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고려인동포도 국민입니다”
2025년 07월 21일(월) 17:26 |
![]() 이정준 기자 |
정부가 21일부터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민생회복 소비쿠폰 신청을 받기 시작했다.
주민등록상 내국인을 기준으로 15만~52만원의 소비쿠폰을 지급한다.
소비쿠폰 지급 대상에 결혼이민자·영주권자·난민 인정자 등 일부 외국인을 포함했다. 그러나 재외동포(F-4) 비자 소지자와 단기체류 외국인은 제외돼, 광주 고려인동포 다수가 혜택에서 배제됐다.
그 여파로 광주 광산구 고려인마을 거주자 4800여명(동포 비자 3700명) 가운데 상당수가 이번 소비쿠폰 혜택을 받지 못한다
고려인동포들이 국가와 지역사회에 기여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그들은 일반 국민들과 똑같이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실행해야 할 의무를 함께 하고 있다.
그들은 제조·건설·농장 등에서 일하며 지역 경제에 이바지하고 있고 세금도 성실히 납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고려인을 소비쿠폰 대상에서 배제한 것은 이들을 같은 동포로 보는 것이 맞는가에 대한 의심을 들게 한다.
현장에서 만난 고려인들은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신조야 고려인마을 대표는 “동포들도 세금을 내고 지역사회에 기여하고 있음에도 정책에서는 언제나 뒤로 밀린다. 각계각층의 노력으로 고려인동포들이 쿠폰 지급 대상에 포함된다면 정말 기쁠 것 같다”며 “그동안 우리 동포들이 대한민국 국민 대우를 받지 못했는데 이번엔 꼭 이루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특히 취재 중 만난 박실바(73)씨의 “늦게라도 소비쿠폰을 지급받는다면 손주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사주고 싶다”는 말이 기억에 오래 남는다.
지역사회도 이에 힘을 보탰다. 광주 광산구의회는 지난 16일 제298회 임시회 1차 본회의에서 성명을 발표하고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 고려인동포들을 위해 정부에 신속한 소비쿠폰 지급기준 마련과 지방정부에 재량권을 부여할 것을 촉구했다. 고려인동포들을 외국인이 아닌 같은 지역민으로 보고 같은 국민이라는 생각을 가질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중요하다.
다만 이들이 소비쿠폰 정책에 포함되기 위해서는 지역 목소리만으로는 부족하다. 중앙정부에서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고려인협회는 지난 11일 대통령실에 청원서를 제출했고 대통령실은 논의 후 재회신하겠다고 답했다.
대통령실이 조치에 나섰다는 것은 분명 의미있는 소통의 시작이지만,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실질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단순히 소비쿠폰 정책에서만 끝나는 단발성 이벤트가 아닌 고려인동포들이 우리 지역민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정부도, 지역사회도 바뀌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