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지귀연 부장판사 룸살롱 접대 의혹 조사 착수
당사자·관계인 사실 확인 절차
2025년 05월 20일(화) 14:39
더불어민주당이 공개한 지귀연 부장판사가 서울 강남구의 한 유흥주점으로 추정되는 장소에서 두 명과 나란히 앉아 있는 사진. 더불어민주당 제공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 내란 우두머리(수괴)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등으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 사건의 재판장을 맡은 지귀연 부장판사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룸살롱 접대 의혹이 제기된 것과 관련 대법원이 사실 확인 등 내부 조사에 착수했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윤리감사관실이 국회 자료와 언론 보도 등을 토대로 사실 관계 확인에 착수했다. 윤리감사1심의담당실은 지 부장판사가 동석한 것으로 지목된 유흥주점을 방문해 조사하고, 언론에 공개된 자료를 검토하는 등 기초적인 사실 관계와 경위를 파악 중이다.

현재 법관의 비위 사항 등에 대한 감사는 대법원장 직속인 최진수 윤리감사관이 총괄한다. 윤리감사관은 차관급 직위로 외부 공개 모집 절차를 통해 임명한다. 윤리감사관실은 법원행정처 차장 직속 기관이었으나 법원조직법 개정에 따라 2021년 2월부터 대법원장 직속 기구로 개편된 바 있다.

윤리감사관실에는 지방법원 부장판사급인 윤리감사총괄심의관이 있고, 윤리감사1·2심의관과 윤리감사1담당관이 있다. 심의관의 소관 업무는 윤리감사1심의담당실과 윤리감사2심의담당실로 나뉜다.

윤리감사1심의담당실은 법관, 윤리감사2심의담당실은 법원 직원 등의 비위나 윤리에 관한 사항이 주된 업무로 윤리감사1담당관의 경우 재산 등록과 취업 제한, 법관 진정 및 청원 등을 맡는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전날 지 부장판사가 서울특별시 강남구의 한 유흥주점으로 추정되는 장소에서 두 명과 나란히 앉아 있는 사진을 공개했다. 이를 두고 여성 종업원이 나오는 고급 룸살롱에서 지 부장판사가 접대를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직무 관련성과 발생 비용, 대납 여부 등은 언급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지 부장판사는 윤 전 대통령의 4차 공판에 앞서 “평소 삼겹살에 소주를 마시며 지내고 있다. 의혹은 사실이 아니고, 그런 데서 접대받은 건 생각해 본 적 없다”며 “무엇보다 그런 시대 자체가 아니다. 삼겹살에 소맥(소주+맥주) 사주는 사람도 없다”고 일축했다.

진실 공방이 이어지면서 대법원 윤리감사관실은 기초적인 사실 관계를 파악한 뒤 지 부장판사와 동석자들을 상대로 비위 사항이나 법관 윤리에 저촉되는 사항이 있는지 파악할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지 부장판사가 출입한 날짜를 특정해 대법원에 통보하겠다는 방침을 세웠으나 모자이크가 제거된 사진을 비롯해 의혹을 뒷받침할 수 있는 자료는 제공하지 않은 상황이다.

실제 비위 여부를 가르게 될 기준은 직무 관련성과 실제 발생 비용 규모 등이 될 것으로 보이며 동석자가 재판 당사자 등 사건과 관계가 있다면 인정될 가능성이 크다. 반면 직무 관련성이 일부 의심되더라도 오랜 교류가 있었던 친구 사이 등 일상적 친목 만남으로도 간주한다면 인정되지 않을 수도 있다.

한편 대법원 윤리감사관실이 의혹 관련 조사에 착수한 사실을 언론에 공개한 것은 이례적 조치다. 이는 주요 사건을 맡은 재판장에 대한 의혹인 만큼 사실 관계를 명확히 밝히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지 부장판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수괴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재판장 뿐만 아니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조지호 경찰청장 등의 재판도 함께 맡고 있다.
노병하 기자 byeongha.n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