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택트 시대 '혼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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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
언택트 시대 '혼술'하기
  • 입력 : 2020. 07.14(화) 15:21
  • 박상수 기자
요즘은 저녁에 약속을 잡기도 어려워 일찍 퇴근한다. 좋아하는 야구 중계를 보고 공원에서 걷기 운동을 하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마감한다. 1시간 가까이 걷기를 하다 보면 목이 마르고 등에 땀이 흥건하다. 맥주 생각이 간절하다. 하지만 애써 운동한 것을 헛것으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아내와 딸의 잔소리를 배겨낼 자신도 없다.

얼마 전에는 운동을 하고 갈증이 워낙 심해 편의점으로 들어갔다. 4캔에 1만 원을 하는 세계 맥주를 구입할 생각이었다. 과거에 즐겨 먹었던 아사히 맥주는 퇴출되고 없다. 무엇을 고를까 고민하고 있는데 아래쪽에 커다란 페트병 맥주가 눈에 들어왔다. 다른 것은 한 병에 6000원인데 3000원짜리가 눈에 띈다. '필*'이라는 상표다. 병 목에는 간단한 안주도 걸려 있다. 그것을 사고 종이컵을 하나 얻어 다시 공원 벤치로 갔다.

늦은 여름밤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한적한 벤치에서 혼자 먹는 맥주는 꿀맛이다. 1.6L짜리 페트병 맥주는 양이 많다. 200ml 종이컵에 7부씩 따라 먹어도 10잔이 나온다. 속담에 '싼 게 비지떡'이라는 말이 있지만 맛도 그런대로 괜찮고 무엇보다 가성비가 최고다. 술집에서 먹는 맥주 한 병 값에도 못 미친다. 휴대폰으로 뉴스도 검색하면서 쉬업쉬엄 먹다 보니 취기가 올라온다. 그날 밤 살짝 들어가 침대에 누웠더니 잠도 잘 왔다.

인터넷을 뒤져 보니 '필*'은 발포주다. 맥아 함량 비율이 10% 미만인 발포주는 주세법상 맥주가 아닌 기타 주류로 분류돼 일반주에 비해 세금이 절반에 불과하다고 한다. 이유가 무엇이든 술꾼들은 맛이 좋고 가격이 싸면 그만이다. 그날 이후에는 운동이 끝나고 갈증이 심하면 이 맥주를 사서 공원이나 집 옥상에 올라가서 먹는다. 중국의 문호 임어당은 세계에서 가장 맛있는 술은 '공술'이라고 했다. 싼값에 사서 혼자 몰래 먹는 술도 맛있다.

술은 원래 좋은 친구, 맛있는 안주와 더불어 먹어야 제맛이다. 거기에 이성 친구가 가세하면 금상첨화다. 그런데 지금은 언택트(비대면) 시대다. 코로나19는 퇴근하고 동료나 친구들과 어울려 술 한잔하는 직장인들의 낙을 앗아가 버렸다. 하지만 어쩌랴. 사람은 시대에 맞춰 살아야 한다. 당분간 '혼술'을 하면서 이 난국이 수습되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박상수 주필 sspark@jnilbo.com









박상수 기자 ss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