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덕(德) 네탓' 그리고 청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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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일칼럼
'내덕(德) 네탓' 그리고 청년경제
  • 입력 : 2019. 05.06(월) 14:34
  • 박간재 기자
"이러다 민주당이 또 경제를 잘못해서 정권을 빼앗기는 건 아닐까요. 요즘 장사하는 사람들마다 죽는소리만 하니 걱정됩니다."

얼마전 점심 자리에서 경제 관련 기관장이 했던 얘기다. 가볍게 소소한 일상을 얘기하는 자리라서 편안하게 시중의 얘기를 전해줬을 터다.

두가지 면에서 놀랐다. 아직도 사업실패를 정권탓으로 돌리는 사람들이 있다는 점에서 놀랐다. 적어도 그 지위에 있는 분이라면 모두가 경제난을 정권 탓으로 돌릴 때 정권 탓 하지 말고 '자신의 사업수완과 사업 아이템이 시대에 뒤떨어진 것은 아닌 지 재고해 보라'는 따끔한 충고를 해주는 게 그의 소임이 아니었을까. 무조건 정권탓으로 돌리는 그들을 설득시킬 책임에서 외면했거나 아니면 그 역시 관련 지식이 전무한 듯했다.

내 장사가 안되는 건 잘못 뽑은 대통령 때문이라는 프레임이 먹힐 때가 있었다. 부끄러운 과거다.

지난 김대중·노무현 정부 당시 야당과 일부 언론은 무차별적 비난전에 힘을 쏟았다. 조롱, 경멸, 왜곡이 끊이지 않았다. 정작 그 이전 정권이 IMF 사태를 초래했음에도 그건 중요치 않은 듯했다.

두 정권을 비난하며 쏠쏠한 재미를 봤다. 그 덕분에 다 알다시피 지난 10년간 두 명의 보수 지도자가 거쳐 갔다. 그들이 집권하던 시대 역시 경제가 나아졌다는 얘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다시 정권이 바뀌고 문재인 정부가 들어섰지만 기대와 달리 경제가 살아나지 않자 또다시 정권을 탓하는 목소리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 기대했던 바와는 달리 경제가 살아나지 않자 비판으로 돌아선 것은 이해할 만하다. '5000년 역사에서 경제가 좋아진 적은 없다'는 어느 호사가의 얘기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내 살림, 내 사업이 어려워진 원인을 나라 탓으로 돌려서는 답을 찾을 수없다.

지나간 시절, 잘잘못을 따져보자는 얘기는 아니다.

필자가 본보(매주 월요일자 16면 '스타트업 상생으로 창업성공 꿈꾼다')에 게재하며 만나본 청년 창업자들의 마인드는 기성세대와는 달랐다. 어느 누구도 남 탓을 하지 않았다. 기존 세대의 푸념이던 '사업 성공은 내 덕이요 사업 실패는 정부 탓이라'' 는 류의 하소연은 들어보지 못했다. 사업실패의 원인을 국가와 정당이 아닌 사업 아이템을 잘못 선택한 자신들의 탓으로 돌렸다.

그들은 20대 후반~40대 미만으로 한번 이상의 창업에 실패한 경험이 있다. 세번 실패한 청년은 '데스밸리'에 추락했던 경험을 담담히 들려줬다.

그는 "이 사업 직전에 반려묘 사업을 했어요. 반려견·반려묘 열풍에 편승했다는 게 정확한 표현일 겁니다. 오픈하고 얼마 안돼 "아차" 했습니다. 고양이를 키워본 적이 없었거든요. 사업은 잘 됐지만 서둘러 접었습니다. 고양이와 소통해 본 적 없는 경험으로 결코 이 사업의 성공을 자신할 수없었습니다."

수도권보다 경제기반이 열악한 광주에서 사업하는 이유를 물었다. 그들의 답변은 의외였다. "광주 경제의 패러다임을 바꿔보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제조업 중심의 광주경제가 향후 10년 후면 깜짝놀랄만하게 달라져 있을 것이라는 게 그들의 생각이다.

한 청년대표의 말이 설득력 있게 들렸다.

"광주는 제조업 중심의 기업이 대부분 입니다. 광주경제의 중심에는 기아자동차와 삼성전자가 있지만 10년 뒤에는 다른 기업들로 바뀌어 있을 지도 모릅니다. 기아자동차가 현상태를 유지할 수 있을까요. 전기차를 넘어 수소차 시대가 오고 있는 데 화석연료차를 생산하고 있지는 않을 겁니다. 냉장고, 에어컨을 조립하는 삼성전자 역시 바뀌게 될 겁니다. 가전에서 공기산업으로 급격하게 바뀌고 있는 시대적 흐름에 따라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죠. 이들의 자리에 기존의 업태와는 다른 청년창업, 공기산업, 수소차 관련 업종으로 전환돼 있지 않을까 전망해 봅니다."

그들의 얘기는 늘 흥미진진 했다. 마치 반전 드라마를 닮았다. 30대 중후반 연령이지만 사업 마인드와 철학은 노회한 사업가와 비교해도 뒤쳐지지 않았다.

어느 누구도 탓하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길을 찾아 나가는 그들의 사업 마인드가 대견해 보였다.

그러고보니 조만간 퇴임하는 지역건설업체 대표의 말이 잊혀지지 않는다. '후배 경제인들에게 경영 노하우 한가지를 부탁한다'는 말에 들려준 답변이다.

"경제가 어렵다고 천수답에 비가 와서 물이 채워지기를 기다리지 말고 새로운 사업 아이템인 블루오션을 찾아보기 바랍니다. 소비자의 입맛에 맞는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자가 성공한 기업가로 자리매김 될 것입니다."





박간재 기자 kanjae.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