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합천 ‘일해공원’ 국민에 대한 모욕 아닌가
전두환의 잔재 즉각 청산돼야
2025년 05월 22일(목) 16:56 |
일해공원은 김대중 정부 때 합천군이 새천년기념사업으로 예산을 받아 만든 ‘새천년 생명의 숲’으로 조성됐다. 하지만 2007년 합천군이 연고 집단을 중심으로 지금의 이름으로 바꾸면서 지역사회의 갈등을 불러왔다. 지난해 11월에는 합천 시민단체 ‘생명의 숲 되찾기 합천군민운동본부’가 추진한 일해공원 명칭 변경 국회 청원이 동의 수 10만 명을 넘기도 했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온갖 핑계를 대며 오는 12월31일까지 답변을 미루고 있다. ‘늘 그래왔듯 국회가 답변을 미루고 또 적당히 폐기할 것이 분명하다’는 게 운동본부의 설명이다.
생전 전두환씨가 보여줬던 악행은 차고 넘친다. 군사 쿠데타를 일으켜 헌정질서를 유린했던 그는 군대를 동원해 수많은 광주시민을 학살한 최종 책임자였다. 하지만 그는 사망할 때까지 사과나 반성은커녕 되레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며 국민적 분노를 불러왔다. 그가 집권하던 기간 수많은 민주인사와 청년학생이 체포돼 불법적 고문을 받았던 것도 기억에 생생하다. 재임 시절 챙긴 천문학적 액수의 검은 돈을 숨겨 놓고 ‘전재산이 29만원’이라는 뻔뻔한 언사로 지탄을 받기도 했다. 그런데도 전씨를 전직 대통령이라는 이유로 기리는 것은 역사를 외면한 저급한 포퓰리즘일 뿐이다.
12·3계엄에서 봤듯 헌정질서는 곧 사회적 정의를 지키는 길이다. 정치권은 일해공원이라는 국민에 대한 모욕을 즉각 바로 잡아 역사를 바로 세워야 한다.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확고히 뿌리내릴 수 있도록 범죄자를 미화하고 찬양하는 기념물 설치도 금지해야 한다. ‘오늘날 빈곤한 민주주의가 청산되지 못한 과거 내란의 역사 탓’이라는 목소리를 새겨 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