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 문화계에 '우먼파워'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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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광주·전남 문화계에 '우먼파워' 기대된다
  • 입력 : 2020. 01.01(수) 17:47
  • 최황지 기자

2018년 전 세계를 강타한 '미투(Me too·나도 말한다)'는 문화계에도 큰 파장을 일으켰다. 사회적으론 무대 아래 숨겨져 있던 '어두운 관행'이 드러나 충격을 줬다. 반면 문화계에서 여성의 역할을 조명하는 긍정적 기류도 형성됐다. 그 덕분에 지난해에는 주목받지 못했던 광주·전남지역 여성 문화·예술인들의 가치관과 열정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2010년, 평범한 주부 5명이 만든 '광주여성영화제'는 지난해 10주년을 맞았다. 우여곡절을 거치면서도 10년 동안 이어온 '장기영화제'로 자리 잡으면서 지역 문화계가 광주여성영화제를 다시 주목 했다. 1회 때만해도 3일 간 20여편의 장·단편 영화를 상영했으나 작년엔 6일간 국내·외 장 단편 50편을 상영했다.

특히 지역과 여성을 결합한 프로그램도 인상적이었다. 전남대를 졸업한 뒤 "광주에서도 영화를 찍을 수 있다"는 열정으로 무장한 허지은 감독을 영화제가 집중 조명하며 지역의 예비 영화감독들에게 새로운 미래를 제시했다. 국내를 대표하는 여성 감독인 변영주 감독을 초청하는 등 영화제의 힘을 보여줬다. 이 공간은 지역성을 넘는 '여류 소통'의 공간이 됐다.

광주여성영화제측은 올해 경쟁 부문을 신설해 전국을 무대로 더욱 경쟁력있는 영화를 영화제에 선보일 예정이다. 광주에선 10년 이상 존재하는 유일한 영화제인 만큼 경자년에는 더욱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우먼파워'를 선보이는 광주시립발레단의 최태지 예술감독의 행보도 놀랍다. 그는 지난해 대한민국예술원상 무용 부문 수상자로 선정됐다. 이 상은 1955년부터 탁월한 창작 활동으로 예술 발전에 이바지한 예술인에게 수여하는 상이다.

발레의 불모지인 광주에서 꾸준히 시민들에게 친숙한 무대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도 흥미롭다. 최근 광주여성가족재단이 발표한 '문화예술 및 스포츠 관람 비율'에 따르면 광주는 남·여를 통틀어 무용 부분 관람이 여성 1.5%, 남성 1.0%를 기록할 정도로 극히 저조하다.

이런 상황에서 최 감독은 창의적 발상으로 발레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다. 그는 클래식 발레에 인문학 강연와 해설을 곁들인 '알기 쉽게 설명 해주는 발레 무대'를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덕분에 지난 연말 인문학 강연이 첨가된 '호두까기 인형' 공연은 4회차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

더불어 지난해에는 베니스 비엔날레 심사위원에 선정된 김선정 광주비엔날레 대표이사, 여성으로만 구성된 여성 사회인 야구단 '스윙이글스'도 큰 주목을 받았다.

2020년의 해가 밝았다. 올해도 작년처럼 지역 여성 문화인들이 더욱 큰 족적을 남기기를 기대해 본다.

최황지 기자

최황지 기자 orchid@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