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백선엽 장군 100세 일기로 영면…대전현충원 안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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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고 백선엽 장군 100세 일기로 영면…대전현충원 안장
낙동강 다부동 전투 등 6·25 전쟁서 맹활약||친일 논란도…정치권, 국립묘지 안장 ‘이견’
  • 입력 : 2020. 07.12(일) 17:31
  • 김진영 기자
백선엽 장군의 영정이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 마련된 고 백선엽 장군 국민장 시민 분향소에 마련돼 있다. 뉴시스
6·25전쟁 영웅이자 창군 원로인 백선엽 장군이 지난 10일 영면에 들었다. 향년 100세. 장지는 대전현충원이다.

백 장군을 두고 대한민국 건국 발전에 공을 세운 '친일파'를 어떻게 평가해야 하는지 의견이 갈리고 있다. 백 장군은 대한민국 육군의 초석을 다지고, 6‧25전쟁을 승리로 이끈 전쟁영웅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일제 치하 독립군을 토벌한 간도특설대에 근무한 두 얼굴을 갖고 있어서다.

● 15일 영결식…장지 대전현충원

육군은 백 장군이 숨진 지 하루만인 지난 11일 자료를 내 "'6·25 전쟁영웅' 백선엽 장군이 10일 밤 향년 100세로 별세했다. 영결식은 15일 오전 7시30분 서울아산병원에서 육군참모총장 주관으로 열리며, 안장식은 11시 30분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육군장으로 거행한다"고 밝혔다.

관심을 모았던 매장지는 동작동 서울국립현충원이 아닌 대전현충원으로 정해졌다. 유족은 부인 노인숙씨, 아들 남혁·남홍씨, 딸 남희·남순씨 등이고,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이다.

● 백선엽 장군은 누구

백 장군은 1920년 평남 강서에서 태어났다. 일제강점기 만주군 소위로 임관해 1943년부터 일제 간도특설대에서 장교로 복무했다. 해방 이후에는 국군에 입대해 6·25 전쟁에서 맹활약했다. 전쟁이 한참일 때 낙동강 다부동 전투와 38선 돌파 작전 등 결정적인 전투를 지휘했다.

다부동 전투 당시 그가 북한군에 밀려 패퇴 직전인 아군을 향해 "내가 선두에 서서 돌격하겠다. 내가 후퇴하면 너희들이 나를 쏴라"고 말한 일화가 유명하다. 이 전투 승리로 국군은 낙동강 방어선을 사수할 수 있었다,

백 장군이 이끄는 1사단은 인천상륙작전으로 전세가 뒤집히자 평양 진군의 선봉에 나섰다. 1951년엔 중공군의 춘계 공세를 저지했고, 같은 해 겨울에는 지리산 일대의 빨치산 토벌작전에도 나섰다. 그는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1953년 불과 33살의 나이로 한국군 최초로 대장으로 진급했다. 국군에서 1사단장, 1군단장, 육군참모총장, 휴전회담 한국 대표, 합참의장 등을 지냈다.

1960년 대장으로 예편한 뒤엔 주중 한국대사와 교통부 장관 등을 역임했다. 장관 재직 시절 서울 지하철 1호선 건설을 주도했다. 미 8군사령부는 백 장군이 한국전쟁 당시 한국 방어에 있어 탁월한 공과 업적을 달성했다며 지난 2013년 명예사령관으로 임명했다.

하지만 백 장군에 대한 수식어에는 6·25 전쟁 영웅뿐 아니라 친일행적 논란도 따라붙는다. 일제 막바지 간도특설대에서 복무한 이력 탓이다.

간도특설대는 만주국 북부에 있던 사회주의 계열 민족 해방세력인 팔로군, 동북항일연군, 조선의용대와 만주 북서부에 잔존해 있던 대한독립군단을 토벌하기 위한 특수 목적을 띈 독립군 토벌 부대다.

● 현충원 안장 논란 '시끌'

친일 행적 논란은 백 장군의 사후 국립현충원 안장 여부까지 옮겨 붙어 논란이 됐다.

김은혜 미래통합당 대변인은 12일 정부가 대전현충원에 안장하겠다고 발표한 데 대해 "영웅의 마지막 쉴 자리조차 정쟁으로 몰아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신원식 통합당 의원도 "동작동 국군묘지, 지금의 국립서울현충원은 원래 6·25전쟁 전사자를 위해 조성된 곳"이라며 "조국을 구한 백선엽 장군님을 그곳에 모시지 않는다면 대체 누구를 위한 곳인가"라고 반문했다.

반면 민주당은 논평을 내지 않고 침묵을 지켰다. 논평을 내지 않는 이유를 공식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친일행적 논란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정치권에서 나온다.

정의당도 백선엽 장군의 대전현충원 안장과 관련, "부적절한 결정으로 유감을 표한다"며 현충원 안장 자체를 반대했다. 김종철 정의당 선임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백선엽씨는 일본이 조선독립군 부대를 토벌하기 위해 세운 간도특설대에 소속되어 독립운동가들을 탄압한 장본인"이라며 현충원 안장 자체에 반대했다.

25개 독립운동가 선양단체로 이뤄진 항일독립선열선양단체연합은 "친일파를 후대에 6·25 공로가 인정된다고 국립현충원에 안장하는 것이 나라다운 나라인가"라며 "국립대전현충원 안장 결정을 취소하라"고 촉구했다.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 명의의 조화를 보냈고, 정세균 국무총리, 노영민 비서실장, 서훈 안보실장, 김유근 안보실 1차장 등이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김진영 기자 jinyou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