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도, ‘의료 사각지대’ 해소 앞장…장애인도 안심하는 건강권 실현
맞춤형 공공의료 서비스 확장
장애친화 인프라 구축 박차
일상 속 의료 접근성 높인다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사회 실현
2025년 05월 27일(화) 20:42
전남권공공어린이 재활의료 치료센터 조감도. 전남도 제공
지역장애인보건의료센터 직원이 찾아가는 장애인건강 건강지킴이 행사에서 건강상담을 하고 있다. 전남도 제공
지난해 10월 신라스테이 여수에서 열린 2024 전라남도 장애인 건강보건 통합 워크숍 참가자들이 ‘함께 누리는 건강, 차별없는 전남’을 외치고 있다. 전남도 제공
전라남도가 장애인의 건강권 보장을 위해 포용적 의료환경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단순한 시설 확충을 넘어 지역사회 기반의 예방·진단·재활·자립까지 아우르는 통합 의료 지원체계를 마련하며, 의료 사각지대 해소와 형평성 실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건강은 선택 아닌 권리”…구조적 불평등 해소에 나서

전남도는 “장애인의 건강권은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이라며, 구조적 건강 불평등을 공공의 영역에서 해소하겠다는 방침이다.

2022년 국립재활원이 발표한 에 따르면 ‘장애인 건강 보건 통계’에 따르면, 장애인의 연간 1인당 진료비는 비장애인의 2.9배에 달하고, 전체 인구의 5.1%를 자치하는 장애인이 전체 진료비의 17.4%를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건강 상태를 ‘좋다’고 응답한 장애인은 18.9%로 전체 인구(36.2%)의 절반에 불과하다. 이러한 수치는 장애인의 건강이 단순히 질병의 문제가 아니라, 일상적 건강관리 기회 자체에서부터 배제된 구조적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 같은 구조적 건강 불평등은 신체 건강뿐만 아니라 정신건강 영역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장애인의 우울감 경험률은 12.4%, 자살 생각 경험률은 8.9%, 스트레스 인지율은 31.2%로 이는 전체 인구의 평균 수치(각각 4.7%, 5.7%, 25.6%)를 크게 웃돈다.

이에 따라 전남도는 기존 의료시스템이 간과했던 장애인의 특성과 수요를 반영한 ‘장애 친화형 의료환경’ 조성에 집중하고 있다.

●재활 거점 마련…전남권 공공어린이 재활의료센터 건립

장애 아동에게 조기 재활은 단순한 의료서비스가 아니라 삶의 전환점이다. 전남도는 목포중앙병원 부지에 87억 원을 투입해 ‘전남권 공공어린이 재활의료센터’를 건립 중이다.

2025년 5월 준공, 6월 개원을 목표로 하는 센터는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로 조성되며, 주간 6시간 동안 집중 재활치료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낮병동 20병상과 함께 언어·작업·물리치료실 등 전문 재활공간과 최신 장비 75종을 갖춘다. 전문의 17명이 상주해 재활치료, 돌봄, 교육, 프로그램 운영까지 통합된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이 센터가 개소되면 도내 장애아동이 수도권이나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지 않고도 지역 내에서 조기진단 및 ‘재활치료+돌봄+교육+공공재활프로그램 운영’ 등 통합된 복지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게 돼, 재활치료의 공백을 최소화하고 그간 돌봄을 책임져 온 가족의 경제적·심리적 부담도 덜어줄 수 있는 정책적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치과 진료 사각 없앤다…‘권역 장애인 구강 진료센터’ 추진

중증 장애인의 치과 진료는 전신마취를 포함한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하지만, 현재는 수도권 중심의 접근만 가능하다.

전남도는 순천의료원에 총 25억 원을 투입해 2026년 개소를 목표로 ‘권역 장애인 구강 진료센터’를 조성 중이다.

센터에는 치과 전문의, 마취과 전문의 등 13명의 의료진이 배치된다. 이로써 중증장애인도 전신마취가 가능한 여건에서 안전하게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고, 의료격차 해소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장애 친화 건강검진 확대…일상 속 예방관리 실현

장애인의 일반 건강검진 수검률은 63.5%, 암 검진은 45.5%에 그친다. 특히 뇌병변·정신장애인의 경우 수검률은 40%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에 전남도는 ‘장애 친화 건강검진 기관’ 지정사업을 추진 중이다.

현재 순천의료원이 지정돼 운영 중이며, 2025년에는 4억6000만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목포시의료원, 강진의료원, 장흥통합의료병원 등 3개소를 추가 운영된다. 2026년까지 2개소를 추가해 총 6개 기관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지정기관에는 휠체어 체중계, 높낮이 조절 진료대, 수어 통역사, 이동보조 인력 등 장애 친화 편의시설이 갖춰진다. 이를 통해 낮은 건강검진 수검률을 끌어올리고, 의료 접근 장벽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지역기반 건강관리 허브…장애인보건의료센터 확산

전남도는 의료기관, 복지시설, 보건소를 연계한 지역장애인보건의료센터를 통해 생활권 기반의 건강 지원체계를 확산하고 있다.

지난 2023년 순천의료원에 개소한 ‘지역장애인보건의료센터’는 보건소, 재활의료기관, 복지시설 등과 연계해 장애인의 건강 정보 상담, 재활프로그램, 여성장애인 모성보건 사업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도내 의료기관 의료진을 대상으로 한 장애 인식 개선 교육, 여성장애인 홈헬퍼(돌봄인력)를 위한 보수교육도 함께 추진하며, 지역 내 서비스 제공 인력의 장애 이해도와 전문성을 높이는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특히 의료취약지역을 직접 찾아가는 ‘장애인 건강지킴이’ 사업은 전남 건강버스와 연계해 복지시설 순회 진료를 진행, 의료 접근성을 크게 높이고 있다.

전남도 관계자는 “장애인의 건강 문제는 단순한 치료가 아니라 삶의 질과 직결되는 문제”라며 “차별 없는 의료 환경 구축으로, 지역 어디서나 누구나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최동환 기자 cdstone@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