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은 세계 공동체에 심각한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 전쟁은 2013~2014년에 있었던 우크라이나 키이우 독립광장(마이단) 사건과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다. 이 사건은 국가 권력 변화로 이어졌을 뿐만 아니라 우리가 지금 목격하고 있는 지정학적 위기의 촉매제가 되었다. 분명히 2013~2014년에 우크라이나에서 무슨 일이 어떻게 일어났는지 고려하지 않고는 왜 2014년에 크림반도가 러시아에 합병되었고 돈바스 전쟁이 일어났는지 지금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이 일어나고 있는지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2013년...
2023.11.02 13:17판소리 중 어미 잃은 심청이를 안고 동냥젖 얻어 먹이는 장면에 지팡이가 등장한다. 영화나 연극 따위의 풍경을 고려한다면, 지팡이 짚고 더듬거리는 이 장면이야말로 ‘프롤로그’에 해당한다. 누군가 심청가를 영화나 음악으로 재구성할 때는 참고해도 좋겠다. 서사의 얼개로 본다면 심청이가 첫 이레를 지나지 않은 점을 주목해야 한다. 대문에 걸어둔 금줄을 세이레 지나고 나서야 걷어내는 이유가 있다. 모친의 죽음과 심청의 출생은 ‘죽고 살고’라는 사건의 배치라는 점에서 내가 늘 주목하는 방식이고 장면이다. 이야기의 전개에서 심학규는 늘 지팡이...
2023.11.02 12:59촛불을 들었다 그날만은 아니지만 우리는 버릇처럼 촛불을 들었다 답답한 마음에 거리에 나갔고 누가 시켜서도 아닌데 어린 자식들 손길에 이끌리듯 하나 둘 촛불을 들고 모여들었다 누구를 타도하기 위해서인가 나라를 걱정해서인가 아니면 하늘이라도 원망하기 위해서인가 이제 좀 나아지는가 이제 좀 살만한 세상 오는가 싶었고 이제 골목길에서도 술맛 나는 세상 오는가 싶었지만 악귀의 무리들은 소나기를 피해갔고 역시 믿을 놈은 없었으며 어리석은 민중은 또 ...
2023.11.02 12:423000년 전에 세워진 도시 이탈리아의 로마는 고대, 중세 세상의 중심이었다. 도시 전체가 박물관인 이곳은 유럽의 정치·사회·문화 등 전 분야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고, 세계 최고의 건축물과 문화유산으로 가득 차 있다. 그중 아름다운 야경으로 사랑을 받는 산탄젤로 성(천사의 성, Castel Sant’Angelo)은 푸치니의 오페라 의 3막에서 여주인공이 뛰어내리는 성벽이 배경이기도 하다. 이탈리아 로마를 배경으로 하는 오페라 는 단 하루 사이에 로마에서 펼쳐진 치정과 격정의 드라마이다. 1800년 6월 17일부터 다음 날 새벽 ...
2023.10.26 14:10병신춤이라 부르지 마오/ 불행하고 가난한 사람/ 병들어 죽어가는 사람/ 장애자들/ 내 동생/ 어린 곱사 조카딸의 혼이/ 나에게 달라붙어요/ 오장 육부가 흔들어 대는 대로/ 나오는 춤을 추요 역설적이다. ‘병신춤’으로 유명해졌고 우리 사회와 교감했으며 'ᄆᆞᆷ'(몸과 마음의 합성어로 내가 사용하는 용어) 비틀어 한 시대의 역사를 써 내려간 분인데, 정작 ‘병신춤’을 입에 올리기라도 하면 화부터 냈다. 왜 그랬을까? 백승남이 진솔하게 집필한 단행본 제목에 그 이유가 들어있다. 『춤은 몸으로 추는 게 아니랑께』(주/우리교육,...
2023.10.26 13:08산골짜기 비탈진 곳에 박혀 있는 다랑이가 정겹다. 좁고 긴 논배미가 누렇게 물들었다. 벼를 거둘 때가 가까워졌음을 직감한다. 마을 안길을 돌아 산자락으로 들어서니 길이 가팔라진다. 자동차도 숨을 몰아쉰다. 운전대를 잡은 두 손에 힘이 들어간다. 산등성이가 높다. 지리산의 형제봉과 왕시루봉이 섬진강 쪽으로 뻗은 능선이다. 노고단은 먼발치에 병풍처럼 펼쳐져 있다. 동쪽과 서쪽, 북쪽이 전부 산으로 둘러싸여 있다. 골과 골 사이도 깊다. 맑고 깨끗한 물이 계곡을 따라 흐른다. 계곡이 10㎞가량 된다. 용소폭포도 비경이다. 산...
2023.10.19 14:53올해 글쓰기의 시작을 목포대 도서문화연구원 40주년 기념 기조발표로 시작했다. 우리나라 작은 섬들의 이름을 ‘한국의 지명총람’에 기대어 분석하여 씨줄 날줄로 엮어본 것이다. 안섬과 바깥섬의 ‘토폴로지(topology)라 표현했다. 본래 수학적 개념이지만 인문지형의 형질이나 지세를 설명하기 위해 내가 차용한 것이다. 길고 짧고 크고 작고 높고 낮거나 위아래 오른쪽 왼쪽의 대칭을 들어, 섬 이름을 정하고 마치 음양(陰陽)이나 천지(天地)처럼 쌍으로 겹으로 혹은 흥부네 아이들처럼 순서를 지어 명명했음을 알 수 있었다. 한 편의 발표로는 ...
2023.10.19 14:14요즘 지구가 너무 빨리 돌아서인가. 중심잡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고 어지러운 것 같지는 않지만 어제와 오늘의 모습이 다른 것은 물론이고, 아침과 저녁 생각도 달라지니 무엇 하나 내 것이고, 우리 것이라 말하기가 쉽지 않다. 국가 간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는 이때 우리가 말하는 한국의 美는 과연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검색을 해보니 ‘꾸밈없이 자연스럽고, 조화를 중요시하며, 여백과 운치가 있는 것이다…….’라고 요약할 수 있다 한다. 또 ‘검이불루(儉而不陋) 화이불치...
2023.10.19 14:052023년 6월 23일과 24일 바그너 용병그룹의 프리고진이 주도한 러시아의 푸틴 체제에 대한 반란의 소용돌이 속에서 러시아 남부의 도시 로스토프 나돈누(Ростов-на-Дону)가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프리고진의 반란은 개인 프리고진, 러시아, 우크라이나, 유럽, 그리고 세계의 운명과도 연결되어 수많은 서사가 만들어져 왔다. 특히 길고 긴 러시아의 역사 속에서 돈강 위에 있는 로스토프 등에서의 이번 반란사태가 러시아의 역사의 또 다른 변곡점이 될 것인지는 오늘도 유유히 로스토프 나돈누를 휘감아 흐르는 돈강은 알...
2023.10.19 14:03칼로 모가지를 베랴 붓으로 치랴 무명의 검객이 칼 대신 큰 붓을 들어 글자를 써 내려간다. 글씨는 마치 회오리바람처럼 휘몰아치기도 하고 거대한 파도처럼 급습해오기도 하며 사막을 내닫는 말처럼 쏜살같기도 하다. 글자를 쓰는 듯한데 글씨가 아니요, 붓을 휘두르고 있어도 붓이 아니다. 때때로 모래판을 그어 내리는 지팡이가 되었다가 적의 목을 베는 예리한 칼이 되었다가 철학의 기운을 뿜어내는 장필(長筆)이 되기도 한다. 알지 못할 차원의 춤과 검객의 도술을 거쳐 마침내 진시황의 용좌에 검(劍)이라는 글자가 걸린다. 장이머우의 영화 ‘...
2023.10.12 14:09오페라의 새로움을 갈망했던 베르디는 에서 마녀로 오인당하는 집시 여인을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극을 주도하는 역할을 맡기며 자신의 주요 작품인 ‘리골레또’와 ‘라 트라비아타’의 특징적 배역의 틀을 이어가고 있는 작품이다. 특히 등장하는 모든 배역이 최고의 성악 테크닉을 필요로 한다. 필자는 지난 10월 6일 빛고을 시민문화관에서 지역 음악인들로 구성된 ‘강숙자오페라라인’이 심혈을 기울여 제작한 를 보며, 광주의 오페라가 성장한 모습에 뿌듯함을 느꼈다. 또한, 품격있는 좋은 공연을 펼친 제작진과 출연진, 그리고 전석 매진으로 화답한 시민...
2023.10.12 09:55올해로 3회째를 맞는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는 수묵·채색화 등 동양미학에 토대를 둔 작품들을 핵심으로 한다는 점에서 다른 비엔날레와 차별화된다. 현재 동시대 현대미술계와 아트 페어 등에서 한국화 위상이 점점 위축되고 있는 실정으로 서양 미술의 득세 속에서도 중국의 중국화, 일본의 일본화가 저마다 자국 내 미술계·미술시장에서 주목과 관심을 받으며 활발하게 열리고 있지만, 한국의 한국화는 그렇지 못한 게 지금의 현실이다. 제3회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는 국내외 전통적·현대적 수묵·채색 작품, 동양미학이 녹아든 다양한 현대미술품을 한 자리에 모...
2023.10.09 14:33활성산 봇재를 넘는다. 봇재는 보성읍에서 회천면으로 넘어가는 고개다. 봇재 주변이 온통 차밭이다. 차밭 이랑이 산비탈을 따라 층계를 이루고 있다. 판소리의 높낮이 같다. 차밭에서 해안도로를 따라 내려가면 율포다. 호수처럼 잔잔한 득량만이 보듬고 있는 해변이다. 은빛 모래와 해송이 조각작품과 어우러져 아름답다. 율포에서 방향을 장흥 쪽으로 잡는다. 길은 회천수산물위판장을 거쳐 명교마을로 이어진다. 이순신 조선수군 재건로다. 이순신 장군이 1597년 8월 17일 지난 길이다. 백의종군하다가 삼도수군통제사 임명장을 다시...
2023.10.05 14:58알타이 산맥은 몽골과 러시아, 중국, 카자흐스탄과 국경을 접하는 고지대의 오지다. 고대 문명의 발상지 중의 하나로 일컬을 정도로 학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고, 우리 한민족 원류 중의 하나인 ‘부여족’의 뿌리가 이곳이라는 것이 여러 설화나 민속 등을 통해서도 드러나고 있다. 유전자 검사를 통해서도 그 가능성이 조금씩 입증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알타이’라는 말이 ‘황금(金)’이라는 뜻인데, ‘신라’의 지배층이었던 경주 ‘김(金)’씨가 이곳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이 천마총 발굴...
2023.10.05 12:43: 자유시 참변 이후 홍범도 장군 (하) 1. 한인들의 자유시 참변 규탄 1921년 12월 이르쿠츠크에서 한인 파르티잔 공동위원회가 결성되었으며, 위원장은 최진동, 위원은 한인 파르티잔 부대 총사령관인 홍범도, 총사령부 채영과 이병채 참모장들로 구성되었다. 이들은 한국, 만주, 러시아 극동 지역에서 파르티잔 전투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자들이었다. 김동한에게는 러시아공산당 중앙위원회에 보고할 권한이 부여했다. 그는 ‘아무르 지역에서 한인 파르티잔 처형에 대해’, 그리고 러시아 소비에트 연방 사회주의 공화국 혁명군사위...
2023.10.05 12: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