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상 위 스키장·암벽등반·등산로… 쓰레기 처리장의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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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행정
옥상 위 스키장·암벽등반·등산로… 쓰레기 처리장의 변신
친환경 도시 광주 만들자 <9> 덴마크 코펜하겐 ‘아마게르 바케’||시 '탄소 제로' 정책 일환… 폐기물 태워 전기・열 생산||인근 네 개 지자체 공동 건설…난방 에너지 98% 공급 ||친환경 처리장… 필터·정화 기술로 오염물질 최소화 ||
  • 입력 : 2019. 09.08(일) 16:01
  • 박수진 기자
덴마크 코펜하겐에 위치한 친환경 쓰레기 처리장 '아마게르 바케' 수네 매니저가 쓰레기 처리장 옥상에 들어선 스키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수진 기자
동네에 쓰레기 처리장이 들어선다면, 반기는 이가 몇이나 될까. 쓰레기 처리장 하면 대부분 혐오시설이라는 인식이 크다. 그런데 쓰레기 처리장 옥상에 스키장과 암벽등반·등산로가 생긴다면 이야기는 크게 달라질 것이다.

발상의 전환으로 쓰레기 처리장을 지역의 관광명소로 탈바꿈한 곳이 있다. 지난 2017년 덴마크 코펜하겐에 문을 연 '아마게르 바케'(Amager Bakke)다. 언덕 같은 모양 같다고 해서 '코펜힐(CopenHill)'이라고도 불린다. 구릉지나 산이 없고, 평지가 대부분인 코펜하겐에 인공산을 만들고 스키장과 암벽등반, 등산로를 조성한 것이다. 인근 주민들은 동네 뒷동산 오르듯, 편하게 걸어 올라와 스키와 암벽등반을 즐길 수 있다.

이곳은 2025년까지 탄소 중립 도시로 거듭나겠다는 코펜하겐시의 친환경 전환 정책에도 크게 일조하고 있다. 폐기물을 태워 전기, 열을 생산해 내는 '친환경 쓰레기 처리장'으로서, 풍력과 태양광 발전 등 재생 에너지를 보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쓰레기를 태우는 곳이지만, 미세먼지 배출 걱정도 필요없다. 각종 필터와 정화 기술을 갖춘 최첨단 시설을 구비해, 오염물질을 최대한 적게 만든다. 세계에서 가장 깨끗한 열병합발전소로 꼽히는 이유다.

● 쓰레기 처리장 옥상 위 스키장·등산로

덴마크 코펜하겐 시내에서 차로 10분 정도 떨어진 곳에 '아마게르 바케'가 위치해 있다. 멀리서 바라본 아마게르 바케 외관은 독특했다. 지붕이 뾰족뾰족한 은색 건물은 마치 미술관 같기도 하고, 박물관 같기도 했다. 이 곳이 쓰레기를 에너지와 자원으로 만드는 열병합발전소라니, 믿겨지지 않았다. 덴마크에서 가장 유명한 건축가인 자크 잉겔스가 디자인한 건물다웠다.

'아마게르 바케'는 본래 쓰레기를 태워 없애는 폐기물 처리장인 '아마게르 자원센터(ARC∙Amager Resource Center)'였다. 지난 49년간 폐기물 처리장으로 이용되던 이곳이 수명이 임박하자, 발전소를 새로 지어야 했다. 2011년 흉물스러워진 기존의 폐기물 연소 발전소 대신, 새롭게 바꿀 건물의 디자인 아이디어를 공모했다. 여러건의 아이디어 중 잉겔스 건축가의 회사 BIG 제안이 채택됐다. 쓰레기 처리장 여러동을 높은 순서대로 세운 뒤, 그 위에 초록색의 스키 슬로프를 얹는 방식이었다.

아마게르 바케 안으로 들어서니, 쓰레기 처리장 발전 시설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공간과 교육시설이 마련돼 있다. 엘레베이터를 타고 옥상으로 올라갔다. 산이 없는 덴마크에 코펜하겐 도심 한가운데 스키장이 만들어져있다. 새하얀 눈 대신 초록색의 플라스틱 소재 합성 물질이 깔려있었다. 건물 지붕 위에 넓이 200m, 높이 85m의 슬로프 위로 네베플라스트라는 푸른 합성 소재다.

아마게르 바케는 스키를 즐기는 덴마크 코펜하겐 지역민들에게 큰 선물을 선사했다. 덴마크는 산이 없는 평지인 까닭에 스키장이 없어, 매년 50만여 명이 스키를 타러 노르웨이, 알프스 등으로 떠나는 상황이었다. 특수 마감재로 설치된 스키 슬로프로 인해 사계절 스키를 탈 수도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인공 암벽 등반로도 마련됐다. 85m 높이의 북쪽 수직 벽 중 일부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인공 암벽으로 꾸며졌다. 암벽에는 진짜 산처럼 다양한 장애물을 설치해 실제 암벽을 오르듯 즐길 수 있다.

스키 슬로프 옆에는 3000 ㎡ 녹지를 확보해 덴마크에서 유일한 등산로를 조성했다. 등산로 주변에는 산딸기 등 야생 식물들이 자라나고 있었다. 등산로마다 쉼터를 조성해 잠시 숨 돌릴 곳도 제공한다.

아마게르 바케 꼭대기에는 코펜하겐 시내가 한 눈에 들어오는 전망대가 자리를 잡고 있었다. 전망대에 올라서니 한쪽에는 코펜하겐 시내 중심가가 보이고, 반대편에는 공업지대가 눈에 들어온다. 이 곳에 서면, 코펜하겐이라는 도시의 모든 것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코펜하겐시 '탄소 중립 정책' 큰 역할

'아마게르 바케'는 2025년까지 탄소 중립 도시로 거듭나겠다는 코펜하겐시의 친환경 전환 정책의 일환이다. 코펜하겐과 인근 네 개의 지자체가 공동으로 6억6000만 달러(7000억여 원) 를 투자해 2017년 3월 가동을 시작했다. 60만명 주민과 6만8000곳 사업장에서 배출되는 폐기물을 소각한다. 소각량은 하루 평균 40만 톤에 달한다.

쓰레기를 태울 때는 섭씨 950~1100도에 달하는 열이 발생한다. 이 열로 고압 증기를 만들어 전기를 만들거나 온수를 끓여 지역난방수로 공급한다. 코펜하겐시가 쓰는 난방 에너지 중 98%에 달하는 양이다.

각종 필터와 정화 기술로 오염물질도 최대한 적게 만든다. 이산화황(SO₂) 배출량은 99.5%, 질소산화물(NOx) 배출량은 90% 가량 줄였다. 이산화탄소(CO₂) 배출량 감소분은 연간 10만톤이 넘는다. 123m 높이 아마게르 바케 굴뚝에도 오염 물질을 제거하는 장치가 돼 있어 사실상 굴뚝에서는 연기가 나오지 않는다.

아마게르 바케는 2020년부터 석탄을 완전히 버리고 바이오매스만 태우는 탄소 중립 발전소 BIO4로 거듭날 계획이다. 현재는 석탄과 바이오매스를 함께 태우고 있다.

아마게르 바케 수네 매니저는 "아마게르 바케는 도시에서 쏟아지는 쓰레기를, 다른 유용한 난방열로 전환하고 있다"면서 "각종 필터와 정화 기술로 인해 쓰레기를 태우는 과정에서 오염물질 배출도 최소화하고 있다. 현재는 발생되는 CO₂를 재사용하는 방법도 연구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 교육·여가의 장으로 탈바꿈

아마게르 바케는 단순히 열병합발전소를 넘어, '교육과 여가의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현재 아마게르 바케 옥상에 마련된 코펜힐은 스키장을 시범 운영 중에 있으며, 올 겨울쯤이면 전면 개장할 예정이다. 그동안 스키를 즐기던 덴마크 주민들이, 10시간 가까이 걸려서 스키를 타러 가는 대신 이제는 10분이면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아마게르 바케 관계자들은 매년 30만 명이 스키장 등을 이용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아마게르 바케 스키 슬로프 덕분에 스키가 값비싼 스포츠라는 인식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도 전망했다. 국제 경기에 나가는 스키 덴마크 선수의 연습 장소로도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도 기대된다.

이 때문에 지역 주민들과, 학교, 타지자체, 타국에서 아마게르 바케를 찾는 이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이곳에는 매년 8000여명 가량이 찾고 있으며, 이 중 4000여명은 코펜하겐 등 인근 학교에서 학생들이 찾고 있다. 이들은 발전소 시설을 견학하고, 활동을 들으며 옥상으로 올라와 전망대와, 스키장, 등산로 등을 둘러본다.

아마게르 바케 수네 매니저는 "발상의 전환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아마게르 바케가 여실히 증명해주고 있다"면서 "기존의 혐오시설이라고 인식하던 쓰레기 처리장 안에 스키장과 등산로, 전망대가 자리하게 되니, 교육과 여가 시설로 탈바꿈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박수진 기자 sujin.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