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 많다고 못 탄다네요”…버스기사 눈치보는 노인들
손수레·짐보따리 들면 탑승 거부
일부 기사들 하차할 때까지 불평
30㎏ 이상 짐은 탑승 제한 가능
"매년 정기적으로 친절교육 강화"
2025년 07월 30일(수) 18:40
28일 시민들이 말바우시장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일부 버스기사가 많은 짐을 휴대한 이용객들의 탑승을 기피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정승우 기자
“짐 보따리 들고 버스를 타야하는 데 탈 수 있을랑가 모르겄네.”

정부의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 이후 전통시장으로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가운데 시장 인근 정류장에서 버스를 이용하려는 어르신들이 짐을 들고 탑승하지 못하거나 짐을 들고 타더라도 일부 기사들이 눈치를 줘 편히 버스를 이용하지 못하고 있어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28일 광주광역시 북구 말바우시장 버스 정류장.

전통시장에서 장을 본 어르신들이 손수레를 끌며 정류장에 앉아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양손 가득 짐을 든 일부 어르신들은 행여 버스에 탑승하지 못할까 초조한 표정이었다. 왜 그런가 물었더니 탑승 거부 경험을 떠올리며 난처했던 그때 상황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이모(74)씨는 “가끔 장을 많이 본 뒤에 짐을 들고 버스를 탈 때 일부 기사들이 타지 못하게 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자주 그러지는 않지만 더운 날씨에 기다렸던 버스에 올랐지만 타지 못하고 다음 버스를 타야할 때는 당황스러웠다”고 밝혔다.

이모(77)씨도 “많은 기사들은 탑승할 수 있게 배려를 해주지만 일부 기사들은 하차할 때까지 계속 눈치를 주기도 한다”며 “그렇게 큰 짐도 아니었는데 …”라고 말했다.

28일 시민들이 양동시장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일부 버스기사가 많은 짐을 휴대한 이용객들의 탑승을 기피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정승우 기자
양동시장 버스 정류장에서 만난 어르신도 비슷한 경험을 겪었다고 말했다.

김모(72)씨는 “버스 손님들이 많지 않은 한가한 시간에 버스를 이용하려고 노력하지만 어쩔 수 없이 짐을 들고 타야할 때는 노심초사할수 밖에 없다”며 “집까지 거리가 멀어 버스를 이용하고 싶지만 탑승 거부를 당할때는 결국 택시를 타고 집으로 간다”고 멋쩍게 웃어보였다.

이어 “다른 손님에게도 피해를 주면 안되는 걸 알기에 거부를 당해도 이해는 하지만 조금만 친절하게 대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실제 정류장에서 버스를 같이 기다리다 손수레에 든 짐을 들고 버스를 올라타려는 어르신을 보자 한 기사는 “안돼요”라고 말했다. 이어 어르신이 몇번 고개를 숙인 끝에 겨우 버스에 몸을 실을 수 있었다.

그렇다면 버스 기사들의 이런 탑승 거부는 법적으로 가능한 일일까?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시행규칙 제40조의3에 따르면 여객자동차운송사업자가 운송할 수 있는 소화물은 가로·세로·높이 세 변을 합해 160㎝ 이하이거나 총중량이 30㎏ 미만이어야 한다.

이는 탑승객들의 안전과 예측할 수 없는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이런 경우 기사들의 판단 하에 탑승 제한을 할 수 있다.

하지만 규격을 일일이 잴 수가 없고 눈어림으로 파악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버스 내에서 종종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한다.

광주시 관계자는 “시내버스 이용 시 불편 신고 등의 민원이 접수되면 조치에 나서고 있다. 또한 매년 정기적으로 운전 기사들을 상대로 친절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면서 “운수사에서도 수시적으로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승객들의 불편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정승우 기자 seungwoo.jeo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