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꺼진 상가들...광주 핫플 '시리단길' 추락
시너지타워 건물 곳곳 공실
텅 빈 상가 임대 현수막 '즐비'
경기침체에 점심·저녁 한산
높은 관리비로 임차인 이탈
텅 빈 상가 임대 현수막 '즐비'
경기침체에 점심·저녁 한산
높은 관리비로 임차인 이탈
2025년 06월 18일(수) 17:59 |
![]() 18일 찾은 첨단1지구 ‘더 시너지 첨단’에 임대 현수막이 붙어 있다. 이정준 기자 |
경기 불황의 여파가 광주광역시에서 새롭게 각광 받고 있는 신흥 상업지역까지 퍼졌다. 젊은이들의 핫 플레이스로 주목 받은지 채 얼마가 지나지도 않았는데, 주요 건물들에서 빈 자리가 계속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18일 광주 광산구 첨단1지구 ‘더 시너지 첨단’. 이곳은 첨단지역의 중심 건물로 불리고 있다. 그러나 건물을 가득 채워야 할 가게들 대신 ‘임대’, ‘여기서 장사하세요’ 등의 문구가 담긴 전단지와 현수막들이 광장 입구부터 방문객들을 맞이했다.
건물 내부에는 상자와 플라스틱 의자 등이 어지럽게 놓여 있어 혼란스러운 인상을 줬고, 정상적으로 영업 중인 가게들조차 눈에 띄지 않을 정도였다. 1층뿐 아니라 2·3층 상가들도 상황은 비슷했다. 가게 홍보에 쓰여야 할 배너들이 구석에 방치돼 있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더 시너지 첨단’에서 불과 5분 거리에 위치한 ‘보이저 첨단’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다.
오전 11시께라면 점심 장사 준비로 분주할 시간이지만, 건물 전체에서 문을 연 음식점은 두세 곳에 불과했다.
심지어 포털사이트에 표기된 영업시간이 한참 지나도록 문을 열지 않은 가게들도 많았고, 창문엔 국세청 등에서 보낸 우편물 도착 안내서가 그대로 붙어 있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줄 서서 기다리는 ‘오픈런’으로 유명했던 이 상권은, 점심시간이 가까워져도 발길이 드문드문 이어질 뿐이었다. 건물 주변을 지나쳐 걷는 시민들도 대부분 상권 방문객이 아닌 인근 직장인이나 주민들로 보였다.
이곳은 얼마전까지 시너지 타워와 경리단길을 합쳐 ‘시리단길’이라고 불리며 불야성을 이루던 광주 MZ세대의 핫플레이스였다. 그러나 경기 침체에 따른 소비 위축으로 상권 전체가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첨단 상권을 견인해온 부동산 개발회사 시너지타워가 최근 충장상권 활성화를 목표로 추진해온 ‘몽키터미널’(옛 와이즈파크) 개발이 중단되면서, 부도 위기설까지 나오고 있다.
지역 상권을 이끌었던 핵심 장소인 만큼, 시민들과 자영업자들은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시너지타워 한 건물에서 빵집을 운영하는 A씨는 “잘 나갔을 땐 너도나도 이곳에 들어오고 싶어 했다. 그땐 사람이 물밀듯이 몰려 비싼 관리비나 월세도 감당할 수 있었다”며 “요즘은 손님 발길이 끊겨 나가는 임차인들이 많다”고 전했다.
음식점을 운영 중인 심소영(58)씨도 높은 관리비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장사가 잘될 때를 기준으로 관리비가 책정돼 지금도 꽤 높은 편”이라며 “시너지타워 상가뿐 아니라 첨단 상권 전체가 살아나려면 공실 문제부터 해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친구들과 ‘시리단길’을 자주 찾았던 첨단1지구 토박이 김지민(24)씨는 “대학가보다 이곳이 젊은 사람들이 더 많았다. 코로나 때도 장사가 잘 되는 가게들이 있었고, 젊은 세대들이 즐겨 찾으며 주변 상권도 살아 있었다”며 “요즘은 가게 문이 몇 달째 닫혀 있는 곳이 많고, 저녁에 와도 조용하다. 광주의 상징적 공간이 쇠퇴하는 모습이 안타깝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저녁시간에도 점심 때와 다르지 않았다. 평일임을 감안하더라도 시너지타워 건물들은 지나치게 한산했다.
손님이 없어 영업시간 종료 전 문을 닫는 가게들이 많았다. 장사를 하는 것보다 월세만 내는 것이 이득이라 여긴 자영업자들은 매장 문을 한 두달째 열지 않고 있기도 하다.
이날 가장 늦게까지 장사를 이어간 자영업자 B씨는 “‘시리단길’이라는 이름이 붙었을 땐 손님이 정말 많았는데, 지금은 주말이어도 매출이 예전의 절반 수준”이라며 “시너지타워 부도 위기설 때문에 자영업자들이 불안해했다. 손님도 줄었는데 계약 만료 때 보증금을 못 돌려받을까 걱정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최근 몽키터미널 개발이 중단되면서 시너지타워 직원이 와서 임대차 계약을 바꾸자고 했다. 예전엔 각 호실의 주인과 임차인 사이에 시너지타워가 중개인으로 들어가 수수료를 받았는데, 이제는 시너지타워 없이 직접 계약을 맺게 됐다. 부도 상황에서 보증금 보호를 위한 조치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자세한 영상은 진일보 인스타그램 계정에서 확인할 수 있다.
https://www.instagram.com/reel/DLCW5mBqXk1/?igsh=MXZqaXhjeHBpMzZ1dw==
![]() 경기침체로 광주 핫플레이스로 불렸던 광산구 보이저 첨단 상점들로 한 두달째 가게 문을 열지 않고 있다. 박소영 기자 |
박소영·이정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