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향하는 대선 후보들…‘5·18정신’ 다시 정치의 중심에
市, 국회의장·의원 등 300여명 초청
대선 앞두고 최대 규모 정치적 집결
이재명, 5·18 헌법 수록 의지 밝힐 듯
김문수·이준석 등 오월 메시지 관심
2025년 05월 14일(수) 18:38
제45주년 518민주화운동 주간을 맞아 14일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에는 조화 교체와 묘비 정화활동을 펼친 대한적십자사 광주전남지사 봉사원, 광주시 산하 공직자들과 현장체험학습 나온 중학생 등 추모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김양배 기자
5·18 민주화운동 45주년을 맞아 광주가 대한민국 정치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번 5·18 주간은 6·3 조기 대선을 불과 2주일 앞두고 열리는 만큼, 각 정당과 후보들의 호남 공략이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14일 광주광역시와 정치권 등에 따르면, 광주시는 최근 우원식 국회의장 등 국회의원 300명 전원에게 5·18 기념식 참석 초청장을 발송했다. 각 정당의 대선 후보들과 정치권 인사들도 대거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통령과 총리가 궐위돼 기념식에 참석하지 못하는 초유의 상황인 만큼, 역대 최대 규모의 정치적 집결을 꾀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15일부터 전라남도 광양·여수·순천·목포를 돌며 유세를 진행한 후, 17일 5·18 전야제와 18일 기념식에 참석한다.

이 후보는 지역민과의 소통을 확대하고, 5·18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는 지난해 5·18 기념식이 진행되던 날 “더 이상 5·18 폄훼와 왜곡이 발붙이지 못하도록 5·18정신 헌법 전문 수록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번 광주 방문에서 그 약속에 대한 의지를 밝힐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와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 역시 5·18 기념 주간에 맞춰 광주를 찾는다. 이들은 오월 영령을 기리며 유세를 펼친다. 특히 개혁신당은 5·18 전야제에 앞서 선거대책위 출범식을 열고, 광주정신 계승을 강조할 계획이다.

이준석 후보는 지난 4일 5·18 민주묘지를 방문해 “보수와 진보 구분 없이 5·18정신을 받들어야 민주주의가 바로 선다”며 헌법 전문 수록에 긍정적 입장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번 5·18 기념식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 이후 첫 국가적 추모 행사라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지난해 12·3 비상계엄 당시 전국적으로 ‘광주정신’이 재조명되면서, 대선 후보들의 메시지가 더욱 중요한 무게를 가지게 됐다. 5·18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 과거사 진상규명, 호남 지역 공약 등이 주요 화두로 떠오른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최근 한 언론사 인터뷰를 통해 “계엄과 탄핵을 거치며 많은 이들이 광주를 새롭게 봐주고 있다”며 “새 정부에 바라는 광주의 제1과제는 ‘5·18정신 헌법 전문 수록’이다. 추모 기간 많은 이들이 찾아와 민주주의의 씨앗을 더욱 키워달라”고 밝혔다.

광주 시민들의 기대감도 남다르다.

지난 13일 금남로에서 선거 유세를 지켜보던 노은영(70)씨는 “5·18을 직접 겪었다. 당시의 아픔과 공포는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하다”며 “지난해 무장 계엄군이 국회로 쳐들어가는 엄중한 상황에서 시민들의 대동정신이 빛났다. 이번에는 꼭 광주정신이 헌법에 수록돼 다시는 광주의 아픔이 반복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윤 전 대통령 탄핵 과정에서 삭발 투쟁에 나섰던 전진숙(북구을) 의원은 “5·18 경험이 있는 사람으로서 광주정신의 의미를 누구보다 잘 안다. 국민들의 저항이 없었다면 1980년과 2024년 모두 국가 권력에 패배했을 것”이라며 “민주당과 이재명 후보의 헌법 전문 수록 의지가 확고하다. 22대 국회에서 헌법 전문 수록을 실현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성공회대 모 정치학과 교수는 “5·18 당시 주먹밥을 나누던 공동체 정신이 지난해 비상계엄 사태에서 선결제 운동 등으로 이어졌다. 이는 민주주의를 지키려는 시민 저항의 상징적 모습”이라며 “5·18 정신은 권력에 의해 주어진 것이 아니라 시민들이 스스로 만들어낸 산물이다. 시민이 만든 가치를 법에 명시해 보장하는 것은 국가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광주지역 80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제45주년 5·18 민중항쟁기념행사위원회는 17일부터 18일까지 광주 동구 금남로 금남로공원 일대에서 ‘오월 광주, 민주주의 대축제’를 개최한다. 이번 행사는 시민과 정치권이 한데 모여 오월 정신을 기리고, 민주주의의 가치를 되새기는 시간이 될 전망이다.
정성현 기자 sunghyun.jung@jnilbo.com