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CEO·우승희>투명 인간을 살린 영암형 통합사례관리
우승희 영암군수
2025년 05월 22일(목) 16: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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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영 양은 부모의 이혼으로 3살쯤 베트남으로 보내졌다. 그곳에서 중학교 1학년까지 마친 후 3년 전인 2022년 한국에 돌아왔다. 더 좋은 환경에서 성장하길 바라는 어머니의 바람때문이었다. 하지만 나영 양은 어머니와 함께 영암군에서 살면서, 주소는 아버지가 있는 충남의 한 지자체에 뒀다. 경제적인 형편이 뒷받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영암군은 2024년 말, 충남 한 기초지자체 복지공무원의 연락을 받았다. 나영 양이 충남에 거주하지 않으니 영암에 살고 있는지 알아봐 달라는 것이었다.
통합사례관리로 위기가정을 돌보는 영암군은 수소문 끝에 나영 양을 찾았다. 한국어 의사 소통이 불가능하고 학교에 다니지 않고 있으며, 어머니의 경제적 어려움도 확인했다.
영암군 통합사례팀은 수 차례 상담과 영암교육지원청 등 관계기관 협의를 진행했다. 그 결과 나영 양은 초등 학력을 인정받았고, 올해 3월 중학교에 입학했다. 또한 영암군은 긴급 생계지원과 기초수급자 신청, 주거 이전 등을 지원했다.
5월 초 영암군은 반듯하고 예쁜 베트남어로 쓰인 나영 양의 감사 편지를 받았다. 편지는 “제게 여러 번 오셔서 많은 것들을 도와주시는 영암군청 사례관리사 선생님께 고맙습니다.”는 내용이었다.
나영 양은 편지에서 “저는 집 밖에 나가지 않았고, 학교에 다니지도 않았습니다. … 한국말을 하지 못해 밖에 나가기 무섭고, 학교 다닐 형편도 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로 당시 상황을 적었다. 그러면서 “…학교에도 가고 외출도 하면서 화장품도 사고 친구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영암군으로 이사 온 후에 학교에 가고, 집도 생기고, 생활비도 주셔서 우리 가족은 여기서 계속 살 수 있을 것 같습니다.”며 변화된 모습을 표현했다. 자신이 받은 복지를 다른 아이들도 받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전했다.
충남 한 지자체 공직자의 의문과 전화 한 통이, 전화 한 통도 놓치지 않는 영암군 통합사례팀의 진심과 열정이, 위기의 청소년에게 12년 만에 한국인의 권리를 찾아줬다. 한 청소년과 어머니의 인간다운 삶과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한 영암군 공직자들의 노력이 빛난 사례다.
영암군 통합사례관리는 위기가정 사례관리와 아동 사례관리를 연계한 혁신 사례다. 위기에 처한 군민 즉, 수요자 중심의 적극 행정이다. 행정이 지역자원의 종합적 협력 네트워크
로 문제를 해결하고 위기 탈출을 돕는 사람 중심의 복지체계다. 영암형 통합사례관리 모델이 전국으로 확산되어 더 많은 사람들의 삶이 개선되길 기대한다.
한편 다문화 가정과 이주민이 늘어나면서 나영 양과 같은 사례가 적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에 살고 있지만 살지 않는 사람들,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한국인이 아닌 사람들, 교육과 기초생활 등 인간으로서 기본권을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어른은 물론이고 아이부터 청소년까지 투명인간의 삶을 살고 있다. 이들에 대한 인도적인 대책이 강구되어야 한다. 제2, 제3의 나영 양이 발생하지 않도록 한국인으로서 법률적인 지위를 인정하는 제도개선도 적극 추진되어야 한다.
다문화가정은 이미 우리의 삶이다. 저출생과 지방소멸 시대 계절근로자와 이주노동자가 없으면 농촌경제는 운영되지 않는다. 인구 5분의 1이 이주민인 영암군이 이주민지원팀을 신설해 운영중인 이유다. 현장의 특별하고 다양한 사례가 보편적으로 정착되도록 이주민 정책이 개방되어야 한다. 지역 실정에 맞는 광역단위 국적 취득도 검토할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