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핵심 전략사업에 ‘찬물’…이준석 ‘막말 비판’ 논란
“해남 솔라시도 데이터센터는 망상”
풍력 불안정·中 기업이 대부분 ‘폄하’
이재명 “ESS 병행 가능, 시대착오적”
김 지사 “해저케이블 없어도 돼” 반박
업계 “다양한 보완수단 불확실성 해소”
2025년 05월 19일(월) 18:35
지난 18일 서울 마포구 SBS프리즘타워에서 열린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제21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토론회에서 각 정당 대선 후보들이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왼쪽부터 국민의힘 김문수, 민주노동당 권영국, 개혁신당 이준석,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 국회사진기자단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해남 솔라시도 AI 데이터센터 구축’ 공약에 대해 “망상에 가깝다”고 공개 비판하면서 전남지역 핵심 전략사업을 둘러싼 논쟁이 정치권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19일 전라남도와 지역 정치권에 따르면, 이재명 후보는 최근 대선 공약을 통해 ‘해남 솔라시도에 세계 최대 규모의 AI 데이터센터 구축’과 ‘서남해안 해상풍력 메카 조성’을 약속했다.

그러나 지난 18일 열린 제21대 대통령 선거 후보자 1차 TV 토론회에서 이준석 후보는 “해남에는 해저케이블이 없고, 풍력발전은 불안정해 데이터센터 운영에 부적합하다”고 주장했다.

또 “풍력의 개발·운영 66%, 제조 83.4%, 금융 100%가 외국에 넘어갔고, 대부분 중국과 연계돼 있다”며 이재명 후보의 공약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에 이재명 후보는 “원래 데이터센터들은 기본적으로 재생에너지 기반 운영을 표준으로 하고 있다”며 “재생에너지 자체가 간헐성이 있다는 사실에는 동의하나, ESS(에너지저장장치)와 기저전력을 병행하면 충분한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 불가능하다고 단정하는 것 자체가 시대착오적”이라고 반박했다.

김영록 전남도지사도 자신의 SNS를 통해 즉각 반박에 나섰다.

김 지사는 “최근 AI 데이터센터와 관련해 일부 잘못된 주장이 있어 전라남도 입장에서 유감을 표한다”며 “데이터센터가 반드시 해저케이블이 연결된 지역에만 위치해야 한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김 지사는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통신 인프라를 갖추고 있어, 6개월이면 통신회선 연결도 가능하다. 서울과 해남의 차이가 거의 없다는 뜻”이라며 “글로벌 투자사들이 이러한 사실을 모르고 투자를 결정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실제 전남도는 지난 2월 미국 투자사 스톡 팜 로드의 자회사 퍼힐스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해남 솔라시도에 3기가와트 규모의 재생에너지 기반 AI 데이터센터 건설 계획을 공개한 바 있다. 총 15조 원 규모의 사업은 글로벌 빅테크 기업과의 전력 구매계약 및 해외 투자 펀드 조성을 통해 추진된다.

김 지사는 “AI 데이터센터에 이상적인 에너지믹스는 재생에너지를 기반으로 원전 등을 보완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이재명 후보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지역 신재생에너지 기업들도 이준석 후보의 주장이 일부 사실에 기반을 두고 있다 하더라도, 이를 근거로 전체 사업의 실행 가능성을 부정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지역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이준석 후보의 지적처럼 ESS는 하루 이틀 정도의 단기 수요 조절에는 효과적이지만, 수일 이상 장기 백업에는 한계가 있다”며 “그러나 전라남도는 ESS뿐만 아니라 스마트그리드, 송전망 확충, 수소연료전지 등 다양한 보완 수단을 병행하고 있고, SK이노베이션 E&S가 추진 중인 해상풍력 1단지에는 ‘선접속 후제어 방식’을 적용해 상업운전의 불확실성을 해소했다”고 설명했다.

‘국내 풍력산업 대부분이 중국 기업’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일부 민간 프로젝트에서 중국산 장비가 사용된 사례는 있지만, 국내 풍력시장을 중국 기업 중심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무리”라며 “터빈 등 핵심 설비는 북유럽계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어 중국 기업의 기술 종속 우려는 어느 정도 과장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풍력산업협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국내 풍력 개발·운영사 88곳 중 외국계는 48곳(55%)으로, 주로 노르웨이의 에퀴노르, 덴마크의 오스테드 등 유럽 기업이다. 풍력터빈도 83.4%가 외국 제품이긴 하나 대부분은 유럽계로, 중국산은 일부 육상 민간 프로젝트에 한정된다.

해당 관계자는 “금융 부문에서 외국계 자본 비중 100%라고 발언한 것은 사실이나, 이와 관련해 중국계 자본의 관여 정도를 명확하게 확인할 수는 없다”며 “그러나 산업은행과 시중은행이 오는 2030년까지 총 9조 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해 이 중 90%를 해상풍력에 투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는 데다, 풍력 사업은 워낙 막대한 자본이 필요한 만큼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에너지미래포럼 관계자는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 제도를 통해 자연스럽게 기업이나 데이터센터가 지방으로 분산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며 “무엇보다 정권의 입맛대로 에너지 정책이 바뀌어서는 안 된다. ‘RE100’ 전환이 전세계적인 흐름이라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사실인 만큼 이를 달성하기 위한 정부의 투자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오지현 기자 jihyun.oh@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