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간절했다”…KIA 6월 반등 이끈 ‘임시 주장’ 박찬호
10경기 타율 0.372…불방망이
'공수겸장' 유격수에 '리더십'도
박찬호 "성적으로 보답하겠다"
2025년 06월 25일(수) 16:21
KIA 타이거즈 박찬호가 지난 24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의 원정 경기에서 도루를 성공하고 있다. KIA 타이거즈 제공
“저는 원래 후반기 선수입니다. 더워져야 내가 좀 미치는 것 같아요.”

임시라는 단어는 더는 중요하지 않다. 6월, KIA 타이거즈의 대반등을 이끈 건 29세 유격수 박찬호였다. 주장 나성범의 부상 공백 속에서 그라운드 안팎을 누빈 박찬호는 공수는 물론 리더십까지 더하며 팀 중심에 섰다.

지난 4월 말 종아리 부상으로 이탈한 나성범을 대신해 임시 주장을 맡은 그는 6월 들어 팀 내 가장 높은 타율을 기록하며 타선을 이끌었고, 호수비로 실점을 막아내며 팀 연승에 결정적인 기여를 하고 있다.

최근 10경기에서 그는 타율 0.372(43타수 16안타), 1홈런 5타점 3도루를 기록했다. 연승의 시작이었던 14일 NC전에서 박찬호는 2번 타자 유격수로 선발 출전해 볼넷 출루 후 득점, 적시타 포함 4타수 2안타(1타점) 1득점 1볼넷을 기록했고, 다음 날에도 멀티히트로 타선에 불을 지폈다.

KT와의 주말 3연전(17~19일)에서는 간절함이 돋보였다. 17일 1회와 6회 빅이닝의 도화선 역할을 했고, 18일에는 3점차로 뒤진 5회말 2타점 2루타로 추격의 불씨를 살렸으며, 7회에는 헤드퍼스트 슬라이딩 내야안타로 역전 흐름을 주도했다.

수비에서도 박찬호는 단연 존재감이 빛났다. 21~22일 SSG전에서는 각각 4타수 1안타, 5타수 2안타를 기록하면서도 유격수 수비로 5개의 아웃카운트를 직접 책임졌고, 특히 박성한의 강습타구를 다이빙 캐치로 병살 처리하며 2년 연속 KBO 유격수 수비상 수상자의 면모를 입증했다.

KIA 타이거즈 박찬호가 지난 18일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KT 위즈와의 홈 경기를 마친 뒤 기자들의 질의에 대답하고 있다. 민현기 기자
연승이 끊긴 24일 키움전에서도 그는 4타수 3안타 1득점 1볼넷 2도루로 분전했다. 1회 볼넷 출루 후 득점, 3회와 4회, 9회 연속 안타로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부상과 전열 이탈이 잇따른 올 시즌 KIA 내야진에서 박찬호는 25일 기준 292타석을 소화하며 최형우(298타석)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타석을 책임지고 있다. 시즌 타율은 0.281(249타수·70안타)로 다소 아쉽지만, 6월 타율은 0.321, 최근 10경기 타율은 0.372까지 치솟으며 부활의 기세를 보여주고 있다.

시즌 초반엔 부진했다. 3월 타율 0.222, 4월 0.286, 5월엔 0.250에 그쳤고, 팬들의 우려도 컸다. 그러나 6월 들어 박찬호는 자신의 장점인 빠른 발과 정확한 콘택트, 안정적인 수비에 팀 리더로서의 책임감까지 더하며 경기 흐름을 바꾸는 선수로 올라섰다.

임시 주장을 맡으며 느낀 무게도 컸다. 그는 “임시가 아니라 정식 주장 하라고 하면 못 할 것 같다. 정신적으로 정말 힘들었다”며 “팀이 안 좋을 때 내가 쳐주지 못한 것에 대한 미안함이 컸다. 이제부터라도 성적으로 보답해야 한다는 생각뿐”이라고 말했다.

동료들에 대한 격려도 잊지 않았다. “매 경기 옆에 서 있는 선수들이 바뀌고, 경험이 많지 않은 선수들이 출전하다 보니 신경 쓸 게 많았다. 김선빈, 김도영에게는 하지 않아도 될 말들도 하게 됐었다”며 “지금은 이 선수들이 자기 플레이를 해주고 있어 뿌듯하고, 정말 잘해주고 있다고 칭찬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박찬호는 후반기 무더위가 더할수록 더 강해지는 자신을 믿고 있다. 간절함과 책임감, 그리고 특유의 성실함으로 ‘6월의 주장’이 된 그는, 이제 KIA의 진짜 여름을 이끌고 있다.
민현기 기자 hyunki.min@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