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의 큐레이터 노트 66>흑과 백, 문명과 인간의 도발적인 대화
●이선 이강하미술관 학예실장
2025년 07월 13일(일) 16:17
카라 워커 작 ‘Slavery! Slavery!’. 이선 제공
현대 미술에서 정체성과 다문화의 요소에 대한 주제는 심심치 않게 떠오른다. 진실에 다가가고자 하는 예술가들에게 자아의 정체성과 시대의 제도는 작업의 중요한 요소로 형성되었다.

오늘날 작업하는 가장 저명하고 찬사를 받는 아프리카계 미국 예술가 카라 워커(Kara Walker, 미국, 1969~)는 미국 역사 전반에 걸쳐 인종차별, 고정 관념, 남녀 성별과 정체성에 대해 탐구하고 있다. 그는 흑백의 목가적인 풍경 속에서 콜라주 한 실루엣의 대형 벽화, 회화 작업으로 알려져 있는데, 종종 잔인하고 참혹한 이미지로 가득 찬 남부 지방 노예제도의 기원을 도발적으로 보여준다. 19세기 빅토리아 풍 그림자 이미지를 통해 인정과 젠더, 폭력과 섹슈얼리티, 흑인의 정체성, 심리적으로 억압되고 착취당한 흑인 여성의 모습을 실루엣의 방 크기 안에 블랙 컷 페이퍼로 제작하였다.

1969년 캘리포니아 스톡턴에서 태어나, 화자이자 교수였던 아버지 밑에서 성장했다. 이 시기는 시대 전반의 여러 변화가 있었고, 문화 다원주의 형성으로 소수 민족이나 동성애, 젠더 문제 등 다양한 문화를 수용하는 분위기가 나타났다. 또한 포스트 포더니즘이 시작되면서 남성 주도의 문화예술계에도 많은 여성 예술 단체와 여성 작가들이 등장하면서 기존의 제도와 분위기가 크게 변화되었다. 1980년대 서구열강 나라 중심의 예술에서 탈피해 주변국이나 유색인종의 예술과 작가들까지 관심이 퍼지기도 하였다. 워커는 1997년 28세 나이로 MacArthur 펠로우 쉽을 수상하여 역대 최연소 수상자 중 한 명으로 2015년부터 럿거스 대학교의 메이슨 그로스 예술학교에서 시각 예술분야의 교수로 재직하기도 했다. 나아가 작가는 흑과 백의 폭력적이고 불안한 관계를 통해 미국 흑인 노예제도와 인종 차별의 역사를 다루는 일반적으로 페이퍼 실루엣의 파노라마 프리즈로 작가적 명성을 얻었다. 폭력적이고 불안한 사회적 분위기를 통해 미국 노예제와 인종 차별의 역사를 다루는 흰색 벽에 대한 일반적으로 검은 인물 컷 페이퍼 실루엣의 파노라마 프리즈로 작품으로 제작하며 구아슈, 수채화, 비디오 애니메이션, 그림자 인형, 매직 랜턴 프로젝션 장르뿐 아니라 Creative Time(비영리 단체)의 공공예술 전시회와 대규모 조각 설치 작품을 발표하였다.

카라 워커 작 ‘A Subtlety or Marvelous Sugar Baby(미묘함 또는 신기한 설탕 아기)’. 이선 제공
대표 조각 작품 ‘A Subtlety or Marvelous Sugar Baby(미묘함 또는 신기한 설탕 아기)’는 1882년부터 2004년까지 가동된 도미노 설탕 공장으로 19세기부터 20세기까지 미국 설탕산업을 대표하는 공장에서 공개되었다. 아메리카 대륙의 ‘설탕 혁명’이 일어난 후 아프리카에서 노예를 수입하여 카브리 해와 브라질에서 작품을 재배하여 대서양 횡단 노예무역의 주요 동력이 되기도 하였다. 이 설탕 공장 장소 특정적 작업은 7톤의 백설탕으로 만든 거대한 조각(높이 10m, 길이 23m, 무게 40톤)으로 이집트의 스핑크스를 연상시키는 자세를 취하고 있는 아프리카계 여성(흑인 유모) 나체를 모델로 만들어졌다. 작품은 거대하고 적나라하게 노출된 가슴과 도발적인 엉덩이의 표현, 도발적인 표정으로 관객을 내려다본다. 공장 바닥 주변엔 붉은 설탕으로 조각된 바구니를 든 노동하는 작은 아이들이 곳곳에 배치되어 거대한 스핑크스 권력 앞에 놓인 아동 노동 착취와 잔혹한 제도적 억압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점점 녹아 사라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작가는 이 공장이 철거되기 전 마지막 전시 공간으로 활용해 미국의 식민주의, 노예 제도, 산업화의 과정에 있었던 내용들을 설탕과 연결된 자본주의의 아동 노예와 폭력성을 다시 아프리카 디아스포라로 연결시킨다. 사탕수수 밭에서 우리의 부엌에 이르기까지 설탕의 달콤한 맛 뒤에 숨은 무수한 제도를 흑백 실루엣의 조각들은 역사의 현실과 맞서는 동시에 노예 시대의 고정관념을 현대의 끈질긴 관심사와 접속하게 된다. 나아가 미국의 인종차별에 대한 그의 작업적 탐구는 인종과 성별의 관계와 관련하여 다른 국가와 문화에 적용될 수 있으며 관습을 거부하는 예술의 저항적 힘을 가중시킨다.

카라 워커 작 ‘A Subtlety or Marvelous Sugar Baby(미묘함 또는 신기한 설탕 아기)’. 이선 제공
“인종차별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는 순간, 그 이야기를 다시 경험하게 된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타자에게 ‘이봐, 넌 여기 속하지 않아’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 한, 인종차별의 영역을 계속 탐구하는 것은 현실적인 선택일 뿐입니다.” - 작가 인터뷰 중에서...

그의 작업은 흑백의 실루엣과 낭만적인 구성 방식이 맞서도록 시도하는 것으로 미국-강국의 역사가 가진 불편한 진실에 대해 시각적, 감정적으로 충격을 전달하고 전통적인 역사적 서사에 도전한다. 더불어 예술의 저항이자 관객들의 본능적 반응을 이끌어 내기 위한 방식을 담고 있다.

카라 워커는 현대 사회적 문제가 직면하여 폭넓은 예술적 이해를 바탕으로 직접적이고 위트 있는 작품으로 현대 미술의 메시지를 전하며 시대의 예술이 사회와 정치적 문제에 관한 어떤 담론을 불러일으키고 끊임없이 과거에 대한 인식을 재고하고자 하는지 우리에게 질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