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의창·노영필>전교조 교사, 여전히 불온한 교사입니까
노영필 교육평론가
2025년 07월 06일(일) 16: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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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기 정부는 전교조를 불온단체로 규정했고, 교육부는 전교조 교사를 식별할 수 있는 15가지 항목을 배포했다. 1989년 6월 7일자 동아일보는 그 내용을 인용하며, ‘촌지를 받지 않는 교사’, ‘학생들에게 비판적으로 사고하라고 가르치는 교사’, ‘지나치게 열정적으로 수업을 하는 교사’ 등이 전교조 교사로 분류되는 기준으로 소개되었다. 국가권력은 ‘올바른 교사’를 구별한다며 감시와 배제의 논리를 펼쳤고, 결국 수많은 교사들이 범죄자 취급을 받으며 교단을 떠났다.
그로부터 수십 년이 흐른 뒤, 진실화해위원회는 전교조 해직 사태를 국가폭력에 의한 중대한 인권침해로 판단했다.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심의위원회 역시 국가의 과오를 인정하고, 피해 회복을 권고했다. 피해자 다수는 복직이 아닌 ‘특별채용’ 방식으로 교단에 돌아왔는데, 이는 명백한 원직복귀가 아니었고, 가해자인 국가가 사실상 ‘시혜’를 베풀 듯 행한 조치였다. 이들은 복직 이후에도 급여 보전은커녕 경력과 명예를 회복하지 못한 채 교직생활을 마무리해야 했다.
최근 이주영 전 교사의 민사소송 1심 판결은 문제의 본질을 다시 드러냈다. 이 교사는 전교조 활동을 이유로 부당하게 해직되었고, 특별채용 형식으로 교단에 복귀했다. 그는 진실화해위원회의 인권침해 결정에 따라 국가에 손해배상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위자료 1,700만 원만 인정하고 해직 기간 동안의 임금 손해에 대해서는 배상 책임이 없다고 판단했다. 이미 두 차례 국가기관이 인정한 불법 해직의 피해를 사법부는 외면한 것이다. 국가의 책임을 인정하고도 실질적 배상은 하지 않는 이 판결은, 피해자를 두 번 고통스럽게 만드는 결과를 낳았다.
문제의 핵심은 ‘특별채용’이라는 용어에 있다. 이는 잘못된 국가 정책에 의해 해직된 교사를 본래의 자리로 되돌리는 복권이 아니라, 새롭게 뽑는 절차를 거쳐야 했다는 뜻이다. 피해자는 여전히 자신의 경력을 온전히 회복하지 못했고, 임금과 경력 손실도 그대로 떠안아야 했다. 법원은 이를 정당한 절차라고 판단했지만, 이 논리는 과거 잘못을 지금의 법 잣대로 정당화하는 궤변이다. 정의는 단순히 절차적 정당성으로 측정되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의 관점에서 실질적 회복이 이루어졌는지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진실화해위원회의 결정은 단순한 과거사 정리가 아니다. 민주주의의 회복이고, 교육의 정의를 세우는 출발점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국가는 책임을 인정하는 척만 했고, 사법부는 이 책임을 구체적 실천으로 연결하는 데 실패했다. 이제는 제도적 결단이 필요하다. 진화위 권고를 법률적으로 이행할 수 있도록 국회가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고, 해직교사들의 경력·급여 보전과 명예 회복을 명시해야 한다. 사법부 역시 진화위 판단을 판결의 실질적 근거로 반영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피해자는 국가의 공식 사과와 함께, 손해에 대한 전면적 배상을 받아야 한다.
오늘날의 교육 현장은 여전히 위기 속에 있다. 아이들은 입시경쟁에 지치고, 교사들은 행정과 통제에 시달리고 있다. 인간화된 교육, 민주적 공동체로서의 학교는 아직도 멀기만 하다. 전교조 해직 사태는 단지 과거의 문제가 아니라, 지금 우리가 어떤 교육을 지향하는지 묻는 질문이기도 하다. 피해자들의 고통이 방치되고 왜곡된 채로 남는다면, 민주주의는 그 기초부터 흔들리게 된다. 교육의 정의가 회복될 때 비로소 사회의 정의도 바로 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