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통보다 못한 영광원전의 '형식적 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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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불통보다 못한 영광원전의 '형식적 소통'
김진영 사회부 기자
  • 입력 : 2020. 03.19(목) 14:09
  • 김진영 기자
김진영 기자
한빛3호기 외벽에서 철근이 나왔다. 긴급회의까지 소집됐다. 그러나 정작 철근은 중요한 것이 아니였다. 주민들이 분노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지역주민들의 규탄은 한빛본부의 소통 방식에 집중됐다.

한빛3호기 외벽에서 철근이 드러난 것은 지난해 11월. 그새 지역주민과 한빛본부 사이에 실무회의가 7차례나 열렸다. 그러나 한빛본부는 한 차례도 철근이 나왔다는 사실을 언급하지 않았다.

한빛본부 관계자들은 "나중에 알려려고 준비하고 있었다"고 항변하지만 주민들은 불신의 시선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사실 한빛본부의 불통 논란은 어제 오늘 문제가 아니다.

지난 2017년께 한빛4호기 증기발생기에서 망치가 나왔다. 증기발생기에 망치가 들어있다는 소문은 지역사회에 파다했다. 몇 차례 실제 문의도 이뤄졌다. 그러나 한빛본부 관계자들은 증기발생기 교체 시점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이유로 모르쇠로 일관했다. 결국 뒤늦게 망치가 있다는 사실을 시인했다.

당시 한빛본부 관계자들은 "소통방식을 획기적으로 바꾸겠다"고 호언장담했다. 그러나 장담은 오래가지 않았다. 그해 9월 한빛5호기 핵연료건물 외벽에서 공극이 확인됐다. 이를 한빛본부측이 5년전부터 알고 있다는 사실도 알려졌다. 주민들은 한빛원전의 불통을 규탄하는 범군민결의대회까지 열었다.

불통 논란은 지난해에도 여전했다. 한빛1호기에서 무자격자의 운전으로 열출력이 급등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유래 없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고도 열 출력 이상, 무면허 운전 등 주요사항은 원안위가 이를 공개할 당시까지 알려지지 않았다.

사건이 불거질 때마다 한빛본부는 매번 "소통방식을 바꾸겠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효과는 그때 뿐. 반복되는 불통에 원전에 대한 신뢰 역시 땅에 떨어진 형국이다.

불통은 혹독한 대가로 돌아오고 있다. 원전을 돌리지 못한 것이 벌써 1000일을 넘겼다. 구조물 안전진단 평가 방식에 대한 '불통'논란으로 갈등이 이어져 아직 한 발자국도 떼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한빛본부 역시 할 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관계자들은 "국가 기밀시설 특성상 소통을 하고 싶어도 제대로 할 수 없다"며 답답한 속내를 드러낸다. 그러나 이는 한빛본부의 생존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해결해야만 하는 숙제다.

국가 기밀시설이라는 이유로 채질개선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원전을 둘러싼 오해와 불신은 점차 커질 것이고 지속가능성도 더 이상 담보할 수 없다.

원전이 바꿔야할 소통 방식은 단순히 형식적인 수준에 그쳐선 안된다. 공염불에 그치지 않기 위해선 전방위적 개혁을 통한 근본적 체질개선이 필요하단 소리다.

김진영 기자 jinyou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