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가족 싣고 바다로 돌진 40대…아내 공모 정황 확인
광주 북부경찰, 중간 수사 발표
2억원 채무에 노동당국 조사도
2025년 06월 09일(월) 17:06
승용차를 몰고 바다로 돌진해 아내와 아들 두 명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지모(49)씨가 지난 4일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생활고와 임금 체불 수사 압박에 시달리던 40대 가장이 아내와 두 아들을 태운 채 차량을 몰고 바다로 돌진한 ‘일가족 사망 사건’의 전말이 경찰 수사를 통해 드러났다. 사건은 수일간 치밀하게 계획됐으며, 부부가 범행을 함께 공모한 정황도 밝혀졌다.

9일 광주 북부경찰은 살인 및 자살방조 혐의로 구속된 지모(49)씨에 대한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경찰에 따르면, 건설현장에서 일용직으로 일하며 작업반장 역할을 했던 지씨는 건설사로부터 공사대금을 지급받지 못한 채 2억원에 달하는 채무에 시달리고 있었다.

특히 고용한 근로자들에게 3000만원 상당의 임금을 지급하지 못해 노동당국의 임금체불 조사를 받고 있던 상황이었다.

이러한 경제적 압박 속에서 지씨는 동갑인 아내 김모씨와 함께 범행을 공모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달 22일 전라남도 무안의 한 펜션을 3박 4일 일정(5월30일~6월2일)으로 예약한 부부는 같은달 26일 범행을 구체화했으며, 김씨는 인근 약국에서 처방받은 수면제와 이를 넣을 음료를 구입했다.

지씨 가족은 지난달 30일 오후 승용차를 타고 무안의 펜션으로 향했다. 다음 날인 31일 저녁 식사 후 목포의 한 공원 주차장에 차를 세운 뒤, 두 아들에게 수면제를 ‘영양제’로 속여 먹였다.

이후 아이들이 잠든 것을 확인한 지씨는 차량을 몰아 진도 임회면 진도항으로 향했고, 지난 1일 오전 1시12분께 조수석의 아내와 함께 수면제를 복용한 뒤 바다로 차량을 돌진했다.

이 사고로 아내와 두 아들은 차량 침수로 숨졌고, 차량에 물이 들어차자 공포를 느꼈던 지씨는 열려있던 차량 창문을 통해 홀로 탈출했다. 그는 인근 공중화장실에서 4시간을 머문 뒤 야산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지씨는 이튿날인 2일 오후 한 가게 주인에게 전화를 빌려 형에게 연락, 형의 지인의 차를 타고 광주로 이동하던 중 같은 날 오후 9시9분께 경찰에 긴급 체포됐다. 범행 후 약 44시간 만이었다.

경찰은 부부 명의로 가입된 보험 내역을 확인했으나, 각자 가입한 건강보험 2건 외에는 특이점이 없었다고 밝혔다.

지씨에게는 두 아들을 살해한 혐의와 아내의 자살을 방조한 혐의가 적용됐다. 지씨는 오는 11일 검찰에 구속 송치될 예정이다.
정승우 기자 seungwoo.jeo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