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째 멈춘 공사…조합 내분에 공사비 갈등까지
●학동 참사 그후 4년 <2>‘제자리걸음’ 공사
원자재·인건비 상승 경제적 부담
조합 불신으로 얼룩진 내부 균열
시·구청, 중재 못해 해결방안 난망
2025년 07월 23일(수) 16:53
재개발 사업이 멈춘 광주광역시 동구 학동4구역 재개발 사업 부지. 정유철 기자
지난 2021년 6월 학동 붕괴 참사 이후 4년이 지났지만, 광주광역시 동구 학동4구역 재개발은 여전히 제자리다.

참사 이후 중단된 공사는 사업 주체간 책임공방과 시공사의 공사비 인상 요구, 조합 내부 갈등, 행정기관의 미온적 대응이 얽히며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고질병인 재개발의 구조적 병목으로 멈춰 서 있는 것이다. 남은 것은 관계자들 간의 갈등뿐이다.

23일 학동4구역조합원 측에 따르면 지난 13일 학동4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 정기총회가 열렸다.

이번 총회는 재개발의 관리청인 동구청의 인가를 받기 전 공사비와 분양가 등 사업 시행을 위한 조합원들의 의결 절차였다.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이 이날 제시한 최종 공사비는 평당 619만원이었다. 이는 최초 인가 당시인 2018년에 책정된 405만원보다 약 214만원 오른 금액이다.

공사비는 참사 직후 508만원, 2023년 9월에는 689만원까지 상승한 바 있다. 조합원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사실상 3억원대였던 아파트 가격이 2억 원 가까이 추가로 상승한 것은 물론, 현대산업개발이 2022년 시공사 유지를 위해 제안했던 ‘14가지 옵션’이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서다. 공사비 인상 이유는 원자재 및 인건비 상승이다.

공사비만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조합장 측과 원주민을 포함한 일부 조합원 간 내부 갈등도 공사 지연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학동4구역 조합장 A씨는 인접한 3구역 조합장도 겸임하고 있는데, 지난 2023년에는 학동3구역과 관련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 위반 혐의로 벌금 80만원을 선고받았다. 현재 해당 조합장은 검찰의 항소로 9월 재판을 앞두고 있다. 또 학동3구역 조합의 관계자가 학동 참사 당시 조합에 무상 지급된 보류지를 마치 분양한 것처럼 서류를 위조해 제출한 혐의로 벌금 200만원을 선고받기도 했다.

최근 1인 시위에 나선 조합원 A씨는 “학동3·4구역 조합장이 3구역에서 벌금형을 받고도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며 “즉각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합원 B씨는 “얼마전 열린 총회도 불합리한 부분이 많았다”며 “외부 인력을 동원해 주거지를 일일이 방문하고 서면결의서를 직접 수거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총회 의결권을 조작하거나 왜곡할 수 있었다”고 의구심을 제기하며 광주시와 동구청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이에 조합측은 즉각 반발했다.

조합측 C씨는 “각종 의혹과 관련해 충분한 수사를 받아 왔다. 조합장은 현재 조합장 사직서까지 제출한 상태”라며 “공사비가 증액돼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시공사와의 정당한 협의를 통해 결정된 금액이며 이번 총회에서도 문제 없이 진행했고, 결의서를 스캔해서 조합원들에게 발송하는 등 투명하게 하겠다”고 말했다.

이렇게 사업을 둘러싼 갈등이 심화되고 있지만 조율하거나 중재할 책임 주체가 없어 해결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행정기관조차 나설 수 없다.

광주 동구청 관계자는 “절차대로 진행하는 것이 구청의 입장”이라며 “시공사 선정이나 계약 단계에서 행정 감사만 가능할 뿐”이라고 설명했다.

광주시 관계자도 “인·허가 권한은 기초자치단체에 있어, 관련 문제는 동구청에서 논의할 수밖에 없다”며 “광역시 차원에서 행정력을 발휘할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정유철 기자 yoocheol.jeo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