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두 체제 갈등이 불러일으킨 모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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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남북 두 체제 갈등이 불러일으킨 모순
 북한전문 사진가 노순택, 광주시립미술관서 ‘핏빛파란’전||붉은틀 연작 비롯, 데마고기, 애국의 길, 분단인 달력 등 대표작 전시
  • 입력 : 2018. 09.09(일) 16:27
  • 박상지 기자

데마고기

노순택 사진작가는 비정상적으로 작동하는 오작동의 현장에서 사진 작업을 하는 이로 알려져 있다. '제주 강정마을' '진도 팽목항' '서울 광화문 광장' '평택 대추리' '화성 매향리 농섬' 전국 곳곳 노동자들의 고공 농성장까지. 비상식적인 일들이 벌어지는 현장은 마치 우리들의 민낯인 것 마냥 그의 앵글 속에 담아져 왔다.

노 작가는 오작동의 근본적인 원인을 남북분단에서 찾는다. 남북한의 지배 권력은 분단을 내세워 예외적 상황임을 강조하며 사회구성원의 기본권마저 무시하는 오작동의 현장을 끊임없이 생산해낸다.

광주시립미술관은 우리 분단의 현실을 풀어내는 작업을 해 온 노순택 작가를 초청해 오작동의 원인을 보여주는 전시를 마련했다.

2018광주비엔날레 기념 사진전으로 마련되는 이번 행사는 비엔날레 폐막일인 오는 11월 11일까지 광주 문화예술회관 내 광주시립사진전시관에서 열린다.

노 작가는 2014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주최한 올해의 작가상에 사진 부문 최초로 선정된 작가로, 다큐멘터리 사진 분야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사회 갈등 최전선 현장을 포착하고 고발하는 작업을 해왔는데 특히 '분단의 오작동', 즉 남북한 두 체제의 갈등이 각 체제에 불러일으킨 모순점들을 파헤쳐 왔다.

이번 전시의 주제인 '핏빛 파란'은 탄압과 고립을 통해 3대 세습체제를 공고히 해온 북한은 물론 자유와 민주를 추구하는 남한에서조차 체제 유지를 위해 폭력과 강요가 자행되었음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최연하 사진 전문 독립 큐레이터이자 평론가는 "'성실'한 사진가 노순택이 분단 이후 '실성'한 시대상을 '넝마주이'처럼 수집한 장면들은 사진의 형식뿐만 아니라 그의 사진에 의해 표상된 우리 시대의 역사적 삶과 실제 상황에 대한 상호 교차적 통찰을 하게 한다"고 평했다.

이번 전시는 노 작가가 보여주는 분단 현장 고발 사진뿐 아니라 직접 작성한 텍스트들을 통해 분단의 모순과 오작동을 관람객들로 하여금 깊이 공감하게 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본 전시의 메인 주제인 '붉은틀' 연작은 총 3장으로 구성됐다. 북한 속의 북한, 남한 속의 북한 그리고 북한에서 만난 북한인과 남한인의 만남 장면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남북한 내에 분단의 모순과 갈등이 어떻게 내재되어 있는 지를 사진과 텍스트들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또 속칭 '삐라' 살포 현장을 포착해 남북한 선전전(宣傳戰)의 아이러니를 보여주는 '데마고기', 보수 우익 단체 시위 현장 사진을 통해 진정한 애국의 길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해주는 '애국의 길', 분단 이래 분단 관련 사건을 빼곡히 적어놓은 달력인 '분단인 달력', 중국에서 북한 접경지역을 달리는 버스 안에서 북한을 바라보며 찍은 사진들로 이루어진 '분단인 멀미', 연평도 포격 및 천안함 사건현장을 직접 방문해 우리가 진정으로 분노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게 하는 '잃어버린 보온병을 찾아서'와 '가면의 천안 함'의 연작으로 구성됐다.

작가노트에서 노 작가는 "학동시절부터 북한괴뢰집단에 대한 얘기를 지긋지긋하게 들어온 터라 그들이 대체 누구인지 호기심을 품어왔다"며 "북한괴뢰집단을 잡아먹으려 드는 우리는 대체 누구인지 호기심을 하나 더 품게 됐다"고 밝혔다.

붉은틀

분단인 달려

노순택

박상지 기자 sangji.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