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돈삼의 마을이야기> 장성 황룡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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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돈삼의 마을이야기
이돈삼의 마을이야기> 장성 황룡마을
이돈삼/여행전문 시민기자·전라남도 대변인실
  • 입력 : 2019. 12.12(목) 11:04
  • 편집에디터

황룡강변에서 본 요월정원림과 원황룡마을 (

계절이 겨울의 복판으로 향하고 있다. 절기상 대설도 지났다. 그럼에도 아직껏 제대로 된 눈 구경을 못했다. 한낮엔 햇볕 좋은 가을날 같기도 하다.

지난 가을 노란꽃잔치를 벌였던 '옐로시티' 장성으로 간다. 장성은 전국 자치단체 가운데 처음으로 지역브랜드에 색깔 마케팅을 도입했다. 지역을 노란색으로 디자인하면서 색채도시로 변화를 꾀하고 있다. 그 중심에 황룡강이 있고, 황룡에 얽힌 전설이 있다.

전라남도 장성군 황룡면 황룡마을. 겉보기에 평범한 농촌마을이다. 하지만 주민들의 자부심은 여느 마을보다 크다. 마을이름이 장성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자리 잡으면서다.

황룡과 관련된 전설도 두 가지가 전해진다. 옛날 황룡마을의 요월정 앞 연못에 용 두 마리가 살았다. 용은 하늘로 올라가려고 지성을 다해 100일 기도를 드렸다. 드디어 100일째 되는 날, 용이 승천하려고 용틀임을 하고 있었다. 때마침 샘에서 물을 긷던 한 처자가 이 광경을 보다가 실수로 한 마리의 꼬리를 밟아버렸다.

한 마리는 무난히 하늘로 올라갔다. 하지만 꼬리를 밟힌 다른 한 마리는 승천하지 못하고 연못으로 다시 떨어져버렸다. 승천하지 못한 용이 지금도 용소에 살면서 하늘의 부름을 기다리고 있다는 얘기다. 용이 떨어졌던 바위가 '용바위'다. 요월정 앞에 있다.

다른 전설도 있다. 옛날, 마을 앞으로 흐르는 강에 황룡이 살았다. 용은 해질 무렵 사람으로 변신해 마을로 내려왔다. 시나브로 마음 따뜻한 사람들을 좋아하게 됐다. 용은 형편이 어려운 주민을 도와주고, 덕을 쌓은 주민의 소원도 들어주며 마을을 지켰다. 나중에 용이 지역의 최고책임자가 돼 태평성대를 이끌었다는 얘기다.

황룡마을은 원황룡과 북촌을 중심으로 내황, 다산, 회사촌, 부흥 등 6개 자연부락으로 이뤄져 있다. 광산김씨 집성촌으로 한때 60여 가구가 살았다. 지금은 40여 가구가 살고 있다. 주민들은 큰 인물이 많이 나왔다는 자긍심을 갖고 있다. '황룡에서 인물자랑하지 말라'는 얘기도 전해진다.

청렴한 공직자로 소문 난 김황식 전 국무총리의 태 자리가 이 마을이다. 광산김씨 문숙공파로 김흥식 전 장성군수, 김필식 동신대 총장과 한집에서 나고 자랐다. 김 전 총리의 아버지 김원만 씨는 장성향교의 전교를 지냈다.

광산김씨 직장공파 김영하 씨도 있다. 일제강점 때 마을에 형설학원을 세우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줬다. 마을 앞 요월정 주차장에 김영하·김흥식 두 사람을 기리는 송덕비가 따로 세워져 있다.

황룡마을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 요월정원림(邀月亭園林)이다. 요월정원림은 500여 년 전 명종 때 공조좌랑을 지낸 김경우(1517-1559)가 산수와 벗하며 풍류를 즐기려고 지었다. 공조는 육조(六曹) 가운데 하나로, 공장과 건축 관련 분야를 관장했다.

요월정은 정면 3칸, 측면 3칸의 팔작지붕 모양을 하고 있다. 뒤로는 옥녀봉이 눈에 들어오고, 앞으로는 황룡강과 탁 트인 들판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배산임수의 지형을 보인다. 정자 주변에는 소나무와 배롱나무 고목이 숲을 이루고 있다. 주변 풍광이 빼어나다. 꽃잎과 이파리를 모두 떨군 겨울에도 여전히 아름답다.

여름에는 요월정을 둘러싸고 있는 배롱나무가 진분홍 빛깔의 꽃을 피워 황홀경을 연출한다. 여름 내내 100일 동안 붉은 꽃을 피운다고 '백일홍나무', 벼가 익어 갈 무렵부터 붉은빛이 바래며 쌀밥을 먹을 때가 된다고 '쌀밥나무'로도 불리는 나무다. 한때는 약재로 쓰려고 주민들이 많이 베어갔다. 아이를 낳지 못한 사람이 먹으면 특효가 있다고, 밤에 몰래 황룡강을 건너 나무를 베어가기도 했다.

배롱나무와 어우러지는 요월정은 예부터 천하에서 빠지지 않는 명소였다. 하서 김인후, 고봉 기대승 등 당대의 명사들도 여기서 풍류를 즐기며 시를 읊었다. 김경우의 후손 김경찬은 이 풍경을 찬양하며, 황룡을 '조선 제일'이라 표현했다.

여기에 얽힌 일화도 재밌다. 김경찬이 요월정 풍광을 보고 '조선 제일'이라 했던 것이, 어쩌다 임금의 귀에까지 들어갔다. 화가 난 임금이 김경찬에게 '네가 사는 곳이 조선에서 제일이면, 내가 사는 한양은 그 다음이냐'고 물었다. 김경찬은 거리낌 없이 '천하 제일'이라고 답했다. 재치 있는 답변으로 화를 면한 김경찬은 어사주까지 하사받았다. 임금도 시기할 정도로 조선 제일의 풍경을 지닌 황룡마을이다.

마을에 낙화암(落花岩)도 있다. 정유재란 때 얘기다. 남정네들은 다 전쟁터로 나가고, 부녀자들만 남은 마을에 일본군이 쳐들어왔다. 부녀자들은 '일본군한테 능욕을 당하느니, 차라리 죽겠다'며 요월정 앞 바위에서 물속으로 몸을 던졌다. 후대 사람들이 그 바위를 부여 낙화암에 견줘 장성 낙화암으로 불렀다. 〈장성읍지〉에 실려 있는 내용이다.

당시 부녀자들이 몸을 던진 강물은 지금 수생식물원이 돼 있다. 여름이면 연꽃과 수련, 물옥잠, 창포, 붓꽃, 부들, 털부처꽃이 활짝 피어 발길을 붙잡는다.

주빈이 아닌 조연이지만, 요월정 옆에 있는 종회각(宗會閣)도 사철 빛난다. 한때 광산김씨 문숙공파의 모임장소였다. 때로는 제사도 지내던 집이다. 종회각이 옮겨진 뒤 오랫동안 방치됐다. 11년 전부터 원로예술인 이수월(78) 씨가 들어와 살면서 꽃대궐로 가꾸고 있다. 요월정원림을 더욱 빛나게 하는 집이다.

마을에서 옥의 티도 있다. 황룡권역 개발사업 때 만든 시설물이 곳곳에 방치돼 있다. 멀쩡한 것은 그때 지은 마을회관 뿐이다. 사업은 지난 2005년부터 2009년까지 농수산식품부 주관으로 추진됐다. 예산이 수십 억 원 들어갔다. 마음이 아프다.

이돈삼/여행전문 시민기자·전라남도 대변인실

황룡강변에서 본 요월정원림과 원황룡마을 (

황룡마을 전경

황룡마을 전경

황룡마을 전경

황룡마을 전경

황룡마을 전경

방치된 황룡권역 개발-북촌마을

방치된 황룡권역 개발-북촌마을

방치된 황룡권역 개발-북촌마을

방치된 황룡권역 개발-북촌마을

김영하, 김흥식 공덕비

김황식 전 총리 생가 터

요월정

요월정

요월정

요월정원림과 낙화암

요월정원림의 소나무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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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월정원림의 소나무숲

요월정으로 오가는 길

요월정으로 오가는 길

요월정으로 오가는 길

요월정으로 오가는 길

요월정으로 오가는 길

요월정의 여름

요월정의 여름

요월정의 여름

요월정지키미 이수월 씨와 그의 집

요월정지키미 이수월 씨와 그의 집

요월정지키미 이수월 씨와 그의 집

원황룡마을 수변공원

이돈삼/여행전문 시민기자·전라남도 대변인실

편집에디터 edit@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