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노역’ 허재호 또 다시 법정에…사법정의 실현 시험대
‘일당 5억’ 면죄부 판결 국민 분노
‘세금 미납’ 재판 거부에 강제송환
“공정한 재판으로 사법 불신 해소”
‘세금 미납’ 재판 거부에 강제송환
“공정한 재판으로 사법 불신 해소”
2025년 05월 27일(화) 17:5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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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허씨는 다시 검찰로부터 재송환 조치를 받았다. 이번 혐의는 검찰로부터 지난 2019년 기소돼 7년여간 공전된 사건이다. 지난 2007년 그가 지인 3명의 명의로 보유한 대한화재해상보험 주식을 양도하는 과정에서 양도소득세와 배당세를 납부하지 않았다는 혐의다. 총 미납액은 5억650여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황제 노역’을 다 마친 이후 현재까지 뉴질랜드에 머물고 있었다. 세금 미납 건으로 지난해 검찰은 재판 출석을 계속해서 요구했으나, 그는 거부했고, 급기야 강제송환 조치를 받았다.
법조계에 따르면, 그는 현재 강제구인 절차에 응해 국내로 송환돼 7년여만에 법정 출석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허씨는 심장질환·코로나19 등을 이유로 법정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황제 노역’과 ‘해외 도피’ 등으로 여러 차례 고발·기소되며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든 허재호 전 회장은 광주를 연고지로 둔 대주그룹의 창립자다. 그는 1981년 대주건설을 설립해 30여개 계열사와 연 매출 1조2000억의 그룹을 거느린 총수였다. 그러나 대주건설은 총수의 사법 리스크와 2007년 이후 이어진 부동산 침체,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극복하지 못하고 2010년 부도처리됐다.
앞선 2014년의 ‘황제노역’ 판결에 더해 비난을 샀던 것은 이른바 ‘향판’ 논란이었다. 일당 5억원짜리 노역이 가능했던 배경에는 당시 1·2심 재판부의 판결이 있었는데, 이 재판을 담당한 두 명의 부장판사는 임용 이래 줄곧 광주·전남 지역에서만 근무해 온 법관들이었다. 이로 인해 허씨와의 유착 의혹이 제기되며 더욱 큰 지탄을 받았다. 2008년 당시 1심 재판부(이재강 부장판사)는 허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508억여원을 선고하며 하루 노역을 2억5000만원으로 환산한 재판을 내렸고, 이어지는 항소심 재판부(장병우 부장판사)는 허씨에게 벌금을 절반인 245억여원으로 줄여줬다. 이 판결을 환산하면 일당 5억원에 약 50일 노역을 하면 벌금을 완전히 탕감하는 상황이었다. 허씨 사건으로 인해 판사와 지역 유지들과의 유착 문제가 불거지면서 향판 제도는 2015년 폐지됐다.
이외에도 허씨는 대주그룹 자금 100억여원을 횡령한 사건이 별도로 남아 있다. 해당 금액은 전라남도 담양에 위치한 골프장(담양CC)으로 이전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당초에는 공소시효 만료 또는 혐의 없음으로 불송치됐다. 그러나 2023년 검찰이 ‘해외 도피는 공소시효 정지 사유에 해당한다’며 경찰에 보완 수사를 요구했고, 경찰은 이를 재수사해 일부 혐의는 처벌이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뿐만이아니라, 대주건설 분양대금 피해자들의 사건 등 여러 건의 고소·고발이 수사선상에 올라와 있다.
광주지방변호사회 관계자는 허재호 전 회장의 재송환 조치와 관련된 재판 과정 전반에 의문을 제기하며 사법 불신을 지적했다.
변호사회 관계자는 “피고가 일반인이었다면 이렇게 오랜 기간 재판이 지연됐겠느냐”며 수년간 재판이 공전된 점을 비판했다. 이어 “불과 미납 세금 문제로 7년만에 재송환 조치가 이뤄졌다는 것이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 이번 조치는 결국 허씨를 재판대에 세우기 위한 본격적인 수순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재판부는 이번 사건을 통해 실추된 사법정의를 바로세우는 판결을 내려야 한다”며 법원의 공정한 판단을 촉구했다.
정유철 기자 yoocheol.jeo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