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설정환>광주 기초의회 의원연구모임 10년, 다음을 위한 과제
설정환 광주북구마을자치도시재생센터 대표이사, 시인
2025년 07월 03일(목) 15:12
설정환 광주북구마을자치도시재생센터 대표이사·시인
광주광역시 기초의회가 ‘의원연구모임’ 제도를 도입한 지도 어느덧 10년이 넘었다. 지난 2014년 광산구의회가 가장 먼저 관련 조례를 제정한 이후, 2015년에는 서구와 남구가, 2020년 북구, 2021년 동구까지 모든 구의회가 제도를 도입하고 의원연구모임을 운영 중이다.

의원연구모임의 가장 큰 성과는 제도화 그 자체다. 의원들의 정책연구는 단순한 공부를 넘어 지역사회 문제를 고민하고 대안을 설계하는 정책개발의 첫걸음이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각 구의회가 연구모임 결과물을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첫째, 주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둘째, 연구성과의 축적과 공유를 가능하게 하며, 셋째, 의정활동의 투명성을 담보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각 구의회의 공개 수준과 형식은 조금씩 다르지만, 이를 통해 의원연구모임 제도가 점차 내실을 갖추어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광주 동구의회는 홈페이지 메인화면에 의원연구모임 활동사진을 전면에 배치함으로써 연구활동의 상징성과 의회의 전략적 의지를 강조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의정활동의 브랜딩 측면에서 인상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다만, 조례 제정 시기가 2021년으로 가장 늦은 편이고, 연구결과물의 질과 양에서는 아직 시민들의 기대에 다소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아쉽다.

광산구의회는 2014년 제도화를 가장 먼저 도입한 선도자다. 의정활동을 본회의, 위원회, 정책연구활동 등으로 구분해 홈페이지에 배치하는 등 시민 접근성 측면에서는 돋보이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현재 5개의 연구모임이 활동 중임을 공개하고 있으며, 의원연구모임의 수와 다양성에서 강점을 보인다. 그러나 최근 성과물의 공개가 미흡하고, 특히 2023년 이전의 자료는 아예 접근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제도화의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다.

서구의회는 2023년 연구활동 결과보고서를 형식과 내용 면에서 잘 정리해 공개하고 있다. 실질적인 자료 수준에서도 주민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어, 타 구의회에 비교 우위를 가진다. 남구의회는 홈페이지 공지사항을 통해 일부 연도의 연구성과를 공개하고 있지만, 그 연속성과 접근성 면에서는 여전히 보완이 필요하다.

북구의회는 단연 가장 안정적인 운영을 보이는 의회다. 2023년과 2024년 활동 결과보고서 모두 홈페이지에 공개되어 있으며, 연구 활동의 내용뿐 아니라 예산 집행 내역까지 상세하게 포함하고 있다. 특히 보고서의 구조화된 정리 수준은 타 구의회 의원연구모임의 모범이라 할 만하다. 연구회의 다양성, 주제의 시의성, 결과물의 완성도 등 모든 면에서 주민의 신뢰를 이끌어낼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해 있다. 이처럼 각 구의회는 나름의 방식으로 의원연구모임을 운영하고 성과를 내고 있다.

그러나 이제는 성과를 넘어, 다음 단계로 나아갈 시점이다. 가장 먼저 고민해야 할 과제는 연구 방법론의 체계화다. 일부 연구모임이 단순한 간담회나 세미나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현실은 본래 제도 도입 취지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 실제 정책 설계와 분석, 입법 대안 제시까지 이어지는 보다 체계적인 연구 역량이 필요하다.

또한, 공개된 연구성과물들이 구의회 차원에서 통합적으로 관리되지 않고, 연도별로 흩어져 누적되지 않는 점은 큰 문제다. 매년 공들여 생산된 결과물이 다음 해 의정활동에 반영되지 못한 채 사장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는 의원 개인의 성실성이나 관심만으로는 극복하기 어려운 구조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는 협력의 체계화다. 현재 각 구의회 의원연구모임은 개별적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타 구의회 혹은 광역의회와의 공동연구는 전무한 상황이다. 이제는 의회 간 연계 연구나, 광주시 차원의 통합 연구 플랫폼 마련도 고려할 시점이다. 연구의 질을 높이고 예산의 효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협업 체계 구축은 필수적인 과제다.

정책은 사람을 바꾸고, 사람은 지역을 바꾼다. 의원연구모임은 결국 지역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한 의회의 집단적 성찰과 실천의 장이다. 광주 5개 구의회가 지금까지 축적해온 제도적 성과를 바탕으로, 이제는 서로 배우고 협력하며 한 걸음 더 나아가기를 기대한다. 연구가 정책으로, 정책이 변화로 이어지는 그 과정에서 지방의회의 미래는 더욱 단단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