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 출범했는데…여야, 법안 놓고 충돌 예고
여, 12일 ‘李 형사재판 정지’ 등 처리 방침
야 “셀프 면죄법, 방송 장악” 공세로 맞설듯
李대통령 G7 참석·법사위원장 놓고 날 세워
국힘“야당 몫 가져와야”, 서영교 “못 내줘”
2025년 06월 08일(일) 15:23
지난 5일 국회 본회의에서 내란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특검법, 채해병 특검법 등 3대 특검법과 검사징계법이 상정되고 있다. 연합뉴스
여야가 이재명 정부 출범 직후부터 형사소송법 등 쟁점 법안을 놓고 정면 충돌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협치는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여기에 이재명 대통령의 첫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과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몫을 놓고도 날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새 정부 초반 협치를 손짓하는 정부·여당과 이에 화답해 대여 공세 수위를 조절하는 야당 사이에 형성됐던 ‘허니문’ 없이 곧장 전면전에 돌입한 분위기다.

8일 국회 등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5일 새 정부 ‘1호 법안’으로 3대 특검법(내란 특검법·김건희 여사 특검법·채상병 특검법)과 검사징계법을 처리한데 이어, 오는 12일 박찬대 원내대표 임기가 끝나기 전, 마지막 본회의를 열고 추가 법안을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최우선 처리 법안으로는 대통령 당선 시 진행 중인 형사재판을 정지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꼽힌다.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사건 파기환송심 재판이 오는18일로 예정된 가운데, 법으로 재판 정지를 못 박아야 한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KBS·MBC·EBS 등 공영방송의 이사 추천 권한을 학계와 관련 직능 단체 등으로 확대하고 이사 수를 늘리는 내용의 ‘방송 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방송 3법은 과거 윤석열 전 대통령이 두 차례 거부권을 행사한 후 폐기된 바 있으나, 새 정부에서는 사실상 거부권 문턱이 사라진 만큼 상임위 절차를 거쳐 12일 본회의 상정까지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거부권에 가로막혔던 상법 개정도 더 강력한 내용으로 재추진한다.

최대 주주와 특수관계인의 감사위원 선임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3% 룰’을 추가하고, 유예 기간 없이 즉시 시행하는 내용을 담아 처리하겠다는 것이다.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전날 페이스북에서 “‘주주충실의무법’(상법), ‘쌀값정상화법’(양곡관리법), 노란봉투법, 지역화폐법 등은 민주당이 야당 시절 강력하게 추진했으나 윤석열의 거부권 행사로 최종 입법에 성공하지 못한 민생 법안들”이라며 “이제는 거부권에 가로막힐 일은 없을 테니 입법이 성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수 야당이 된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민생과 관련 없는 입법 사안을 밀어붙이고 있다고 비판하며 여론전에 들어갔다.

특히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이 대통령의 ‘셀프 면죄법’이라는 점을 중점 부각하며 집중 공세하고 있다.

과거 국회 본회의 표결 당시 당론으로 반대했던 방송 3법과 상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기존 입장을 유지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앞서 국민의힘은 방송 3법에 대해 ‘공영방송 사유화’를 위한 방송장악 시도라고 비판했고, 상법 개정안을 두고도 ‘반(反)기업적 포퓰리즘’이라며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대안으로 제시한 바 있다.

하지만 대통령의 거부권이라는 ‘방패’가 사라진 입장에서 민주당의 입법 공세를 저지할 대책이 사실상 전무하다는 현실에 고심이 깊은 모습이다.

권성동 원내대표의 사의 표명으로 원내사령탑이 공백 상태라는 점도 대여 투쟁 동력을 약화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 자리를 두고도 양당의 날선 신경전이 오갔다.

국민의힘 법률자문위원장인 주진우 의원 등 국민의힘 내에서 행정부 견제를 위해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을 야당이 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면서다.

이에 민주당 원내대표 경선에 출마한 서영교 의원은 8일 “상임위는 2년 단위 협상으로, 1년 만에 원내대표가 바뀌었다 해서 내놔야 한다는 것은 맞지 않는다”며 “22대 국회가 출범하며 의석수에 맞게 상임위원장을 협상·배분했던 것이다.법사위원장 얘기는 지금 할 내용이 아니다”고 일축했다.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이 취임 후 첫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것에 대해 날을 세우기도 했다.

이준우 대변인은 지난 7일 논평에서 “세계 주요 국가 정상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첫 외교무대라는 점에서 국익을 위한 진정한 성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면서도, “이 대통령은 그동안 북한의 도발과 인권 침해에 침묵하거나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 왔고, 친중 행보로 외교적 균형 감각에 의문을 자초해 왔다. 이번 G7 정상회의에서 국제 사회로부터 신뢰를 얻기 위한 명확한 태도가 필요하다. G7 참석을 본인 사법리스크 회피를 위한 ‘국제 이벤트’로 삼으려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한미)정상 통화를 조율 중인 상황에서 마치 무슨 문제라도 있는 것처럼 불안을 조성하는 것은 새 정부를 흠집 내려고 외교를 당리당략의 수단으로 삼은 무책임한 행동”이라면서 “국민의힘은 우리나라가 처한 절체절명의 상황 앞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국정 정상화에 협조하라”고 촉구했다.
김선욱 기자 seonwook.kim@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