 조 작가는 지난 10년간 목포 온금동과 서산동 등 도시 변두리의 애환을 작품에 담아왔다. 온금, 서산동은 목포의 유일한 산동네다. 진도 조도와 완도 노화도, 신안 암태도를 드나들던 뱃사람들이 목포가 도회지로 성장하기 전부터 일구어 온 곳이다. 목포가 도시화를 거치면서 차 한대 지나가기도 힘든 이 동네에는 '달동네' '빈민촌'이라는 수식어가 붙었고 지역에서도 소외됐지만, '공동시암' '애기바위' '산신당' 등 역사, 문화적 가치가 풍부한 민속자료를 가지고 있다. 목포시민들의 삶의 애환과 추억을 담고있는 이 지역은 지난 2002년부터 재개발 사업이 논의되면서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다.

조순현 작가는 "목포시민이라면 누구나 온금동, 서산동에 대한 추억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며 "재개발사업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는 이 지역이 너무 안타까워 지난 2010년부터 서산, 온금지구를 주제로 작업활동을 해오고있다"고 밝혔다.

조순현 작가의 온금, 서산지구를 담은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된다. 내달 1일부터 20일까지 강진 아트홀에서는 '기억의 풍경, 돌아보다'라는 주제로 가파르고 비탈진 언덕 위의 집들과 골목길 희망을 밝히는 가로등 등을 캔버스에 담은 27점이 전시된다.

전시된 작품들은 아크릴과 유화물감을 사용한 평면회화가 대부분이다. 조 작가는 여기에 LED 발광 프레임을 도입, 스산한 서산·온금지구에 온기를 불어넣은 실험을 함께 선보인다.

조 작가는 "지금은 주민 절반이 그곳을 떠나가면서 마을이 텅 비어있고, 스산한 기운까지 돌고 있지만, 그 모습 그대로를 화폭에 옮기고 싶지 않았다"며 "한때 아이들 소리로 시끄럽고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서산, 온금동의 모습을 복원하고 싶었다. 발광판을 통해 불 꺼진 집들에 불을 밝히고 희망을 불어넣고 싶었다"고 밝혔다.

조선대 미대를 나온 조 작가는 개인전과 단체전을 합해 100회가 넘는 전시회를 개최한 목포지역 중견 화가로 현재 성옥문화재단 학예실장으로 재직 중이다. 전시는 오는 11월 17일부터 성옥 문화재단에서도 열릴 예정이다.

조순현 작 '추억속으로'

박상지 기자 sangji.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