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의견에 방향 튼 광주시, 호남고속도로 확장 본격화
姜시장, 토론회서 주민의견 수렴
4000억원 市 재정 분담금 우려 속
시민 19명 중 16명 '확장하자' 주장
사업 재추진…추경 국비 확보 노력
2025년 07월 01일(화) 18:41
강기정 광주광역시장이 1일 오후 광주비엔날레 거시기홀에서 열린 호남고속도로 확장사업 토론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광주광역시 유튜브 갈무리
 국·시비 예산 분담을 놓고 불거진 갈등으로 지지부진하던 호남고속도로 확장공사가 본격 추진으로 가닥을 잡았다.

 4000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지자체 예산 부담 등을 이유로 사업 추진에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했던 광주광역시가 시민 토론회를 통해 주민들의 사업 추진 의견을 수용하면서 호남고속도로 확장사업을 위한 국비 예산 확보에 나서기로 했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1일 광주 북구 광주비엔날레관 거시기홀에서 열린 ‘호남고속도로 확장사업 광주시민의 의견을 듣습니다’ 긴급 시민토론회에서 “광주시 재정부담도 걱정이지만, 공사가 빨리 시작돼 교통정체도 풀렸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대다수”라며 “시민의 뜻에 따라 삭감된 호남고속도로 정부 추경 예산 367억원과 광주시 예산 400억원을 확보해 공사를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토론회는 호남고속도로 광주 구간(동광주IC∼광산IC·11.2㎞) 확장을 위한 추경 예산 367억원이 최근 국회에서 전액 삭감되며 표류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추진 여부에 대한 시민 의견을 공개적으로 수렴하기 위해 마련됐다.

 토론회에는 강기정 시장과 채은지 시의회 부의장을 비롯한 시의원, 자치구 의원, 주민자치위원, 시민 등이 참석했으며, 호남고속도로 사업 추진 현황 발표에 이어 참여 시민들이 자유롭게 발언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강 시장은 “오늘은 제 의견을 내기보다 시민들의 목소리를 듣고, 그 의견에 따라 결론을 내리겠다”며 “국회 추경 예산 심의가 이번 주 안에 진행되는 만큼 시급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호남고속도로 확장 사업은 단순한 지역 숙원사업을 넘어 광주 북부권과 인근 산업단지를 오가는 시민들에게 꼭 필요한 핵심과제”라고 설명했다.

 호남고속도로 광주 구간 사업은 2029년까지 총사업비 8000억원을 투입, 동광주IC~광산IC 구간 11.2㎞를 4차로에서 6차로로 확장하는 공사다. 광주 북구 용봉IC 개설 민원을 계기로 본선 확장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광주시는 교통 혼잡 해소와 지역 접근성 개선을 위해 2015년 7월 한국도로공사와 사업비를 절반씩 분담하는 협약을 체결하고, 2025년부터 2029년까지 해당 구간을 6~8차로로 확장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협약 체결 당시 2762억원이었던 총사업비가 두 차례의 예비 타당성 재조사가 진행되고 소음 저감 시설 설치, 물가 변동 등이 추가 반영되면서 2023년 9월 7934억원까지 늘었다.

 광주시는 재정 부담을 이유로 설계비 정산액 67억원의 근거 제출을 요구하며 분할 납부(10년)와 전액 국비 지원을 한국도로공사 측에 제안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올해 본예산에 시민 분담금 367억원을 편성하지 못했고, 국회도 국비 367억원을 전액 삭감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총 19명의 시민이 발언에 나섰고, 이 중 16명이 “예산을 어떻게든 마련해 지금이라도 공사를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치동 상인회장은 “올해 초 착공될 줄 알고 기대했는데 갑자기 중단돼 시민들은 허탈했다”며 “세금과 지방채 부담보다 중요한 것은 시민 불편을 해소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운암동 주민은 “비엔날레 전시관 이전과 아파트 개발이 예정된 용봉IC 인근은 교통지옥이 예상되는데 시가 외면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반대로 “시 재정 여건상 즉각적인 착공은 부담이 크다”는 우려도 나왔다. 일부 시민은 “광주시의 부채가 이미 2조원을 넘는 상황에서 분담금 4000억원을 감당하기 어렵다”며 신중한 결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 시장은 토론회 마무리 발언을 통해 “발언자 19명 중 16명이 착공에 찬성했고, 그 의견을 존중하겠다”며 “당장 367억원 국비 예산을 국회에서 되살리고, 광주시 추경에도 400억원을 반영해 올해 안에 사업을 시작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가능성은 없지만 정부에 10년 분납·무이자 방식을 끝까지 요구해보도록 하겠다”며 “공사가 시작되면 최소 7년간 교통 혼잡과 소음·분진 문제가 불가피하지만 시민들께서 숙원 해결을 위해 불편을 감내해 달라”고 양해를 구했다.

 또 “현재 광주는 정부가 발행하는 민생쿠폰 등을 지급하기 위해 1000억원의 예산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며 “민생예산은 지방채를 발행할 수 없기 때문에 5개 자치구와 분담하는 방안, 호남고속도로 확장공사에 필요한 지방채 발행 등 다각도로 고민해 보겠다”고 덧붙였다.
정상아 기자 sanga.jeo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