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배준영 의원 “광주사태” 망언에 비난 고조
청문회서 美문화원 질의 중 발언
與 항의에 비꼬는 태도 응수 논란
지역의원들 “사죄하라” 규탄 성명
오월단체들 “명백한 희생자 모욕”
2025년 06월 25일(수) 17:39
배준영 국민의힘 의원(왼쪽)과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연합뉴스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국민의힘 배준영 의원이 5·18 민주화운동을 ‘광주사태’라고 폄훼해 역사의식을 둘러싼 논란이 다시 불붙고 있다. 단순한 말실수를 넘어, 반복되는 정치권의 역사 왜곡과 인식 부재에 지역사회의 분노가 커지고 있다.

배 의원은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 첫날인 지난 24일 김 후보자의 1985년 서울 미국문화원 점거 농성 사건에 관한 질의 과정에서 ‘광주사태’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광주사태는 전두환 신군부가 5·18 민주화운동을 ‘폭동’으로 규정하며 사용했던 왜곡된 표현이다.

청문회에 참석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즉각 항의했고 배 의원은 “죄송하다, 정정하겠다”고 사과했다. 그러나 이어 ‘씩’하고 웃으며 “광.주.민주화운동. 됐어요?”라고 비꼬듯이 반응해 논란을 키웠다. 이에 김 후보자 역시 “광주사태와 광주민주화운동을 상황에 따라 다르게 표현하는 것은 듣기 매우 불편하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광주 지역 국회의원 전원(정진욱·민형배·안도걸·조인철·양부남·정준호·전진숙·박균택)은 25일 공동성명을 내고 배 의원을 강력히 규탄했다.

의원들은 성명을 통해 “배 의원의 발언은 전두환 신군부의 논리를 그대로 반복한 위험한 역사 왜곡”이라며 “호남과의 상생을 강조하던 국민의힘의 이중적 태도가 명확히 드러난 사건”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배 의원이 자신의 망언에 대해 조롱하는 말투와 태도를 보인 것을 정정이나 사과로 볼 국민은 없다”며 “잊힐만하면 되풀이되는 그들의 망언 DNA는 성숙한 민주 시민으로서 자격 없음을 확인해 주는 것이다. 국민의힘이 전두환에서 윤석열로 이어지는 내란 세력의 후예임을 명확하게 입증했다”고 덧붙였다.

특히 배 의원은 지난 2021년 5·18 공식 기념식에 국민의힘 대변인 자격으로 참석해 오월정신을 기리는 추모사를 했던 인물이라는 점에서 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 당시 배 의원은 통합과 화합의 오월정신을 기리고 받들겠다고 약속했었다.

안성례 오월어머니집 전 관장은 “매번 찾아와 ‘기억하겠다’고 하더니 뒤에서는 배신감을 주는 행동을 반복한다”며 “유가족들을 두 번 죽이는 일이다. 이게 한국 정치의 현실이라면 정말 정신 차려야 한다. 새 정부가 초토화된 나라를 바로 잡아줬으면 좋겠다”고 비판했다.

5·18기념재단 관계자도 “배 의원의 발언은 단순한 말실수가 아니라 광주 민주화운동과 희생자들에 대한 명백한 모욕”이라며 “역사 왜곡과 폄훼에 대한 국민적 비판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여전히 과거의 잘못된 역사 인식을 가지고 있음에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5·18 민주화운동은 1995년 제정된 ‘5·18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을 통해 국가적으로 공식 인정된 민주화운동이다. 하지만 최근에도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같은 표현을 사용했다가 비난을 받는 등 보수 정치권에서의 망언은 끊이지 않고 있다.

광주는 ‘빛의 도시’이고 5·18은 ‘빛의 혁명’으로 불린다. 당시 광주시민들이 총칼 앞에서도 물러서지 않고 지켜낸 민주주의 정신은 한국 현대사의 중요한 가치다. 정치권이 잘못된 표현을 반복 사용하는 것은 역사의 의미를 부정하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 또한 이날 열린 ‘광주시민·전남도민 타운홀 미팅’에서 “호남은 민주주의의 본산이고 광주는 빛의 혁명의 어머니”라며 오월 정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논란을 계기로 정치권 전체가 자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모 성공회대 사회학과 교수는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는 만큼 정치권이 더욱 책임있는 역사 인식과 언행을 보여줘야 한다”며 “역사는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기억하고 책임지는 자의 것이다. 단순한 해프닝으로 그치지 말고 진정한 성찰과 변화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성현 기자 sunghyun.ju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