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통 대 특수통…尹-조 특검 ‘강 대 강’ 수싸움
둘 다 대표 ‘강골검사’ 출신…스타일은 꽤 달라
다수 대형수사 성과 낸 조은석
경험 풍부한 변호인 좌장 김홍일
다수 대형수사 성과 낸 조은석
경험 풍부한 변호인 좌장 김홍일
2025년 06월 28일(토) 10:22 |
![]()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왼쪽), 윤석열 전 대통령 |
검찰 재직 당시 대표적 ‘특수통’ 검사로 통했던 조 특검(사법연수원 19기)와 윤 전 대통령(23기) 측은 이미 조사 전부터 전격 체포영장 청구, 공개 입장문 반발, 특검보 브리핑 등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충돌하며 파열음을 내왔다. ‘특수통 대 특수통’의 날 선 대립이 ‘강 대 강’으로 맞부딪히는 모양새다.
하지만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조사를 받는 피의자 신분이고 조 특검은 수사를 총지휘하는 입장이라는 점에서 윤 전 대통령 측이 특검 요구에 따를 수 밖에 없는 일종의 ‘을’의 구도다.
검찰 시절 두 사람 모두 ‘기세’에서 만큼은 밀리지 않는 특수부 검사로 유명했다.
다만 조 특검은 발빠르고 정교하게 옭아매면서 끈질긴 수사 방식을 보였다면 윤 전 대통령은 강력한 충격파를 던지며 저돌적으로 밀어붙이는 방식인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일단 이날 윤 전 대통령은 당초 요구했던 지하주차장이 아니라 특검이 요구했던 대로 청사 정문 현관으로 출석했다.
수사팀을 이끄는 조 특검뿐 아니라 윤 전 대통령과 변호인단의 ‘좌장’ 격인 김홍일(15기), 윤갑근(19기) 변호사 등 주요 인사들 모두 과거 검찰에서 굵직한 부패·비리 수사를 이끌었던 대표적 특수통으로 분류된다.
조 특검은 김대중 정부 시절 신동아그룹 수사 주임검사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최순영 회장 횡령·외화밀반출 혐의를 수사해 구속기소했다. 수사를 받은 신동아그룹은 결국 이후 몰락해 해체의 길을 걸었다. 이어 김대중 정부 ‘옷 로비’ 사건, 나라종금 로비 의혹, 조폐공사 파업유도 사건 등 권력형 비리와 사회적 이목을 끈 대형 사건들을 두루 수사했다.
특히 나라종금 로비 의혹 수사 당시 정부 여권을 향해서도 거침없이 수사한 것으로 유명하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아들인 김홍일 전 의원, 한광옥 전 대통령비서실장, 노무현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안희정 전 충남지사 등 거물급 정치인들을 구속기소 했다. 썬앤문 사건 수사 때는 이광재 전 지사를 구속해 재판에 넘겼다.
조폐공사 파업유도 사건 때 검찰 선배인 진형구 전 대검찰청 공안부장(검사장)을 조사했고, 서울북부지검 차장검사 시절 전국청원경찰친목협의회(청목회)의 입법 로비 수사를 지휘해 다수의 여야 국회의원을 재판에 넘겼다. 검사장이던 대검 형사부장 때는 세월호 참사의 해양경찰 구조 부실에 대한 검·경 합동수사를 지휘했다.
통상 관례처럼 특검을 이끄는 수장인 조 특검이 직접 윤 전 대통령을 조사하지는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모든 수사를 지휘하는 만큼 조사 방식과 범위, 신문 내용 등을 면밀하게 지휘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에 맞서는 윤 전 대통령 측도 검찰 수사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들이 포진해 있다.
우선 윤 전 대통령 본인이 대표적인 특수통 검사 출신이다. 안대희 대검 중앙수사부장 시절 부산지검에서 근무하던 윤 전 대통령은 중수부 내 동료 검사들의 추천으로 중수부에 합류했다. 이후 대검 중수 2과장에 이어 1과장,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등을 거치며 특수통 검사로 인정받았다.
또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농단 특검에서 수사팀장을 맡아 핵심 수사를 이끌었고, 문재인 정부 들어 고검 검사(부장검사급)에서 서울중앙지검장으로 파격 영전한 뒤 다시 검찰총장으로 직행했다.
김 변호사도 강력통으로 출발해 특수 분야까지 아우르게 된 대표적 ‘강력·특수통 검사’로 꼽힌다. 강직하면서도 유연성을 발휘하는 선 굵은 ‘맏형’ 스타일이다.
2007년 서울중앙지검 3차장 재직 당시 이명박 전 대통령의 도곡동 땅 차명 보유와 BBK 의혹 수사를 지휘했으며, 2009년 대검 중수부장 시절 부산저축은행 비리 수사를 진두지휘했다. 당시 대검 중수2과장이 윤 전 대통령이었다.
이날 조사에는 김 변호사 외에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대리인단이었던 채명성 변호사와 윤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에서 대리인단으로 활동한 송진호 변호사도 입회한다.
채 변호사는 윤 전 대통령이 작년 12월 비상계엄 사태로 국회 탄핵소추안이 가결되기 직전에 대통령실 민정수석실 법률비서관으로 임명했던 인물이기도 하다.
송 변호사는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소령 예편 후 사법시험에 합격해 변호사 활동을 시작했다. 2022년 1월 20대 대선 국면에서 윤석열 후보 직능본부 상임고문을 맡았다.
조사에 나오지는 않았지만 윤 전 대통령 측 법률대리인단의 핵심인 윤갑근 변호사는 조 특검과 사시·연수원 동기로, 역시 대표적 특수통 검사 출신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장을 거쳐 특수부를 총괄지휘하는 3차장을 역임했다. 조 특검과는 평검사 시절 서울지검 강력부에서 함께 일하기도 했다.
변호인단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이날 특검 조사에서 진술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혐의를 다툴 전망이다.
윤 전 대통령 측은 김성훈 전 대통령경호처 차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된 점을 근거로 윤 전 대통령의 비화폰 기록 삭제 지시가 존재하지 않았다고 주장해왔다.
김 전 차장이 비화폰 기록 삭제를 지시한 사실이 입증되지 않아 법원이 영장을 기각했고, 이는 윤 전 대통령의 삭제 지시도 없었다는 방증이라는 것이다.연합뉴스범 기자 kwonbeom.choi@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