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타적유전자>해양학자의 환경일기 ‘서른아홉 번째 기록 - '기후에너지부의 신설과 제언’
윤승태 경북대학교 지구시스템과학부 해양학전공 부교수
2025년 07월 08일(화) 15:56 |
![]()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6월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 취임선서식에서 취임 연설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연합뉴스 |
대한민국도 그동안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2015년 파리기후협약 가입 이후, ‘2050 탄소중립 선언’을 비롯해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상향, 제3차 기후변화 적응대책 수립 등 정책 기반을 점차 확대하였고, 기업 차원에서는 RE100 참여와 함께 태양광·풍력 중심의 재생에너지 투자를 지속적으로 늘렸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2050 탄소중립 목표와 RE100 이행률은 계획 대비 크게 뒤처져 있으며, 실제 기후위기 대응 성과도 여전히 미흡하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이에 따라 최근 출범한 이재명 정부는 기후정책의 통합성과 집행력을 강화하기 위해 ‘기후에너지부’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 분산되어 있던 기후·에너지 관련 기능을 하나로 통합해 보다 일관성 있고 강력한 대응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정부에서 구상 중인 기후에너지부는 탄소중립 이행, 재생에너지 확산, 에너지 수급 안정화 등 기후·에너지 관련 핵심 정책을 통합적으로 추진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게 된다. 현재 환경부,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등에 분산된 관련 기능을 하나로 묶어 정책 간 시너지를 높이겠다는 것이다. 나아가 국제협력 강화, 과학 기반의 정책 수립, 기후위험 대응 전략 마련 등을 종합적으로 관리하며, 국무총리 산하에 ‘기후위기 대응 전략회의’를 설치하고 ‘기후에너지기본법(가칭)’ 제정을 통해 법적 기반을 마련하는 방안도 포함되어 있다.
기후에너지부 신설 계획이 발표된 이후, 과학계를 비롯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환영과 우려가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기후위기 대응을 더 이상 환경부나 산업부 등 기존 부처의 부수적 업무로 다루지 않고, 독립된 전담 조직을 통해 국가 정책의 중심 과제로 끌어올렸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동시에 현실적인 우려도 제기된다. 가장 먼저 언급되는 것은 ‘누가 이 부처를 이끌 것인가’에 대한 문제다. 기후와 에너지라는 복잡하고 상충하는 이해관계를 조율하면서, 과학적 전문성과 정책적 균형 감각을 겸비한 인물이 수장으로 임명되지 않는다면, 부처의 위상과 신뢰는 출범 초기부터 흔들릴 수 있다. 또한 기후에너지부가 실질적인 정책 수단과 예산 권한을 확보하지 못한 채 기존 부처 간 조정 기능에 머무르거나, 보여주기식 조직에 그칠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다. 기후정책의 핵심은 부처 신설 그 자체가 아니라, 그 부처가 얼마나 실질적인 힘과 역할을 수행 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기후위기 대응은 특정 정권의 치적 사업이 아니라 세대를 관통하는 장기 전략이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독립성과 지속성을 갖춘 조직, 안정적인 예산, 그리고 전문성과 경험을 겸비한 인재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한 기후정책은 국민의 삶과 직결된 사안으로, 에너지 요금, 탄소세, 교통·건물 규제 등 민감한 영역과 직결되어 있다. 정책 추진 과정에서 충분한 사회적 합의와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정책의 후퇴와 책임 회피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기후에너지부는 단순한 집행 부서가 아니라, 사회 전반의 전환을 이끌어내는 ‘기후 리더십’의 상징이 되어야 한다.
기후위기는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기후정책을 언제, 얼마나 과감하게 추진할 것인가가 우리가 마주한 유일한 변수다. ‘기후에너지부’ 신설이 구호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시스템 전환의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대한민국이 이 기후위기 시대를 선도적으로 헤쳐 나가는 국가로 거듭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