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하선의 사진풍경 241>부자(父子)의 여름나기
박하선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2025년 07월 17일(목) 17:18
부자(父子)의 여름나기.
연일 불볕더위다.

거실엔 에어컨이 돌아가지만,

그래도 시원찮다는 생각에

반바지 하나만 걸친 채

TV 앞에 앉아 세상을 읽는다.



여기저기서 대규모의 산불에, 화산 폭발에

하루에도 수천 발의 폭탄과 미사일이 터져

불바다가 되고 있으니

지구가 달궈질 대로 달궈진 거다.



옆방에 있던 작은 아들놈이 나와

역시 같은 차림으로 곁에 앉는다.

말도 없고, 웃지도 않는다.

그렇다고 어색하지도 않다.



언제부턴가 아들의 몸에 살이 붙더니

이제 제법 어른티가 난다.

엄마를 닮았다고 했는데,

앉아 있는 모습도,

숨 쉬는 리듬도,

낯설지 않게 나를 닮아있다.



같이 있으면서도

서로 다른 생각을 하고

굳이 말을 나누지 않아도 괜찮은 나이.



그놈은

그렇게 어른이 되어 있었다.



무덥고 무거운 여름 오후,

시원하게 퍼붓는 소나기도 없이

우리는 그저 그렇게

시간을 희미하게 흘려보내며
한때의 기록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