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만원, 나를 간첩이라고 주장. 말도 안돼”
5·18 북한군 개입설 지만원 손배소송
당사자 차복환·홍흥준씨 증인으로 나서
“어느 날, 간첩으로 몰려있었다” 증언
2025년 07월 03일(목) 17:38
5·18민주화운동에 북한군이 개입했다는 주장을 펼친 지만원씨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원고인 차복환씨와 홍흥준씨가 법정에 출석해 직접 진술했다.

광주지방법원 제11민사부(홍기찬 부장판사)는 3일 오후 법원 별관 209호에서 5·18기념재단과 차씨, 홍씨 등이 지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의 증거조사를 진행했다.

지씨는 지난 2023년 1월 ‘5·18작전 북이 수행한 결정적 증거 42개’라는 책을 통해 5·18에 북한군 특수부대 300명이 개입했다고 주장했고, 해당 사건을 왜곡·폄훼한 혐의로 민·형사상 소송을 받고 있다.

차씨와 홍씨는 이 서적에서 각각 북한 특수원 ‘광수1호’와 ‘광수75호’로 지목된 시민군이다.

수원지법 안양지원은 올해 1월 해당 서적의 출판·배포를 금지하는 가처분을 인용했고, 전국 서점과 도서관에서의 유통을 금지시킨 바 있다.

증인들은 재판에서 피고인 지씨 측이 제기하는 ‘당시 사진’을 근거로 한 북한군 개입 주장이 자신들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해당 사진을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 ‘김군’ 속 인물로 특정된 차씨는 “지씨의 주장으로 인해 간첩으로 오해받고 있다”고 밝혔다.

차씨는 “나는 간첩이 아니다. 지씨가 영화 ‘김군’까지 끌어와 나를 북한군 김창식, 광수1호로 몰아세우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며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한 행위”라고 강조했다. 이어 “영화에 등장한 내 행적도 잘못 기록돼 있으며, 피고가 주장하는 북한 인물과 나는 아무 관련이 없다”고 덧붙였다.

홍씨도 “지씨가 제 사진을 근거로 북한 정치인 리선권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명백한 허위사실 유포”라며 “당시 사진 속에 입고 있던 옷도 수십 년간 보관하다가 재단에 증거로 제출했다”고 진술했다.

이에 대해 지씨측 변호인은 “피고는 차씨를 김창식이라고 특정한 적이 없고, 차씨가 김창식이 아니라면 명예훼손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반박했다. 증인 신문 과정에서 지씨측은 영화 ‘김군’에 나온 내용을 근거로 차씨의 행적을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이번 소송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광주전남지부가 지난해 5월 제기했다. 5·18 왜곡과 폄훼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한 취지다. 재판부는 다음 변론을 8월 21일에 이어갈 예정이다.
정유철 기자 yoocheol.jeo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