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 투어리즘(Dark tourism)은 전쟁·학살·테러 등 비극적 역사의 현장이나 재난과 재해가 일어났던 곳을 돌아보며 교훈과 안식을 얻기 위해 떠나는 대안 관광활동이다. 현장을 순례하면서 슬픔을 공유하고 추모와 성찰의 계기로 삼으며 이러한 역사를 반복하지 말자는 다짐을 되새기기도 한다. 전 세계적으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약 400만명이 학살당한 폴란드의 아우슈비츠 수용소, 약 200만명의 양민이 학살된 캄보디아의 킬링필드 유적지, 원자폭탄 피해 유적지인 일본 히로시마 평화기념관, 미국 9·11 테러가 발생했던 뉴욕 ...
2023.04.20 16:03“저는 명진고 재학생입니다. … 교육청이 우리를 포기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지난 13일 오후 7시 광주시교육청 교육연구정보원에서 고입 평준화 일반고 배정방식과 관련한 공청회가 열렸다. 많은 학부모, 교육단체 관계자들로 가득 메워진 공청회장 안으로 교복을 입은 여고생 한 명이 들어왔다. 고교 배정 방식과 관련한 현장 질의응답 시간. 발언권을 얻어 마이크를 손에 쥔 여고생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여고생이 소개한 자신의 모교는 마치 고립된 ‘섬’ 같았다. 올해 명진고 신입생은 38명(배정은 41명). 배정 가...
양가람2023.04.16 14:20“동복댐 고갈위기를 함께 극복합시다”, “물절약 실천에 동참하세요” 2년째 비가 내리지 않는 최악의 가뭄 상황을 견디고 있는 광주·전남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캠페인 문구이지만 지역의 물 부족 상황을 먼나라 이야기 듣듯 전혀 공감하지 못하는 외지인들이 많다. 21세기에 물 절약 실천 운동이 무슨 세기말 캠페인이냐는 듯 선뜻 이해하지 못한다. 이와 반대로 지역은 물에 대한 불안감이 팽배하다. 광주·전남의 거대한 물곳간인 주암댐이 10%대로 떨어졌을 때에는 지역에서 물 부족 재난이 현실화됐다는 위기감이 감돌았다. 이웃인 완도...
2023.04.04 16:28근 1년여간 지면과 온라인을 채운 경제 관련 기사의 절반 이상은 경기 침체로 인한 기업들과 소상공인들의 어려움, 혹은 치솟는 물가로 신음하는 서민들의 이야기였다. 코로나19라는 길었던 터널을 벗어나자마자 맞닥뜨린 고금리, 고환율, 고물가 등 3高 위기에 소상공인부터 중소기업, 대기업까지, 또 고용인부터 노동자까지 고통을 호소하지 않은 업계와 계층이 없었다. 수개월째 기준치를 밑도는 체감경기와 바닥을 치는 소비 심리,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는 무역수지에 엎친데 덮친격이었던 공공요금 인상까지 그야말로 국내는 물론 전 세계 경제...
2023.04.02 14:23‘고속버스에 휠체어 리프트를 설치해달라’는 장애인들의 소송이 재개되기까지 5년이 걸렸다. 광주 뇌 병변 장애인 5명은 지난 2017년 고속버스에 휠체어 리프트 장비를 설치하지 않는 것은 ‘차별’이라며 광주시와 금호고속을 상대로 차별구제 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2018년 한 차례 변론기일이 열렸지만, 피고의 증거 제출 미흡·대법원 유사 사건 계류 등의 이유로 재판이 중단됐다. 그러던 지난 16일 5년 만에 소송이 재개됐다. 당일 광주지방법원 앞에는 수십 명의 장애인들과 연대자들이 모여 들었다. 5년 만에 다시 재판장에...
2023.03.28 15:08옛날 하늘에서 북풍과 태양이 서로 힘겨루기를 하던 중 길을 걸어가는 나그네를 보며 누가 먼저 그의 외투를 벗기는지 내기를 진행했다. 먼저 북풍은 강한 바람으로 외투를 날려버리려고 했으나 바람이 세질수록 나그네가 더 옷을 여미기만 할 뿐 끝내 벗기지 못했다. 하지만 태양은 나그네에게 다가가 뜨거운 햇빛을 내리쬈고 날씨가 더워지자 나그네는 외투를 벗어던졌다. 결국 태양이 승리했다. 5·18공법단체 2곳과 대한민국 특전사동지회가 추진한 ‘포용과 화해와 용서, 대국민 공동선언식’과 ‘오늘의 증언이 5·18진상규명의 첫걸음이다’...
2023.03.21 16:26전남도내 소상공인들이 쌀값하락에 따른 대안으로 다양한 쌀 관련 제품을 개발, 판매에 나서고 있다. 목포·남악에서 떡카페를 운영하며 신안·무안에서 생산된 쌀을 사용하는 ‘떡이야’와 전남산 쌀만을 사용해 누룽지차, 쌀과자 등을 생산하고 있는 순천 ‘쌍지뜰’이 대표적이다. 떡이야 카페는 신안·무안지역 쌀을 연간 60톤 이상 사용하고 있으며 쌀가루를 활용한 간식용 제품 생산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지역 상생을 위해 장애인을 채용해 운영하고 있어 귀감이 되고 있다. 순천 쌍지뜰은 누룽지차·쌀과자 등을 판매하며 쌀 사용 ...
2023.03.13 12:47풀뿌리 지역 경제를 책임질 수장이 결정되는 운명의 날이 밝았다. 8일 농협·수협·산림조합 등 전국 1347곳 조합에서 새로운 수장이 선출된다. 지역 경제를 책임지는 중요한 선거이자 생활 속 민주주의 실현이라는 의미를 갖는 이번 선거에서는 광주 16명, 전남 130명의 조합장이 새로 선출되며, 나머지 54개 선거구에서는 무투표로 당선을 확정했다. 조합장선거는 선거구당 평균 선거인 수가 2000명이 채 안 되는 소규모 선거지만 선출된 조합장은 고액 연봉이 보장되고 인사권·경영권 등 전반적인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
2023.03.07 17:43아주 오래 전, 마음의 병을 가진 한 소녀를 만난 기억이 있다. 시작은 작은 귓병이었다. 귓속에서 쉬지않고 종알종알 떠들어대는 누군가의 목소리는 점점 다양해지고 커졌다. ‘저 사람은 널 미워하고 있어!’ ‘너가 진짜 원하는게 이거야? 아니잖아. 아니라고 얼른 말해!’ 매 순간 자신을 향해 말을 걸어오는, 파괴적인 언어로 자신을 짓누르는 ‘어떤 존재들’ 때문에 그 소녀는 제대로 된 생활을 할 수 없었다. 쫓겨나다시피 그만 둔 학교, 디자이너의 꿈…. 한순간에 모두 다른 세계의 이야기가 됐다. “내가 죽어야 날 괴롭히는 저 목소리...
2023.03.05 13:59전남에서 홀로 외롭게 죽음을 맞이하는 ‘고독사’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 최근 보건복지부는 2017년부터 2021년까지 5년간 전국 지자체를 대상으로 고독사 사망자수를 조사했다. 그 결과, 5년간 매년 고독사가 증가한 곳은 전국에서 대전, 경기 그리고 전남 3곳 뿐이다. 전남은 2017년 인구 10만명당 4.1명에서 2021년 6.8명으로 고독사 사례가 매년 늘었다. 역설적이게도 전남도의 ‘고독사 제로’ 정책은 지난 2016년부터 시작됐다. 홀로 사는 어르신을 모시기 위해 자원봉사자로 꾸려진 ‘지킴이단’이 돌봄대상을 직접 찾아...
2023.02.21 16:42지난해 김근식, 박병화 등 아동을 대상으로 범죄를 저지른 성범죄자들이 잇따라 출소하자 지역사회가 발칵 뒤집혔다. 의정부와 화성 등 주민과 정치권 인사들은 법무부에 ‘성범죄자 거주 반대 건의문’을 내고, 일대에 ‘성범죄자 퇴거 촉구’ 플래카드를 내거는 등 거세게 반발했다. 조두순이 출소했던 지난 2020년에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었다. 조씨는 주민들의 항의에도 기존 거주지인 안산에 돌아왔고, 되레 같은 지역에 거주했던 피해자가 짐을 싸는 일이 발생했다. 당시 조씨와 피해자의 집은 불과 1㎞ 거리였다. 흉악 성범죄자가 출소...
2023.02.16 13:25“보기에는 좀 그래 보여도 이렇게 싹 다 깎아놓는 게 나무나 사람들한테 좋은 방법이에요. 이것보다 관리를 세밀하게 하면 돈도 더 들고요.” 최근 ‘광주·전남 가로수 관리 실태’를 취재하던 중 만난 한 수목 관리인이 기자에게 전한 말이다. 그는 가지 몇 개만 남기고 죄다 가지치기 한 나무를 가리키며 ‘이게 표준이다’고 말했다. 나무의 생장을 고려하지 못한 채 무참히 잘린 이 가로수들이, 정말 건강하게 자랄 수 있을까? 정답부터 말하자면, 그런 나무는 있을 수 없다. 과도한 가지치기는 나무의 에너지 생산능력을 훼손해 수명을 ...
2023.02.12 14:25“잠은 좀 주무셨나요?” 지난 6일 이른 아침, 목포 산정동 실종자 가족 대기소에서 고개를 푹 숙이고 있던 한 남성에게 말을 걸었지만 묵묵부답이었다. 표정은 보이지 않았지만 종종 들리는 한숨소리로부터 전날 밤을 어떤 심정으로 보냈을지 헤아릴 수조차 없었다. 앞서 4일 신안 임자도 대비치도 서쪽 16.6㎞ 해상에서 인천선적 24톤급 통발어선 청보호가 전복됐다. 현재까지 승선원 12명 중 3명이 구조되고 4명이 실종됐으며 5명이 사망했다. 사망한 5명은 침실, 기관실 등 선체 내부에서 발견됐다. 경찰은 나머지 실종자도...
2023.02.07 16:43‘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 제2항이다. 모든 권력이 국민에게서 나오는 만큼 국민의 역할은 굉장히 중요하다. 국민 참여는 ‘풀뿌리 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선결 과제기도 하다. 이같은 선결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주민조례발안에 관한 법률(주민 조례법)이 시행 1년을 넘겼다. 하지만 광주·전남의 주민 조례 제정 실적은 단 한건도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해당 법안은 주민이 직접 조례 입안을 의회에 청구해 지방의회 기능을 확장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지...
김해나 기자2023.02.06 17:53복지기관을 출입하다보니 주기적으로 ‘가난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쓰게 된다. 그러다보니 어느 순간부터 가난한 사람들의 사연을기계적으로 쓰게 되는 것 같다. 그럴때마다 빈곤 포르노에 그치는 콘텐츠를 양산하는 거 아닌가 하는 자괴감에 빠지기도 한다. 그도 그럴 것이 많이도 썼다. 집 화장실이 더러워 용변을 참는 아이들, 38도에 육박한 집에서 선풍기를 틀고 생활하는 할머니, 연탄이 없어 구공탄을 사다 때우는 노인 등. 올 겨울에도 당연히 썼다. 몸이 아픈 홀어머니와 살면서 태권도 선수가 꿈이라는 소년, 꽁꽁 언 골방에 텐트 ...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2023.01.31 16: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