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현도>사람 향기 나는 시장을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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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이현도>사람 향기 나는 시장을 꿈꾸며
이현도 -농협창녕교육원 교수
  • 입력 : 2020. 07.14(화) 14:01
  • 편집에디터
이현도 -농협창녕교육원 교수
며칠 전 코로나로 인한 불경기로 식당 침체, 한동안 학교급식 중단으로 판로가 막힌 농산물을 갈아엎는 농민에 대한 뉴스를 봤다. 일부지자체에서는 이러한 농가를 돕기 위해 착한 소비행사를 온라인, 오프라인 채널과 고속도로 휴게소에 드라이브 스루 방식으로 진행해 농가에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려는 행사를 실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일시적 행사로 농산물 소비를 증가시키는 것보다는, 내 주변에 쉽게 찾아가고픈 '슬로 라이프'의 공간으로서 자그마한 야외농산물 시장이 많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재작년 큰 아이랑 함께 뉴욕 맨해튼여행 중 우연히 유니언스퀘어 옆에 위치한 '그린마켓'을 들르게 되었다. 꽃, 과일, 야채 등 농민이 직접 재배하고 취미로 만든 물건까지 판매하는 야외시장인 이곳은 마치 길거리 축제장 같았다. 상권 활성화를 위해 1976년부터 시작되어 인근 소규모 농장에서 신선한 유기농 농산물을 직접 재배, 판매하고 소비자가 구입이 가능한 '그린마켓'은 지역주민뿐만 아니라 그 자체로 관광명소가 되어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이곳은 단순히 마트에서 쇼핑하듯 필요한 물건을 구입하고 서둘러 돌아가는 곳이 아닌, 자연스레 지나가며 공동체의 관심사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인간미를 체험하는 커뮤니티 교류의 장이 되고 있다. 관광객도 낯선 곳에서 친근감을 느끼며 소통하면서 삭막한 도시의 이미지를 따뜻하게 감싸주는 그런 여유가 있는 슬로 라이프의 장소이기도 하다.



뉴욕시 안에만 이와 같은 야외시장이 50곳이나 운영된다고 하며, 마트 등 유통업체와 계약을 맺을 수 없는 소규모 농가의 경우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농민들이 양심껏 재배하고 만든 농산물로 시민들과의 오랜 신뢰관계 형성으로 도시 소비자들이 믿고 살 수 있어 가게마다 많은 단골 고객을 확보하고 있다고 한다.

이곳 맨해튼 유니언 스퀘어의 그린마켓은 시민들에게는 안전하고 신선한 농산물을 제공하고, 농민에게는 판로 걱정없는 안정된 수익을 보장해 주는 상생의 커뮤니티가 형성되어 있는 셈이다. 이는 곧 지역경제를 살리고 도시주변의 농지를 유지할 수 있게 해 줌으로써 궁극적으로는 뉴욕시민에게는 안전하고 신선한 농산물을, 농민에게는 이익을, 나아가 농지를 지키고 지역경제를 활성화 시키는 첨병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모든 일은 내주변의 작은 것에서 시작되듯 농산물소비도 내 삶의 자연스런 일부가 된다면 농가에 더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아이들의 손을 잡고 내 주변 곳곳에 사람향기가 스며있는 나만의 '그린마켓'으로 자주 산책할 수 있을 날들을 기대해 본다.



편집에디터 edit@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