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관이 명관’이라는 속담이 있다. 어떤 직책에 있던 옛 인물이 현재 인물보다 상대적으로 나을 때 쓰는 말이다. 사자성어로는 ‘구관명관(舊官名官)’. 일반적으로 전임자의 능력이 뛰어난 데 반해 후임자 능력이 이에 못 미치면 이러한 상황이 생긴다. 그러나 최근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사회분야에서 변화가 가속화되다보니 노장의 노련함 보다 젊은 패기의 우월함을 강조하면서 빠른 세대교체들이 이뤄지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변화와 쇄신을 통해 조직의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새로운 인물이 적합하다는 판단에서다. ...
2024.01.01 12:48‘나 혼자만 바뀌어도 세상은 그만큼 바뀐다’. 지난 2012년 강인규 펜실베이니아 주립대 교수가 ‘망가뜨린 것, 모른 척 한 것, 바꿔야 할 것’이란 책을 펴냈다. 한국 사회의 변화를 갈망하는 사람들을 위해 썼다는 책. 사회 변화는 몇 년에 한 번씩 돌아오는 대선이나 총선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고, 하루에도 개개인이 수백 번씩 반복하는 ‘일상의 선택’에 달려 있다는 주장이었다. ‘한두 사람이 세상을 바꿀 수 없다는 생각이 결국 세상을 바꿀 수 없게 만든다’고도 했다. 과연 그 당시 우리 사회에서는 무엇이 그렇게 망가졌을까. 놀...
2023.12.28 17:01독일의 염세주의 철학자 아르투어 쇼펜하우어(1788∼1860)가 2023년 말 한국에서 유명세를 끌고 있다. 교보문고가 8일 발표한 12월 첫 주 베스트셀러 순위에 따르면 강용수의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가 종합 1위를 유지했다. 작가는 쇼펜하우어의 목소리를 빌려 ‘인생이 고통임을 인정하고, 타인의 기준에 맞춰진 가짜 행복 대신 자신만의 진짜 행복을 위해 새롭게 거듭나는 고통을 겪어라’라는 조언을 한다. 비슷한 메시지를 담은 쇼펜하우어의 ‘남에게 보여주려고 인생을 낭비하지 마라’(1851년 출간)도 베스트셀러 4위에 ...
2023.12.27 13:00‘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김춘수 시인의 시 ‘꽃’이다. 국화나 구절초처럼 이름을 알면 화초지만 이름을 모르면 잡초이듯 이름은 자신을 밝히는 표징이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속담처럼 하늘은 녹(祿)이 없는 사람을 내지 ...
2023.12.26 16:34사발통문(沙鉢通文)이란게 있다. 어떤 일이 있을 때, 사람들을 모으기 위해 알리는 고지문(통문)이다. 그런데 통문의 모양이 특이하다. 사발(밥그릇)을 엎어서 그린 원을 중심으로 참가자들의 이름이 둘러가며 적었다. 순서대로 이름을 적지 않고, 빙 둘러서 적은 데는 이유가 있다. 주모자를 드러내지 않기 위해서다. 사발통문은 조선 후기에 농민 항쟁의 ‘도구’로 많이 쓰였다. 관에 항의하기 위해 각 마을마다 이를 돌려 사람을 모았다. 동학농민 운동의 시작을 알리는 고부민란 때 동학군의 통문 제1호가 사발통문이었다. 문서가 관에 발각될 경우...
2023.12.25 14:131996년 겨울 어느 날, 서울 동숭동 대학로에 작은 술집 ‘동숭동에서’가 문을 열었다. 주인은 연세대 총학생회장 출신인 송영길 당시 사법연수원생과 서울대 총학생회장 출신 이정우 변호사 등 200여 명. 80년대 운동권에서 활동했던 이들이 80만 원에서 최고 300만 원까지 공동으로 출자한 가게였다. 주로 이곳을 찾았던 사람들도 운동권 출신 인사들이 대부분이었다.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어보겠다는 공동의 목표, 어느 덧 ‘낀세대’가 된 30대가 함께 어울릴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당시 경영을 전담했던 황도준의 설명이다. ...
2023.12.21 17:01퓰리처상을 두 차례나 수상한 미국의 저명한 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은 “현대인들은 답답한 도시생활 속에서 다양한 스트레스를 겪고 있고, 이들은 선천적으로 자연으로 돌아가고 싶은 ‘녹색갈증’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요즘 도시인들의 녹색갈증 해소 방안으로 ‘치유농업’이 뜨고 있다. 치유농업이란 농촌 경관과 환경, 농업 활동과 같은 농촌 자원을 활용해 도시민의 신체와 정서 등 건강을 도모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최근 전국의 지자체마다 원예식물이나 텃밭 등을 활용한 치유농업 프로그램 운영에 열을 올리고 있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치유농업의...
2023.12.20 15:05일본말 ‘사쿠라’는 벚꽃을 의미한다. 다른 뜻으로는 위객(僞客·가짜손님)으로도 읽는다. 사쿠라는 일본 에도시대에 가부키 공연을 공짜로 보는 대신 관객의 흥을 돋우는 바람잡이를 사쿠라라고 부른데서 유래됐다고 한다. 분홍색 말고기의 별칭인 ‘사쿠라니쿠’가 사쿠라의 어원이라는 주장도 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소고기가 부족했던 일본에서 말고기를 소고기로 속여 파는 일이 흔했는데, 소고기로 둔갑한 말고기를 사카루니쿠라고 불렀다고 한다. ‘사쿠라’가 우리 정치판에서는 전혀 다른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변절자나 내통하는 사람을 부를...
2023.12.19 16:20김영록 전남도지사와 무안군민 사이 벌어졌던 물리적 충돌에 대한 책임은 어디에 있을까. 광주 군공항을 무안으로 이전해야 한다는 김영록 지사의 로드맵과, 절대 받을 수 없다는 무안군민들간 1시간20분 간의 팽팽한 대치 상황이 단지 양 측의 입장차로 인한 결과일까. 지난 13일 무안 범대위(전투비행장무안이전반대범군민대책위)가 김영록 지사와 김산 군수가 참여할 예정이었던 도민과의 대화 행사장에서 시위를 시작한 시각은 12시30분. 비슷한 시간 범대위는 김산 군수의 동선을 차단하기 위해 무안군청 1층을 점거해 반대 시위를 병행했다. ...
2023.12.18 15:49“공산당이 국회의사당에 불을 지른 게 확실합니다.” 1933년 2월. 독일 의사당에 의문의 화재사건이 일어났다. 당시 히틀러 총리는 “공산당이 불을 질렀다”며 괴벨스 등과 공산당사를 습격했다. 대통령 힌덴부르크를 찾아가 담판에 나섰다. “공산주의자들이 국회의사당에 불을 질렀다”며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겁에 질린 힌덴부르크는 히틀러에게 시국을 수습하라며 대통령 전권을 넘겨줬다. 대통령 자신의 권력을 행사하는 대신 무력하게 권한을 이양하고 말았다. 이 때부터 히틀러는 의회를 통하지 않고도 나찌의 결정만으로도 법을 통과시키는 권한을...
2023.12.17 12:43“오는 2030년까지 사우디아라비아를 확 바꿀 ‘새로운 미래의 도시’를 건설하겠다.” 지난 2017년 무함마드 빈 살만 알아수드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겸 총리가 친환경 미래도시 건설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사우디 북서부 홍해 인근 사막 2만 6500㎢에 1조 달러를 들여 새로운 도시를 건설하겠다는 것이었다. 길이 170㎞, 높이 500m의 선형 도시 ‘더 라인’, 수상 스포츠와 스키 등 사시사철 다양한 엔터테인먼트를 제공하는 관광단지 ‘트로제나’, 세계 최대 규모의 수상 부유식 산업단지 ‘옥사곤’ 등 하부 계획도 내놨다. ‘초거...
2023.12.14 17:01내년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서울 49개 지역구 중 6개에서만 우세를 보인다는 보고서가 공개되면서 당이 발칵 뒤집혔다. 국민의힘 사무처의 ‘총선 판세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에서 당이 ‘우세’로 판단한 지역은 강남 갑·을·병, 서초 갑·을, 송파 을 등 6곳에 불과하다. 이는 2020년 21대 총선 당시 확보한 8석 보다 더 낮은 수준이다. 총선 참패 우려감에 당내 비주류들은 김기현 대표 책임론을 거론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허은아 의원은 “서울뿐만 아니라 수도권 전체가 초토화 직전”이라며 “지금이라도 현실을 직시하고 용산에...
2023.12.13 13:17중동전쟁의 여파로 1970~1980년대 두차례에 걸친 석유파동은 한국경제를 혼란에 빠트렸다. 한국은 1979년 3월 석유가격을 9.5% 올린 데 이어 1981년 11월까지 일곱 차례에 걸쳐 무려 337%나 석유가격을 올려야 했다. 석유 가격이 오르니 석유로 만들던 각종 화학제품 재료 가격도 폭등했다. 당연히 소비자 물가도 급등했다. 1980년 물가가 무려 40%까지 치솟았다.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 대통령이 암살당하는 정치적 혼란까지 겹쳐 1980년 한국 경제는 경제개발이 본격화한 1970년대 이후 처음으로 ...
2023.12.12 16:35지난 대선때 확 끌어 올랐다가 한동안 잠잠하던 남녀 갈등, 정확히는 남녀 혐오 갈등이 재점화하는 분위기다. 이번에도 게임 쪽이다. 넥슨이라는 게임 회사에서 하청업체에 의뢰한 영상에 혐오 제스추어가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해당 논란은 11월25일에 발생한 것으로 스튜디오 뿌리 소속 팀장급 애니메이터인 댓서가 X(전 트위터)에 과격한 남성혐오성 관련 트윗을 작성하거나, 관련 트윗을 리트윗했던 과거 행적들이 네티즌에 의해 발견됐다. 이후 스튜디오 뿌리에서 외주를 맡은 애니메이션 다수에서 남성혐오 이스터에그로 의심되는 장면들이 발견...
2023.12.11 13:10연말이다. ‘본인 사망 외에는 반드시 참석해야 한다’는 송년모임 소식도 올라오고, 연락 뜸했던 지인들도 해넘기기 전에 얼굴 한번 보자는 전갈을 보내온다. 이맘때가 되면 '대한민국 한문 공부시간’도 어김없이 돌아온다. 2001년 이후 교수신문이 연말 기획으로 ‘올해의 사자성어’를 발표하면서 등장한 풍속도이다. 교수들은 공모를 통해 그 해 한국사회를 관통하는 사자성어를 선정하고, 언론은 한 글자, 한 글자에 담긴 촌철살인의 의미를 적확하게 풀어 내보낸다. 이런 전통은 다른 나라에도 있다. 가까운 일본은 ‘올해의 한자’를 매...
2023.12.10 16: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