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의 경제적 몰락 탓 ‘일가족 사망사건’ 잇따라
진도·용인·완도서 유사 범죄 발생
경제적 어려움으로 극단적 선택
가장 중심 심리적 고립·압박 원인
"빈곤·복지사각지대 극복책 강구"
2025년 06월 08일(일) 17:58
2일 목포해경 등 구조당국이 전라남도 진도 임회면 진도항 일대에서 지모(49)씨 일가족이 탑승했던 차량을 인양하고 있다. 목포해경 제공
전라남도 진도에서 가장이 가족과 함께 바다로 차량을 몰아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최근 잇따른 ‘가장 중심 일가족 사망 사건’에 대한 사회적 충격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가장의 경제적 빈곤, 가족 내 소통 단절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 결과로 진단하고 있다.

광주 북부경찰에 따르면 지모(49)씨는 지난 1일 진도항 인근에서 자신의 차량에 아내와 두 아들을 태운 채 바다로 돌진해 3명을 숨지게 하고, 자신만 빠져나왔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1억6000만 원의 빚 때문에 힘들어 가족과 함께 생을 마감하려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씨는 건설현장 일용근로자로, 자신과 아내 명의로 각각 8000만원씩 대출을 받은 상태였다. 경찰은 살인 혐의 등으로 지씨를 구속하고 자세한 경위를 조사 중이다.

앞서 지난 4월 15일 경기도 용인시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발생했다. 50대 가장 A씨가 부모와 아내, 두 딸 등 가족 5명을 숨지게 했다.

조사 결과 A씨는 주택건설업체 대표로, 미인가 민간아파트 분양 사업을 추진하다 관할 관청의 수사와 압수수색, 다수의 고소·고발에 직면하며 수십억 원대의 채무를 떠안게 됐다.

그는 “광주에서 아파트 분양과 관련한 사업을 하던 중 계약자들로부터 ‘사기 분양’으로 고소당해 엄청난 빚을 지고 민사 소송까지 당하는 처지에 몰렸다. 가족들에게 채무를 떠안게 할 수는 없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22년 전남 완도에서는 ‘제주 한 달 살이’를 떠났던 조모 씨 가족이 차량과 함께 바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수사 결과 조 씨는 가상화폐 투자 실패로 빚 독촉을 받던 상황에서 가족과 함께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경찰은 잠정 결론지었다.

세 사건은 모두 가장을 중심으로 일가족이 사망했다는 점에서 구조적으로 닮아 있다. 가장에게 경제적 부담이 과도하게 집중된 가족 구조 속에서, 위기 상황이 닥치면 함께 생을 마감하려는 왜곡된 판단으로 이어지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장기간 사회·경제적 어려움과 가족구조의 변화로 정서적 교류의 부족 등 갈등이 쌓여 폭력적인 방식으로 개인의 감정이 표출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정서 조선이공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가족 살인 문제는 구성원 간의 소통 부재 등 심리적 고립과 압박이 강하게 엄습한 결과”라며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하도록 빈곤 및 복지에 대한 심리정서적 치료 및 복지 사각지대 해소에 도움이 되도록 복지정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족 관계가 소원해지면 스트레스와 우울감을 증가시켜 극단적 행동으로 표출될 수 있다”면서 “지역사회 중심의 지원 네트워크 구축, 이웃 및 지역 공동체를 활성화하는 등의 사회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정승우 기자 seungwoo.jeo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