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시티’ 증도, 해변이 사라진다…우전해수욕장 폐쇄
골재 채취·기후변화 여파 등 겹쳐
모래 사라지고, 해송 뿌리째 뽑혀
구조물 붕괴 조짐…해변 출입통제
식당·민박 등 지역경제에 ‘직격탄’
모래 포집시설 등 복구계획 추진
모래 사라지고, 해송 뿌리째 뽑혀
구조물 붕괴 조짐…해변 출입통제
식당·민박 등 지역경제에 ‘직격탄’
모래 포집시설 등 복구계획 추진
2025년 07월 21일(월) 18:33 |
![]() 과거 신안 증도의 자랑이자 대표 관광명소였던 우전해수욕장이 가속화된 해안 침식으로 폐쇄됐다. 침식으로 일부 연안이 절벽처럼 깍였고, 뿌리가 드러난 해송이 뿌리채 뽑힌 채 해변에 널브러져 있다. |
21일 오전, 폭우가 그친 뒤 찾아온 폭염 속 신안 증도 우전해수욕장은 인적이 드물었다. 피서철을 앞두고 한창 개장을 준비하고 있어야 할 백사장은 출입이 금지된 채 적막에 휩싸였고, 해변 입구에는 출입통제 현수막만 걸려 있었다. 최근 조성된 인공구조물이 급격한 지반 침식으로 붕괴 위기에 놓이자, 신안군은 석축 재정비와 안전 문제를 이유로 해수욕장 전면 폐쇄를 결정했다.
우전 해변 현장은 참담했다. 바닷가를 따라 이어진 해송숲 끝자락은 모래가 사라지며 붉은 황토색 지층이 드러났고, 뿌리가 드러난 해송 몇 그루는 쓰러져 백사장에 나뒹굴었다. 산책로 경계선은 끊겨 있었고, 일부 구간에는 석축이 쌓여 과거의 해수욕장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여름철이면 관광객이 몰리던 슬로시티의 상징적 해변은 침식과 안전 문제로 올해 처음으로 전면 폐쇄됐다.
신안군은 지반 침식을 막기 위해 우전해수욕장 좌측 엘도라도리조트 인근 약 200m 구간에 조립형 블록 구조물을 설치했지만, 하부 모래가 빠져나가며 붕괴 위험이 커졌다. 지난 5월 군비를 투입해 석축으로 재정비했으나, 침식은 멈추지 않았다. 해송림 가장자리까지 침식이 진행됐고, 일부 구간에서는 해안선이 3m 이상 후퇴했다. 백사장 일부는 절벽처럼 깎여 나갔다.
우전해수욕장의 침식은 수십 년간 진행돼 왔지만, 대부분이 사유지로 구성돼 모래 유실을 막기 위한 연안정비사업을 위한 협의가 쉽지 않았다.
신안군 관계자는 “과거에도 정비사업 추진을 시도했지만 일부 토지주 반발로 지연돼 왔다”며 “현재는 정부 사업 신청과 병행해 토지 협의를 다시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모래 유실과 지반 침식은 우전 해변만의 문제는 아니다. 신안군에 따르면 △압해 월포지구 △비금 명사십리지구 △임자 대광지구 △압해 복룡 △지도 참도 △압해 마산 △증도 병풍지구 등은 침식 유형과 해안선 후퇴 범위는 다르지만, 모두 장기적인 모래 유실과 지반 붕괴 위험에 노출돼 있어 연안정비사업이 진행 중이거나 계획돼 있다.
침식은 생태 환경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전해변 우측 짱뚱어다리 인근 갯벌은 모래화가 진행 중이다. 과거 증도의 상징이었던 짱뚱어, 칠게, 농게 등 갯벌 생물의 서식지가 변화하며 생물 다양성 훼손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해양생태 전문가는 “서해처럼 완만한 갯벌 지형에서 모래화는 구조적 생태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며 “좌측 침식과 우측 퇴적이 동시에 일어나며 지형의 비대칭 변화가 뚜렷하다”고 분석했다.
![]() 신안 증도 우전 해수욕장 중앙 통행로에 설치된 ‘우전해수욕장 출입금지’ 알림 현수막. 현수막에는 해수욕장의 풍파 및 자연침식에 따른 지반 붕괴 우려 등으로 안전사고 예방 차원에서 출입을 절대 금지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
증도 주민 김종운(57) 씨는 “60년 넘게 자란 소나무가 빼곡히 자리잡은 해송숲은 인기가 높은 산림욕장인데, 침식이 계속되면 이 숲도 위험할 수 있다”며 “관광객이 줄면 지역 식당, 민박, 카페 등 전체 경제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2006년 개장한 엘도라도리조트 측도 “우전해변 조망이 숙소의 가장 큰 장점인데, 접근이 차단되면 하반기 예약 취소도 우려된다”고 밝혔다.
전문가와 환경단체는 침식의 구조적 원인으로 기후위기에 따른 해수면 상승과 함께 과거의 과도한 모래 채취를 지목하고 있다.
신안군과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1973년부터 2002년까지 신안 해역 공유수면에서 허가된 골재 채취량은 2700만㎥에 달하며, 진도·신안 일대 불법 채취까지 포함하면 총량은 1억㎥을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2002년 골재 채취가 전면 중단될 당시에도 신안군 전체 해안선 1270㎞ 중 76㎞(6%)가 침식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골재 채취의 영향은 10년, 20년이 지나서 해안선 후퇴와 생태 변화로 나타난다”며 “신안 해안 침식은 과거 무분별한 개발과 현재 기후 리스크가 중첩된 결과”라고 진단했다.
신안군은 침식 확산을 막기 위해 ‘증도 우전지구 연안정비사업’을 해양수산부에 신청할 계획이다. 침식이 가장 심각한 700m 구간을 중심으로, 대나무 소재의 V자형 모래 포집시설을 설치해 유실되던 모래가 해안에 정착할 수 있는 자연 유도형 복원 전략을 구상 중이다.
이효선 신안군 섬발전진흥과장은 “올해는 불가피하게 안전 문제로 우전해수욕장 개장을 포기했지만, 연안정비사업이 본격화되면 향후 백사장 기능 일부 복원이 가능할 것”이라며 “모래를 되찾고 숲을 지키기 위한 장기 복구 계획을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글·사진 김성수 기자 seongsu.kim@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