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 장마인데… 구례 ‘서시교 철거·존치’ 여전히 답보
대책위, 1만465명 서명 달성
“수해 서시교 무관 과잉 대응”
익산청 “법적 기준이 재가설”
권익위 조정, 새국면 맞을까
2025년 06월 28일(토) 10:00
구례군 서시교와 연결도로. 서시교대책위원회 제공
전라남도 구례군의 서시교가 철거와 존치 사이에서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한 채 또다시 장마철을 맞았다. 서시교 재가설 공사 주체인 익산지방국토관리청은 여전히 실시설계 용역을 추진 중이라는 입장으로, 지역 주민들은 최근 ‘서시교지키기 1만명 서명운동’을 달성하고 국가권익위원회의 중재를 시도하고 있다.

26일 서시교대책위원회는 지난 4월23일 ‘서시교 지키기 1만명 서명운동 냉천리 발대식’을 진행한지 48일 만인 지난 10일 1만465명이 동참하며 ‘1만명 서명운동’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지역 주민들로 이뤄진 서시교대책위는 지난해 2월부터 서시교 주변과 다리 위 인도에서 매일 서시교 철거 반대 시위를 벌이는 등 서시교 존치 운동을 진행해 왔다.

이들은 수해 방지를 명분으로 추진되고 있는 서시교 철거와 재가설 계획에 대해 “서시교는 수해의 원인이 아닌데도 과잉 대응이 이뤄지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서시교는 섬진강의 지류인 서신천을 동서로 가로지르는 길이 150m의 4차선 교량으로, 구례읍과 마산·토지·간전면 등 3개 면을 비롯해 광양시, 경남 하동군을 잇고, 하루 평균 6000여대의 차량이 통행하는 지역의 대동맥으로 불린다.

구례군 주민들이 서시교 존치를 위한 철거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서시교대책위원회 제공
이와 같은 서시교를 둘러싼 지역 주민들과 행정 당국의 갈등은 지난 2020년 8월 섬진강댐을 포함한 5개 댐의 동시 방류로 구례를 포함한 전남·경남 지역이 대규모 수해를 입은 것에서부터 시작됐다.

당시 구례는 전체 피해액 3800억원 중 군이 공식 집계한 재산 피해액만 1807억원에 달할 정도로 큰 피해를 입었다. 구례에서만 이재민 1149명이 발생했으며 주택 711동, 상가 597동, 시설하우스 509동, 축사 49동 등이 훼손됐다.

이후 익산청은 홍수 피해 방지를 위해 수립된 하천기본계획(2023년 11월)에 따라 서시교 철거 또는 3.1m 숭상 재가설 방안을 제시했다. 홍수 발생 시 다리 아래 수위가 높아져 교량 위로 범람할 수 있기 때문에 현재의 서시교를 철거하고 인도교만을 새로 설치, 남쪽 하단부로는 1200m의 도로를 신설해 차량이 다닐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주민들은 시속 80㎞의 산업도로인 우회도로는 기존 서시교가 제공하는 교통 접근성과 편리함에 비해 주민 교통 불편을 가중시킴은 물론, 고령 인구가 많은 지역 특성상 더욱 불리한 교통환경이 조성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3m 이상 숭상할 인도교 재가설 역시 고령의 지역 주민들이 이용하기에는 어불성설이라는 주장이다.

대책위는 “서시교는 수해 당시 침수되지 않았고, 환경부 보고서에도 존치 가능한 안전한 교량으로 명시돼 있다”며 “하천기본계획에 따라 적용된 여유고 2m, 계획홍수위 29.4m는 섬진강 본류 기준을 과도하게 적용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서시천의 실제 계획홍수량은 본류의 약 11.6% 수준에 불과하지만, 본류 기준이 일괄 적용된 것은 명백한 행정 편의적이자 과잉 적용이라는 입장이다.

이에 그동안 익산청과 하천기본계획의 수립 주체인 영산강유역환경청, 구례군, 구례군의회 등은 주민설명회를 비롯한 전문가 초청 토론회 등을 진행하며 서시교 재가설에 따른 대안을 찾고자 했지만, 번번이 견해 차이만 확인했다.

김창승 서시교대책위 상임대표는 “노령화 심화 속에 교통 인프라는 더욱 필요해지고 있는데, 오히려 멀쩡한 다리를 철거하겠다는 발상은 시대 역행적이다”며 “기본계획은 주민 의견 없이 소급 적용됐고, 설명회는 형식적이었다. 문제 해결을 위해 1만명 서명과 함께 국민권익위원회 조정신청서를 제출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반면 익산청과 영산강청은 홍수위, 여유고 등의 기준은 섬진강댐 방류값과 서시천 합류부 수위 등을 기반으로 정상적으로 계산된 것으로, 고시된 하천기본계획 수치는 변경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영산간청 관계자는 “홍수위, 여유고 등의 기준은 섬진강댐 방류값과 서시천 합류부 수위 등을 기반으로 정상적으로 계산된 것”이라며 “주민들은 기점 수위가 잘못됐다고 주장하지만, 당시 기본계획은 전문가 분석을 토대로 설계됐고 수위 저감 효과도 충분히 검토했다. 이 부분 역시 설명회에서 여러 차례 설명드렸지만, 설득이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익산청 관계자는 “서시교는 현재 실시설계가 진행 중이다. 재난 발생 시 책임 소재 문제 등 법과 기준에 따라 진행할 수밖에 없다”며 “주민분들의 요구가 모두 반영되기는 어렵지만, 불편 최소화를 위한 조정의 여지는 언제나 열려있다”고 전했다.
구례=김상현 기자·곽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