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인권 침해 수단으로 전락한 고용허가제
내·외국인 동일하게 대우해야
2025년 07월 27일(일) 16:32 |
27일 광주전남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와 전남노동권익센터에 따르면 이주노동자 인력 수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고용허가제가 되레 권익을 제한하는 수단으로 변질됐다. 현행 제도상 이주노동자는 정당한 사유가 있어도 사업주의 동의 없이는 일터를 옮길 수 없다. 폭언·폭행·임금체불 등 사업장의 귀책 사유로 사업장 변경을 신청해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이 때문에 사업주와 이주노동자 간 보이지 않는 갑을관계가 만들어진다는 노동 단체의 주장이다. 폭언과 폭행 등 인권유린을 개별 사업장 문제로 치부하는 사회적 분위기도 문제다.
실제 인권을 침해 당해도 일터를 바꿀 수 없다 보니 이주노동자들 입장에서는 문제마저 제기하기 어렵다. 못 버티고 사업장을 동의 없이 떠나면 불법체류자 신세를 져야 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지난 2월 나주의 한 벽돌 공장에서 촬영된 스리랑카 노동자의 인권 유린이 대표적인 사건이다. 지게차에 매달린 이주노동자와 그의 고통을 조롱 삼는 사업장의 모습은 성숙되지 않은 대한민국의 민낯이다. 올초 영암 돼지 농장에서 발생한 네팔 국적의 20대 청년 이주노동자도 장기간 폭언과 폭행을 당한 끝에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이주노동자는 우리 사회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자원이면서 함께 살아가야 할 소중한 이웃이다. 정부와 국회는 사업주에게 지나친 권한을 부여해 이주노동자들을 종속시키는 고용허가제를 전면 개정해야 한다. 사업장 이동의 자유를 보장하고 미등록 근로자의 합법화도 시급하다. 내·외국인을 떠나 모두를 동일하게 대우하는 것이야말로 노동법의 기본원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