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 온수 이용 불가' 3일 전 통보에 주민 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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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3개월 온수 이용 불가' 3일 전 통보에 주민 분통
임대아파트 개선 사업… 주민회의 없이 일방적 고지 ||관리사무소 “추진 문제 없다” 입주민 “내집 없는 설움”
  • 입력 : 2020. 07.08(수) 16:56
  • 김진영 기자

광주 북구 1500세대 규모 임대아파트 관리사무소가 온수 단수를 3일 앞두고 일방적으로 "앞으로 3개월간 온수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통보해 입주민 반발이 거세다.

광주 북구 1500세대 규모 임대아파트 관리사무소가 온수 단수를 3일 앞두고 일방적으로 "앞으로 3개월간 온수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통보해 입주민 반발이 거세다.

아파트 입주민들은 "공사 개시 불과 3일 전 아파트 전체 방송을 통해 알려 상당수 주민들이 대처 방안을 미처 마련하지 못했다"며 "아파트 측에서 어떠한 대책도 마련하지 않은 채 일방적 통보와 함께 온수 공급을 중단시켰다"며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반면 관리사무소 측은 "임대아파트 시설은 주민 소유가 아니기 때문에 의견 수렴절차가 필요 없다"며 "온수는 공급되지 않지만 가스는 공급되기 때문에 물을 끓여 사용하면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 아파트가 온수 공급을 중단한 것은 지난달 22일.

LH주택공사의 노후 공공임대주택 시설개선사업 일환이다. 중앙난방식인 탓에 1500세대 입주민들은 모두 오는 9월10일까지 약 3개월간 온수를 공급받지 못한다.

문제는 급수가 중단되는 시점까지 상당수 주민들이 이 같은 사실을 까마득하게 몰랐다는 점이다.

주민 문현철(26)씨는 "주민회의 등 어떠한 고지 절차도 없이 공사 개시를 3일 앞둔 지난달 18일 아파트 내부 방송을 통해 온수 공급이 중단될 것이라는 통보를 전했다"고 했다. 이곳 임대아파트에서는 엘리베이터 내 게시판을 통해 주요 공지사항을 전달하고 있다.

문씨는 "매일 출·퇴근길마다 관심을 갖고 엘리베이터 게시판을 주의 깊게 살폈지만 온수 공급이 중단된다는 사실은 어디에도 나와있지 않았다"며 "입주민들이 공지가 없었다는 문제 제기를 한 이후에야 공사 당일인 22일 비로소 공지가 붙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관리사무소 측은 관리주체와 공사주체가 달라 공지가 늦었다는 해명이다.

LH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아파트 관리사무소도 일주일 전 공사 개시 사실을 통보받아 곧바로 공지했다"며 "임대아파트 시설은 주민 소유가 아니기 때문에 사전 의견수렴 절차가 필요하지 않다"고 해명했다.

또 "노후 온수배관 교체 공사는 입주민들을 위한 공사로 여름에 공사를 개시한 것은 입주민을 배려한 것"이라며 "어차피 온수배관을 통으로 교체해 대책 마련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공지가 빨랐다 하더라도 지금과 달라지는 부분은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문씨는 급한대로 매일 아침마다 친구와 부모님 집을 번갈아 찾아가며 샤워를 하고 있다.

그는 "젊은 청년들은 그나마 대책 마련이 가능하지만 문제는 홀로 사는 어르신들"이라며 "코로나19가 엄중한 상황에 심각한 위생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소한 어르신들만이라도 샤워를 할 수 있도록 목욕차 대여 서비스 등을 요구했지만 예산이 없어 불가능하다는 답변만 들어왔다"고 했다.

그러나 관리사무소 측은 입주민들의 대책 마련 요구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입장이다.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아파트가 온수배관을 통으로 교체하는 공사로 온수를 공급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온수는 나오지 않지만 찬물과 가스보일러는 공급되기 때문에 물을 끓여 사용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대책"이라고 반박했다.

이번 사건이 단순한 해프닝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임대아파트에서 반복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LH 주택공사는 지난해 광주시내 임대아파트 3곳에 대해 노후 시설교체 공사를 진행했다. 올해는 이 아파트를 포함한 두 곳에 시설교체 공사를 진행 중이다.

문씨는 "매년 20~30년마다 아파트 노후 시설을 교체할텐데 LH가 다른 곳에서도 의견수렴이나 제대로 된 공지 없이 공사를 강행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며 "임대아파트 거주자라는 이유만으로 자신들이 사는 집에 대해 목소리 낼 곳 하나 없는 것"이라고 했다.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다른 아파트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공사를 진행했지만 어떠한 문제제기도 없었다"며 "주민들의 반발을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광주 북구 1500세대 규모 임대아파트 관리사무소가 온수 단수를 3일 앞두고 일방적으로 "앞으로 3개월간 온수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통보해 입주민 반발이 거세다.

김진영 기자 jinyou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