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은 이미 정해져 있다." 공직사회의 고질병인 '부실 용역' 이야기다. 용역은 흔히 정부기관이나 지자체가 어떤 정책이나 사업을 추진할 때 근거로 내세우는 도구다. 정책연구 용역 남발과 짜맞추기 연구 용역까지…. 공직사회에서 이뤄지는 연구 용역 상당수가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으니 너는 대답만 해)' 식으로 변질되고 있다. 이처럼 지자체마다 부실용역이 남발되는 것은 "타당성이 충분하다"라는 정책연구 용역결과에 쉽사리 수긍하고, "문제 있다" "잘못됐다"라는 지적이 나오면 지자체는 용역 탓으로 돌리는 까닭이다. 부실용역은 자...
김성수 기자2022.12.08 13:42지난 16일 윤석열 대통령이 아세안 정상회담과 G20 정상회담을 마치고 귀국했다. 4박 6일 동남아 순방에선 숨가쁜 외교전이 펼쳐졌다. 미국, 일본, 중국 정상들과 릴레이 정상 회담을 성사시켰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한·중 정상회담은 2년11개월만이다. 윤 대통령은 12월중 외교 성과와 새정부 국정과제 이행 등을 국민에게 직접 알리는 보고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그런데 취임 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만나지 않고 있는 정치인이 있다. 원내 제1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대표다. 중국 정상도 3년만에 만났는데, 여소야대 정국에서 아...
서울=김선욱 기자2022.11.24 12:53세월이 하 수상하다. 뛰는 물가 나는 금리에 삶은 갈수록 팍팍해지고, 작금의 나라 현실은 암담하기 그지없다. 지난 10월29일, 서울 한복판에서 자그마치 158명이 목숨을 잃었다. 도무지 믿어지지 않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대한민국 수도 서울 한복판에서 벌어졌다. 3.2m의 좁은 골목에, 그것도 내리막길에 수백 명의 인파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압사'하는 어처구니없는 사고였다. 희생자 일부는 서 있는 상태로 압박받아 숨지기도 했다. 외국인도 26명이 숨졌고, 부상자도 196명에 달했다. 전형적인 후진국형 사고였고, 미리 막을 수 있었기에 가슴 아팠다. 무엇보다 희생자 대다수가 이른바 '세월호 세대'들이어서 더 가슴 아프다. 참사 이후 하나둘 드러나는 '진실', 말문이 막힌다. 현장 총괄 책임자인 용산경찰서장은 참사 발생 50분이나 지나 현장에 도착했다. 그것도 차량 정체가 심각한 상...
홍성장 기자2022.11.17 15:4923살 젊디 젊은 여성이 사망했다. 아니 어린 노동자가 사망했다. 그것도 아니다. 우리의 이웃이 갑작스레 사망했다. 병이 있는 것도, 차 사고가 난 것도 아니다. 이른 아침 졸린 눈을 비비며, 기계를 빨리 돌리고자 손을 넣다가 빨려 들어갔다. 그녀를 삼킨 기계는 소스교반기(소스를 섞어주는 기계)였다. 그 기계는 2인1조로 운영돼야 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기계가 멈췄고 23살의 어린 여성 노동자는 선배들이 알려준 위험천만한 방법으로 해결하려고 했다.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사라져간 그 노동자의 흔적을 회사에서는 흰색 천으로 덮었다....
노병하 기자2022.10.27 15:27광주·전남 지역경제의 버팀목인 토종기업들이 벼랑 끝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경기가 아직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잇단 금리 인상에 따른 재정 압박까지 더해지면서 기업들의 목줄을 옥죄고 있기 때문이다. 10년 만에 기준금리가 연 3%대에 진입하면서 일부 지역기업들은 영업이익을 모두 쏟아부어도 대출이자를 감당할 수 없는 한계점에 봉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광주상공회의소가 지난달 광주·전남 기업 120곳을 대상으로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지역기업 영향 및 대응 실태조사'를 벌였는데, 기업 전체에 달하는 97.5%가 '...
최권범 기자2022.10.20 13:04"전남이 경기도나 인천 어디쯤 위치해 있었다면 지역 산단, 농공단지 등이 순식간에 입주 완판 행렬을 이어갔을텐데요." 최근 만난 한 산단 관련 업무 관계자가 들려준 하소연이다. 담담한 톤이었지만 마치 고구마 100개를 먹은 듯 답답함이 묻어 있었다. 거주인구가 적어 이곳에서 기업하기가 어렵다며 낙담해 했다. 우울한 분위기를 바꿔 줄 수도 없어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 우울한 표정이 아니었다. 긍정, 기대감이 묻어났다. "오래전 전남지사였던 분이 '전남은 신이 아껴놓은 땅이다. 활용하기에 따라 얼마든지 큰 선물이...
박간재 기자2022.10.13 13:16도심에서 버려진 낡은 집의 말로는 철거다. 철거가 이뤄지면 집은 먼지 속으로 사라진다. 낡은 집뿐이겠는가 희로애락을 함께 했던 마을공동체, 아이들의 놀이터였던 골목길, 마을 어귀에 있는 아름드리 나무까지 굴삭기의 굉음은 마을의 흔적을 지운다. 기록할 틈도 없이 말이다. 백범 김구 선생이 70여 년 전 전재민(戰災民·전쟁으로 재난을 입은 국민)을 위해 지은 동구 학동 '백화(百和)마을'도 그러했고, 1983년 국제부흥개발은행(IBRD)의 도움으로 정부가 최초로 시행한 지역개발 사업으로 조성한 광산구 신가동도 그랬다. 현재는 재개발 사...
김성수 기자 sskim@jnilbo.com2022.09.29 13:48"전쟁입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말하는 게 아니다. 작금의 대한민국 정치권 이야기다. 지난 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휴대전화 메시지가 포착됐다. 보좌관으로 부터 받은 문자에는 "백현동 허위사실 공표, 대장동 개발관련 허위사실 공표, 김문기(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 모른다 한거 관련 의원님 출석요구서가 방금 왔습니다. 전쟁입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제1야당 대표가 된지 나흘째인 이 대표에게 검찰이 소환을 통보한 것이다. 100일간의 정기국회가 개막한 날, 협치는 사라지고 전쟁이 선포됐다. 민...
서울=김선욱 기자2022.09.15 14:49광주에 동구와 서구 등 '구(區)'가 생긴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다. 1973년 7월1일이 그 시작이다. 구가 생기기 전 광주는 출장소와 동(洞)으로 구성됐다. 6개 출장소와 45개 동이었다. 광주에서 구의 시작은 동구와 서구부터다. 기존 4개의 출장소를 폐지하고 석곡·지산의 2개 출장소만 남기는 한편 동구와 서구로 나누는 '구(區)제'가 시작됐다. 1980년 4월1일에는 석곡·지산 출장소를 폐지하고 북구가 신설돼 광주는 3개 구로 운영됐다. 직할시로 승격된 직후인 1988년 송정시와 광산군이 광주로 편입되면서 '광산구'가 생겼다. 이후 1995년 3월1일 서구에서 남구가 분구되면서 현재의 5개 자치구에 97개 행정동이 운영되고 있다. 광주시 홈페이지에 나온 '광주의 역사'다. 소위 동서남북으로 나누는 '방위지명'은 광주만의 일은 아니다. 서울을 포함해 5개 광역시 모두 방위지...
홍성장 기자2022.08.25 17:56협업·협력을 뜻하는 '콜라보(콜라보레이션)'는 우리 일상에서 자주 접하는 익숙한 단어다. 서로 다른 분야의 업종 간 협업을 통해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어내는 마케팅 기법을 말하는 데, 이는 업종 간 경계를 허물고, 서로의 장점을 극대화시켜 이익을 창출해내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콜라보는 매출 향상과 함께 새로운 소비자를 유입하고 브랜드 인지도도 높이는 등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비즈니스 성공 모델로 자리잡았다. 주로 패션업계 등 특정 분야에서 활발하게 진행됐던 콜라보는 최근 들어선 분야를 가리지 않고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최권범 기자2022.08.04 13:06인구소멸, 지역소멸. 최근 들어 '세상을 지배하는 단어'가 됐다. 조만간 수도권 소멸에 이어 지구소멸이라는 말도 머지 않은 듯하다. 인구감소는 출산율 저하와 자연감소가 주된 원인이다. 인구가 줄다보니 전국 각지가 소멸위기로 내몰리는 양상이다. 수도권 쏠림현상도 원인 중 하나다. 1970년대 새마을 운동 당시 '둘만 낳아 잘기르자'는 구호가 인구감소를 불러 왔고 더 멀리는 '아이를 낳으면 한양으로 보내고, 말이 태어나면 제주로 보내라'는 속담에서도 지역소멸을 부추겼다고 한다면 억지일까. 70년대 농촌에서 서울로 올라간데는 '빈곤'과 ...
박간재 기자2022.07.28 15:09"참새는 비록 작지만 오장육부는 다 갖춘 동물입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아버지인 시중쉰(광둥성 책임자)이 1978년 '참새'로 비유한 광둥성의 자치권을 덩샤오핑(鄧小平 등소평)에게 요청할 때 한 말이다. 개혁개방을 부르짖던 덩샤오핑은 당시 "먼저 부자가 되라"는 선부론을 거론하며 그의 제안을 수용했다. 광둥성 선전은 그렇게 '경제특구'가 됐다. 선전은 80년에 경제특구로 지정될 당시 '바오안'이란 이름의 작은 어촌마을이었다. 선전은 40여 년이 지난 지금 상전벽해가 무엇인지를 실증적으로 보여줬다. 인구 3만명의 어촌...
김성수 기자 sskim@jnilbo.com2022.07.14 13:37요즘 수도권에 사는 광주·전남지역 향우들로부터 자주 듣는 얘기가 있다. "호남(더불어민주당) 정치인들은 도대체 뭐하고 있느냐"라는 질타였다. 윤석열 정부가 과거로 회귀하는데도, 국회가 한달 넘게 공전중인데도, 민주당은 서로 계파싸움만 한다며, 우리지역 국회의원들이 일은 하고있냐라는 볼멘 소리다. 지난 3·9대선과 6·1지방선거에서 연달아 패한 뒤끝인데다, 광주·전남이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기반이라는 점에서 목소리는 더욱 격앙된 듯했다. 요약해 보면, "호남 정치력이 약화됐다", "지역 국회의원들이 당에서 제 목소리를 못낸다", "당이...
서울=김선욱 기자2022.06.30 14:28'풀뿌리 민주주의', 지방자치를 대표하는 용어다. 지난 1991년 재출범된 이래로 31년이 지났다. 그동안 광주에서만 9차례 지방의원을 선출했다. 지역을 위해 일하겠다며, 지역일꾼을 자처하며 나선 이들이다. 9차례에 걸쳐 선출했으니 그동안 배출된 지방의원의 숫자도 어마어마할 터다. 현실은 암담하다. 광주시민 10명 중 7명이 지방의원이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르는 현실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광주시당이 내놓은 '지방의회에 대한 광주시 유권자 인식 조사 결과'다. 여론조사 전문 기관인 '엠브레인퍼블릭'이 광주 거주 18세 이상 남여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다. 조사는 지방선거가 직후인 6월2일부터 4일까지 3일 동안 이뤄졌다. '거주하고 있는 지역의 지방의원의 의정활동 내용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 10명 중 7명이 '지방의회 의원 활동에 대해 알지 못한다'고 답했...
홍성장 기자2022.06.23 16:40소설가 김영하가 말했다. "우리가 사람을 만나고 그들과 맞추기 위해 보낸 시간을 나에게 쏟았다면 인생은 더 풍요로워지지 않았을까?" 스무살 시절엔 매일 누군가를 만나지 않으면 안됐던 의무감에 시달렸다. 돌아보건데 청춘이라 불렀던 그날들은 늘상 비 오기 전의 여름날과 비슷했다. 짙게 깔린 먹구름 아래, 곧 쏟아질 비를 예감하며 땀으로 찐득해진 티셔츠에 손바람을 넣던. 친구들과 한잔 할 때는 부족한 안주와 술, 넘치는 말들이 자리했고 그때마다 청춘은 마치 땅콩 같았다. 살짝만 밀어도 껍질이 벗겨지고, 조금만 힘을 주면 반으로 부숴질 것...
노병하 기자2022.06.02 14: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