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타이어 화재로 하반신 마비된 청년, 가족의 눈물
20대 근로자 대피 중 추락해 중상
사측 사과 없고 소극적 대응 질타
화재 안전시설 미비 의혹도 제기
“단 한번의 사고로 인생 무너져”
2025년 05월 22일(목) 18:01
지난 17일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화재사고 당시 척추뼈와 허리신경에 부상을 입어 ‘하반신마비’판정을 받은 A씨.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있다. 이정준 기자
난 17일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화재사고 당시 척추뼈와 허리신경에 부상을 입어 ‘하반신마비’판정을 받은 A씨의 가족 (왼쪽부터 임경혜(53)씨, 정수인(33)씨. 이정준 기자
“아들은 이제 겨우 20대입니다. 평범하게 일하고, 미래를 꿈꾸던 아이였는데, 단 한 번의 사고로 인생이 완전히 무너졌습니다.”

금호타이어 광주공장에서 발생한 화재 사고로 대피 중 추락해 하반신 마비 판정을 받은 20대 청년 A(26)씨. A씨의 가족은 사고 이후 회사 측의 책임 있는 사과 한 마디조차 듣지 못했다며 깊은 절망을 토로했다.

22일 A씨가 입원해 치료 중인 광주광역시의 한 병원에서 만난 A씨의 어머니 임경혜(53)씨는 “우리 아들은 군 제대 후 3년 동안 공장에서 묵묵히 일하며 성실하게 살아가던 청년이었다. 그런데 이제 평생을 휠체어에 의지해야 하는 몸이 됐다”며 눈물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사고는 지난 17일 금호타이어 광주공장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 도중 벌어졌다. 당시 A씨는 연기를 피해 대피하다 지붕 인근에서 10m 아래로 추락해 척추뼈와 허리신경에 부상을 입었다. 이후 병원에서 ‘하반신 마비’라는 비극적인 진단을 받았다.

그러나 가족의 가슴을 더 아프게 한 건, 사고 이후의 회사 대응이었다. 임씨는 “사고가 난 지 여러 날이 지났는데도 고위 간부는 한 번도 찾아오지 않았고, 공식적인 사과도 없었다”며 “노조 관계자와 회사 안전 과장만이 병원을 찾아왔지만, 부상자가 1명이라는 이유 때문인지 매우 소극적이였다. 정말 용납이 안된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A씨의 친누나인 정수인(33)씨도 결국 눈물을 참지 못했다.

정씨는 “사측은 주변 주민들을 위한 대책들은 마련하고 있으나 우리에게는 그 어떠한 사과도 없다. 동생이 말할때 마다 아무것도 해줄 수 있는게 없어 마음이 찢어지는 것 같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더욱이 사고 현장에 기본적인 화재 안전시설이 미비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A씨와 함께 근무했던 동료 직원은 “화재 당시 방화문은 고장 나 있었고, 완강기 같은 탈출 장치도 없었다”며 안전 시스템의 허점을 지적했다.

임씨는 “우리 아들이 왜 그런 사고를 당해야 했는지, 도대체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아무도 말해주지 않는다. 그저 산재 처리가 전부인 것처럼 느껴져 억장이 무너진다”고 호소했다.

이어 “절대 경미한 사고가 아니라는 것을 사측이 알았으면하며 꼭 사측 대표자에게 사과를 듣고싶다. 다른 피해자가 생기지 않기 위해서라도 재발 방지 대책을 세워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정준 기자 jeongjune.lee@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