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곡은 강제이주 고려인을 위한 위로이자 헌사"
●정유진 바이올리니스트 인터뷰
최근 신곡 '코료사람' 발표
음악적 위로·예술적 기록
AI로 구현된 영상 '눈길'
"'고려인 연작' 이어갈 것"
최근 신곡 '코료사람' 발표
음악적 위로·예술적 기록
AI로 구현된 영상 '눈길'
"'고려인 연작' 이어갈 것"
2025년 07월 01일(화) 16:24 |
![]() 정유진 바이올리니스트. |
![]() 정유진 신곡 ‘Корё-сарам(코료사람)’ 앨범 커버. 독자 제공 |
광주 출신 바이올리니스트 정유진이 고려인 강제이주사를 음악으로 표현한 신곡 ‘Корё-сарам(코료사람)’을 발표했다. 정유진은 최근 전남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곡의 제작 과정과 의미를 털어놓으며 “삶의 터전과 언어, 이름을 빼앗긴 이들의 이야기이자, 역사를 되살리는 예술적 기록”이라고 밝혔다.
이번 곡은 1937년 일제강점기, 러시아 연해주에서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당한 고려인들의 여정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정유진은 낯선 땅에서의 비통함과 노동, 연대의 감정을 바이올린 선율로 풀어냈다. 기차 소리로 시작되는 곡은 이주의 떨림과 고통을 표현하고, 이어지는 음악에서는 공동체가 서로 기대어 살아간 시간들이 녹아든다.
정유진은 이 곡을 단지 하나의 연주곡이 아닌 “상실과 기억을 담은 음악적 증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에 희생됐고 지금도 힘겹게 살아가는 고려인들의 고통을 대변하고 싶었다. 잊히지 않아야 할 역사라는 메시지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그가 고려인 주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다큐멘터리 시청 이후 남편과의 대화였다. 고려인 마을을 다녀온 남편이 전한 말로 다 담기지 않는 감정이 정유진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고, 그는 곧바로 작곡을 시작했다. 광주 광산구 고려인 마을을 수차례 방문하며 만난 이웃들의 이야기 역시 작품에 깊이를 더했다.
정유진은 “광주는 아픔을 기억하고 연대하는 도시다. 나도 그 정신을 품고 살아가는 예술가”라며 “이번 곡은 단순히 과거를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도 이어지는 공동체의 상처와 회복을 마주하는 작업”이라고 말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음악뿐 아니라 시각 예술 요소도 함께한다. 앨범 커버는 박상지 문화학 박사가 미드저니와 챗GPT를 활용해 20회 이상 수정하며 완성한 이미지다. 기찻길 위에 놓인 보라색 꽃은 위로, 애도, 고귀함, 희망을 상징한다.
뮤직비디오에는 고려인의 실제 사진을 기반으로 제작된 인공지능(AI) 영상이 활용됐다. 멈춰 있던 흑백 이미지를 생명력 있게 되살린 이 영상은, 정유진의 음악과 함께 ‘숨 쉬는 기억’으로 다가온다.
이번 작업에는 정유진의 오랜 음악적 동료들도 함께했다. 피아니스트 김세희, 음악감독 이정욱은 작품의 흐름과 서사를 정교하게 다듬으며 완성도를 높였다. 세 사람은 버클리음대 재학 시절부터 함께 작업해 온 인연이 있다.
정유진은 앞으로도 고려인 연작을 이어갈 계획이다. 첫 곡 ‘코료사람’이 이별과 이주의 순간을 담았다면, 후속곡들은 새 터전에서 겪은 삶의 단면과 정체성, 희망의 서사를 중심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그는 “고려인들이 새로운 땅에서 겪은 정체성의 혼란 속에서도 지켜낸 가족과 문화를 중심으로 희망의 이야기를 다룰 예정이다”며 “음악을 통해 이들의 목소리를 ‘망각되지 않은 역사’로 남길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찬 기자 chan.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