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국익실용외교' 시험대…대통령실, 관세협상 조율 총력
李대통령, 일정 비우고 대응전략 부심
2025년 07월 27일(일) 14:11 |
![]()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5일 부산 부경대에서 타운홀미팅 ‘부산의 마음을 듣다’ 간담회에서 참석자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
이재명 대통령의 ‘국익중심 실용외교’가 통째로 시험대에 오를 수 있는 중요한 국면인 만큼 총력 조율에 나선 것이다.
이 대통령은 휴일인 27일 공식 일정을 잡지 않은 채 참모들로부터 협상 진행 추이를 보고받고 막바지 대응 전략을 구상하는 데 몰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은 연일 회의를 열어 정책·안보 라인이 머리를 맞대고 미국 현지에서 전해지는 정부의 협상 상황을 업데이트하면서 기류를 분석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두 번째 급거 방미한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귀국한 이튿날인 25일 강훈식 비서실장 주재로 통상대책 회의를 열었고, 주말인 26일에는 김용범 정책실장과 위 안보실장 주재로 범정부 통상현안 긴급회의를 개최했다.
김 정책실장과 위 안보실장,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윤창렬 국무조정실장이 이틀간 회의에 모두 참석했다.
이에 전날 회의엔 대통령실 하준경 경제성장수석과 오현주 국가안보실 3차장 등이, 정부에선 조현 외교부 장관과 문신학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이 들어왔다.
여기에 미국에서 협상을 진행 중인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도 화상으로 참가하는 등 대통령실의 조율 아래 관계부처 당국자들이 총출동해 지혜를 모으는 모습이다.
대통령실은 이런 협의를 통해 단위별 협상 상황을 종합적으로 확인하고 안보 협력부터 농산물과 조선까지 분야별 논의를 유기적으로 엮어 실질적으로 협상을 진척시킬 수 있는 ‘카드’를 다각적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보인다.
김 정책실장은 25일 회의를 마친 뒤 브리핑에서 “협상 품목 안에는 농산물이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위 안보실장도 같은 자리에서 “안보 분야의 안정적 에너지가 여타 분야에 선순환적 효과를 주길 기대하며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대통령실은 26일 보도자료를 통해 “미국 측의 조선 분야에 대한 높은 관심을 확인하고, 양국 간 조선 협력을 포함해 상호 합의가 가능한 방안을 만들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번 주에는 구 부총리와 조 외교장관 등이 출국해 미 측 카운터파트와 대면 협상할 예정인 만큼 대통령실의 막후 원격 조율도 숨 가쁘게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관세 협상은 국익에 직결되는 문제인 데다 이 대통령이 표방한 국익중심 실용외교의 신뢰성에도 영향을 직접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비록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촉발한 문제이긴 하지만, 굳건한 동맹인 미국을 상대로도 국익을 최대한 보전하지 못한다면 ‘실용 외교’의 실효성에도 의문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임기 초부터 정부 외교기조의 신뢰성에 생채기가 생긴다면 국제무대에서 운신의 폭이 좁아지는 것은 물론 내치에서도 국정운영 동력을 저하하는 요인이 될 가능성이 작지 않다.
대통령실이 적극적으로 회의 결과를 알리는 데에는 이로 인해 과도한 불안감이나 협상 비관론이 번지는 상황을 막으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런 가운데 한국과 처지가 비슷한 일본이 앞서 미국과 관세 합의에 도달한 것도 정부로선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당장 협상을 빨리 마무리해야 한다는 압박 요인이 된다. 더구나 상호관세와 자동차 관세를 15%로 인하하고 5천500억 달러의 대미 투자를 한다는 미일 간 합의 조건 하나하나가 한미협상 결과를 평가할 ‘기준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위 안보실장은 25일 브리핑에서 미국과 일본의 합의 조건에 대해 분석하고 있다면서 “5500억 달러가 어떤 방식으로 투자될지 분명한 문서로 정리된 내용이 없다. 더 평가와 분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합의 이후로도 조건의 세부 내용이나 시행 시점 등을 두고 미일 양측의 설명이 엇갈리고 있는 점을 언급한 것이다.
그만큼 일본의 합의 결과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며 정부의 협상 상황을 차분히 기다려 달라는 뜻을 우회적으로 표한 것으로 해석된다.
노병하 기자·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