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칼럼·박경희>광주천 자연에게 돌려주는 시범구간을 확장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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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칼럼·박경희>광주천 자연에게 돌려주는 시범구간을 확장하자
박경희-광주전남녹색연합 습지보존위원장
  • 입력 : 2020. 07.05(일) 14:09
  • 편집에디터
박경희 광주전남녹색연합 습지보존위원장
광주시가 7월부터 '광주천 아리랑물길 환경정비사업'을 시작한다.

2022년까지 총 380억원을 투입해 수량확보, 수질개선, 생태복원 및 친수공간 조성 등을 한다는 계획이다.

그동안 이름만 바꾸었을 뿐 30년 동안 광주천에서 해왔던 하천정비사업을 재탕하고 삼탕하는 수준의 사업을 한다는 오명을 받지 않으려면 광주시는 이번 광주천 사업의 방향과 중심이 '자연성 회복'에 있음을 명확히 제시해야 할 것이다.

광주천에서는 1990년대부터 끊임없이 하천정비사업, 개발사업이 있어왔다.

1995년 광주천 건천화 방지사업, 1999년 오염하천 정화사업, 2000년 자연환경 정비사업, 2002년 자연형하천 복원사업, 2004년 자연형하천정화사업 등 이름만 조금씩 바꾸었을 뿐 모든 사업의 목적은 수량을 확보하고 수질을 개선하고 친수공간을 조성하는 것이었다. 3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같은 목적으로 환경정비사업이 시작되고 있다. 그동안 시간과 돈을 투여해 진행했던 사업들이 어떤 성과와 한계가 있었는지에 대한 평가는 전혀 없다. 여전히 수원지의 물을 끌어와 유지용수를 확보하고 잔디광장을 만들고 포토존을 만들어 친수공간을 조성하는 것이 주요 사업 내용이다. 광주천을 단지 '공원'으로만 보는 광주시 행정의 편협한 인식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광주천은 도심하천이다.

많은 시민들이 생활 속에서 접근하고 이용하는 공간이기에 이용과 활용의 측면을 무시할 수 는 없다. 하지만 시민이 이용할 수 있는 광주천의 전제 조건은 깨끗하고 건강한 하천이어야 한다. 많은 학자들이 생태계 파괴가 기후변화와 코로나 팬데믹 현상을 불러왔다고 진단하고 있다. 생태계 회복과 자연의 자정능력을 키우는 것이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것이며 건강한 삶을 위해 꼭 해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따라서 시민의 건강한 삶을 위해서는 광주의 주요 생태자원인 광주천의 자연성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광주천은 공원으로서의 기능 뿐만 아니라 기후위기 시대 도시의 열섬현상을 완화해주고 바람길이 된다. 야생동물의 서식공간을 확보해주어 도시생태계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며 도시의 생물다양성을 보전해주는 중요한 기능을 하고 있다. 그동안 사람 중심의 친수 공간 조성이 광주천 관리정책의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좀 더 자연의 공간을 확장하는 방향으로 광주천의 관리정책을 전환해야 한다.

광주천 아리랑물길 환경정비사업이 여러 우려스러운 점에도 불구하고 '자연에게 돌려주는 구간'을 시범운영 하는 것은 참 반가운 일이다. 광주천 하류 400m 구간을 사람들의 통행을 제한하고 그에 따른 변화 과정을 모니터링함으로써 광주천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지 살펴볼 것이다. 그동안 구호로만 머물러 있던 '자연과 사람이 공존하는 광주천'을 위한 작지만 최초의 시도가 시작되는 것이다. 19.4km에서 400m 구간은 너무 짧다. 구간을 시청에서 광주천 합류점까지 확장할 것을 제안한다. 시범운영 기간 동안 생태계의 변화상은 물론이고 시민들의 인식의 변화, 불편함 등을 모니터링하고 시범운영의 결과와 효과 등을 분석하여 지속가능한 광주천 관리정책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광주천이 자연성을 회복하고 건강한 자연의 공간이 될 때 광주천은 맑은 공기와 시원한 바람으로 시민들에게 그 혜택을 돌려줄 것이다. 시민들의 생활과 삶을 더욱 건강하고 풍요롭게 할 것이다. 그래서 광주천을 자연에게 돌려주는 것은 궁극적으로 자연을 시민들에게 돌려주는 것임을 깨달아야 한다.



편집에디터 edit@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