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시민 시점 희귀 영상 첫 공개…“오월의 진실 담긴 340초”
5·18 기록관, 금남로 일대서 시사회
5월 21일 금남로 상황 담긴 8㎜ 필름
시민시선으로 바라본 계엄군 모습
광주MBC 화재, 충장로 일상도 포함
진상규명 과정의 핵심 증거 기대
2025년 05월 27일(화) 18:48
1980년 5월 21일 광주 금남로 일대에서 문제성씨가 직접 촬영한 미공개 희귀 영상기록물 스틸컷. 광주시 제공
1980년 5월 21일, 도청 앞 집단발포 직전 금남로를 기록한 시민 시점의 미공개 영상이 45년 만에 처음으로 공개됐다. 5·18민주화운동기록관은 이 희귀 영상을 진상규명의 핵심 사료로 활용할 계획이다.

5·18민주화운동기록관은 27일 광주 금남로 일대에서 한 시민이 직접 촬영한 미공개 영상기록물을 공개하는 시사회를 열었다.

영상은 1980년 5·18 항쟁의 정점이자 도청 앞 집단발포 직전 시기인 5월 21일 오전 9시30분부터 낮 12시까지 문제성씨가 8㎜ 필름 카메라로 촬영한 총 5분 40초 분량으로, 당시 광주 시내 긴박한 상황이 시민의 시선으로 생생하게 담겼다.

영상에는 5월 21일 금남로 일대에서 벌어진 시위대와 시민들, 계엄군과의 대치, 상공을 선회하는 헬리콥터와 군용 수송기(C-123) 등의 모습이 포착돼 있다.

또 이날 화재로 불에 타버린 광주MBC 건물과 5월 23일 이후 시점으로 보이는 충장로 일대에 내걸린 태극기와 시민들 일상 장면도 확인됐다.

기존 5·18 관련 영상들이 대부분 도청 앞을 향한 계엄군의 시선에서 촬영된 반면, 이번 영상은 시위 현장 한가운데에서 시민의 시선으로 기록된 점에서 사료적 가치가 크다.

촬영자가 인파 속에서 움직이지 않고 고정된 화면으로 시계열을 안정적으로 기록했다는 점도 주목된다. 이를 통해 사건 전개 순서를 정밀하게 재구성하고, 기존 자료의 오류를 바로잡는 데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기록관은 해당 영상이 진상규명 과정의 핵심 증거가 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영상 속 시신 수습 장면과 인물의 신원 확인 가능성은 실종자·희생자 규명에 단서를 제공할 수 있다. 또 안정된 고정 촬영으로 인해 시계열이 명확하게 보존돼 있어, 사건 전개 순서를 재정립하고 기존 자료의 오류를 바로잡는 데 유용하다.

영상은 현재 디지털 복원 및 해제 작업이 진행 중이며, 향후 교육·전시·연구·홍보 등 다양한 분야에 적극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청년의 눈으로 바라본 340초 분량의 영상에는 5월 21일 계엄군 집단발포 직전 광주시민 공동체의 모습이 담겨 있다”며 “이는 오월의 진실을 밝히는 소중한 조각”이라고 평가했다.
정승우 기자 seungwoo.jeo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