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향기·김강>타임 오브 노 리턴: 코로나 신계급의 탄생
  • 페이스북
  • 유튜브
  • 네이버
  • 인스타그램
  • 카카오플러스
검색 입력폼
테마칼럼
문화향기·김강>타임 오브 노 리턴: 코로나 신계급의 탄생
김강-호남대 영어영문학과 교수
  • 입력 : 2020. 07.07(화) 12:58
  • 편집에디터

김강(호남대 영어영문학과 교수)

1956년 서울 명보극장에서 "堂堂"(당당)하게 개봉된 할리우드 영화 '돌아오지 않는 강'(River of No Return). 스크린 속 굽이치는 사나운 강물에 걸맞는 제목이다. 한번 휩쓸리면 도저히 돌아갈 수 없는 거센 물살처럼, 우연히 뒤틀어진 인생의 행로를 그저 따를 수밖에 없다는 은유적 표현이다.

한 신문의 홍보 포스터는 "雄大美麗(웅대미려)한 '카나다'의 대자연을 무대로 엮어지는 2인의 '건맨'과 情艶(정염)의 여인 … 1세기에 한번 태어나는 惱殺(뇌쇄)의 관능스타, 1세기에 한번 보는 魅惑(매혹)의 명작"이라고 핫하게 선전한다. 당대 '필름 누아르'의 영혼 '로버트 밋참'과 아직 스타덤에 오르기 전인 '마리린 몬로'가 캘리포니아 골드러시를 배경으로 타이틀 롤을 맡았다. 주제곡도 몬로가 거의 '裸婦(나부)의 상'으로 기타를 치며 불렀기에 격정적인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이 영화 제목이 느닷없이 떠오른 것은 다름 아닌 생판 부지의 신종 바이러스, 어느새 이름마저 지긋해진 '코로나19' 때문이다. 우리가 여태까지 익숙하게 누렸던 코로나 이전의 생활로 절대 돌아갈 수 없다는 '아포칼립틱'한 뉴스를 접하고 나서 부터다.

최근 한국은행의 보고서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경제주체의 행태가 달라질 것이며, 탈세계화, 디지털경제 전환으로 글로벌 교역이 위축되고, 노동 양극화, 소득분배 악화, 잠재성장률 하락 등을 겪을 것이라고 진단한다. 따라서 국가역할에 대한 국민의 기대는 높아져서 빅브라더 '큰 정부' 시대가 닥칠 거라는 겁나는 전망도 덧붙였다.

간단히 말하면, 내일은 각국의 장기적인 전염병 봉쇄로 인해 세계화에 역행하는 지역화와 자국보호주의가 강화될 것이며, 비대면 '언택트' 생존활동이 불가피하다는 예측이다. 교육도 '미네르바 스쿨'처럼 스마트 강의와 아날로그 공동체를 융합한 '스날로그 에듀'로 진화할 것이 분명하다. 경제와 문화, 정치도 마찬가지다. 디지털 갭이 악화되어 인공지능 AI 갭으로 변이되고, 이를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의 빈부격차는 더욱 심화될 것이다.

지금 바이러스는 글로벌하게 성장하는데, 인간의 삶은 오히려, 맥베스의 고뇌처럼, '방콕'에 '갇히고 감금되고 틀어박혀' 고립상태다. 불과 엊그제만 해도 우리는 '글로벌라이제이션'을 찬송하며 걸어서 세계로, 먼나라 이웃나라, 지구촌 한울타리를 들먹이지 않았던가! 그 누구도 가늠할 수 없었던 살벌한 역전이다.

사회적 불평등 연구자 로버트 라이시 버클리 캘리포니아대학 교수는 코로나로 인해 미국사회에 새로이 출현한 4개의 계급에 대해 설명한다. 첫 번째 계급은 '원격노동자'(The Remotes)다. 노동 인구의 35%에 해당한다. 이들은 노트북, 화상회의, 전자문서 활용에 익숙한 전문가, 관리자, 기술자로 위기를 가장 잘 견딜 수 있으며, 임금도 코로나 이전과 거의 동일하다. 두 번째는 '필수노동자'(The Essentials)이다. 간호사, 유아 및 요양시설 근무자, 요식업 종사자, 운전사, 경찰관, 소방관, 군인 등으로 전체 노동자의 약 30%를 차지한다. 위기상황에서도 꼭 필요한 일을 담당하기에 일자리를 유지하지만 감염의 위험을 견뎌야한다.

세 번째는 '무보수노동자'(The Unpaid)이다. 소매점이나 식당, 서비스업 근로자들로서 일부는 코로나로 무급휴가중이거나 직장을 잃은 계층이다. 가족의 생계부담에 시달리는 사람들이다. 마지막 계급은 '망각노동자'(The Forgotten)들이다. 감옥이나 수용소, 노동자 캠프, 인디언 보호구역, 노숙인 시설 등에 갇힌 사람들이다. 이들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불가능한 공간에서 실질적 감염에 처해있다.

라이시 교수는 원격노동자를 제외한 나머지 3개 계급은 대개 가난하고, 흑인이나 라틴계이며, 불균형적으로 코로나에 감염됐다고 분석하며, 계급 간 불평등을 완화하려는 치열한 노력을 주문한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나이 들고 가난할수록 사람대우를 못 받는다는 조사결과는 충격적이다. 차별이 심각함을 보여준다. '총, 균, 쇠'의 저자 재레드 다이아몬드 교수는 한국의 선제적 코로나 대응은 주목할 만하지만, 사회 불평등의 과제를 시급히 해결하라고 충고한다.

한편, 자본주의와 불평등의 역학관계를 파헤친 토마 피케티 파리경제대 교수는 중세의 흑사병이 봉건제를 무너뜨리고 사회변혁을 이룬 점을 예로 들며, 코로나 팬데믹에 적합하게 대응하면 공정하고 평등한 '사회적 국가'로 변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한다. 인류는 현재 불평등의 폭력과 대결 중이다. 신적인 인간 '호모 데우스'를 예견한 유발 하라리의 진단처럼, 세상은 전체주의와 자율주의, 국수주의와 국제연대의 기로에 서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인생은 항상 겨루기지만, 반드시 항상 이기는 것만 좋은 것이 아니고, 진 사람도 다시 이길 수 있는 사회, 그 사회가 좋은 사회이고 … 첫 번째로 최선을 다하시고, 정정당당하게 규칙을 지켜서 오늘 열심히 겨루세요."라고 초등학교 운동회에서 연설했다.

이제 우리가 돌아갈 수 없는 강은 사회적 불공평과 불의의 시간들이다. 인간은 늘 위기 속에서도 곧추 성장해왔다. 세찬 변화를 헤치고 '뉴노멀'의 시대를 건설하는 공동체적 협력과 지혜가 매우 절실한 순간이다.

편집에디터 edit@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