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연서 주연으로"…K컬쳐, 지구촌 대중문화의 '일상'
뮤지컬·K팝 확장 등 '열풍'
세계로 뻗어간 '전통놀이'
韓 보편적 문화언어 전파
"창작 협업·예술지원 확대"
세계로 뻗어간 '전통놀이'
韓 보편적 문화언어 전파
"창작 협업·예술지원 확대"
2025년 06월 28일(토) 11:02 |
![]()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 속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
●세계로 뻗어간 ‘K-POP·전통놀이·뮤지컬’
현재 넷플릭스 영화 부문 전 세계 41개국에서 1위(6월26일 기준)를 기록한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K팝 아이돌 그룹이 악령과 맞서 싸우는 액션 판타지 애니메이션이다. 단순히 음악뿐 아니라 다방면의 한국 문화가 작품 곳곳에 융합된 하이브리드 콘텐츠다. 이 작품을 향한 뜨거운 관심은 K팝이 단순히 아이돌 소비문화를 넘어, 하나의 세계관으로 확장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시간을 거슬러 지난 2021년 첫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은 전 세계를 강타하며 K-문화 열풍의 정점을 찍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더불어 주류로 부상한 K-콘텐츠의 새로운 출발을 알렸다는 시각도 있다. 달고나,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줄다리기 등 한국의 전통놀이들이 이야기의 핵심 요소로 작동하면서 한국적 정서가 세계적인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는 점을 입증했다는 해석이다.
실제로 공개 28일 만에 넷플릭스 사상 최다 시청 기록을 경신하며 역대 최고 흥행작이 된 ‘오징어 게임’ 열풍은 단순히 드라마 감상으로 끝나지 않았다. 이후 각종 패러디와 밈, 코스튬 문화로 확산되며 하나의 글로벌 신드롬으로 자리매김했다.
대중음악·영화·드라마보다 확장성이 낮아 ‘K 열풍’의 또 다른 영역이 될 것이라고 쉽사리 예상하기 어려웠던 공연 분야에서도 전례 없는 성공 스토리가 쓰였다. 뮤지컬 ‘어쩌다 해피엔딩’은 연극·뮤지컬계 최고 권위의 시상식으로 알려진 토니상 6관왕(작품상·연출상·극본상·무대디자인상·음악상·남우주연상)의 영예를 안았다.
이 작품은 지난 2016년 서울의 대학로 소극장에서 초연한 한국의 창작 뮤지컬로 브로드웨이 무대에 입성한 뒤로도 극찬을 받았다. 뉴욕타임스는 “‘어쩌다 해피엔딩’은 올해 최고의 발견”이라며 “한국의 스토리텔링이 글로벌 무대에서 독립적이고 보편적인 감동을 전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어쩌다 해피엔딩’은 근미래 서울을 배경으로 한다. 이는 한국적인 감성에 전 세계 관객들이 거부감 없이 감정적으로 공감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한 사례다.
![]()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브로드웨이 공연 모습. 연합뉴스 |
이러한 변화는 불과 10년 전과 비교하면 극적인 전환이다. 2015년 개봉한 할리우드 영화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서 서울이 주요 촬영지로 등장했을 때만 해도, 한국의 도시 풍경이 블록버스터에 노출된다는 것 자체가 화제였다. 삼성, LG, 현대 등 한국 기업의 제품이 영화 속 배경 소품으로 등장하는 것도 주목받았다.
오늘날 한국은 단순한 외부 콘텐츠의 소비지나 배경지를 넘어섰다. 세계적인 플랫폼과 시상식에서 ‘한국’이라는 키워드 자체가 콘텐츠의 본질이자 중심이 된 것이다.
이러한 흐름은 한류 초기 시절부터 축적된 기획사의 제작 역량, 정부의 꾸준한 문화산업 지원, 전 세계 소비자들의 다양성 수용 태도가 맞물린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아울러 K-콘텐츠가 대중문화 영역뿐 아니라 더욱 다양한 장르로 확산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박지현 전남대 문화전문대학원 교수는 “클래식, 시각예술 등 문화예술 전반에서 장르 간 경계가 흐려지는 흐름 속에서, K-콘텐츠의 확장 가능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며 “창작자 간의 융합적 협업 생태계 조성이 이뤄진다면 다양한 분야의 창작자들이 협업해 세계 시장을 더 효과적으로 공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제2의 어쩌다 해피엔딩’이 나오기 위해서는 민간 차원의 예술지원 시스템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뮤지컬 ‘어쩌다 해피엔딩’의 경우 초기 기획 단계에서 우란문화재단의 지원이 있었다. 현재 국내 뮤지컬계는 표면적으로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그 중심에는 여전히 대형 라이선스 공연이 자리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예술계는 창작자들이 가진 상상력과 스토리텔링 역량을 바탕으로 창의적인 오리지널 작품을 지속적으로 개발하려면, 민간 차원의 예술지원 시스템 확대와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공연계 인사 A씨는 “창작의 다양성과 문화적 자생력을 지탱하는 데 있어 독립적이고 실험적인 기획을 뒷받침하는 지원 구조는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찬 기자 chan.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